재난 주간 방송사인 KBS가 최근 태풍 재난 방송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KBS는 13호 태풍 링링과 17호 태풍 타파가 한반도를 지날 때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줄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제보로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 재난 방송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KBS는 재난 주관 방송사지만 지난 4월 강원도 속초 고성 산불 땐 문제점을 드러내 시청자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5개월 만에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듣고자 KBS 재난방송기획팀장인 김성한 기상 전문 기자를 지난 9월 30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만났다. 이날 자리에서는 재난 방송 이야기와 함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김성한 KBS 재난방송기획팀장

김성한 KBS 재난방송기획팀장ⓒ 이영광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 재난방송 담당자로서의 사명감

- 17호 태풍 타파가 상륙했을 때 KBS 재난방송이 호평받았는데 어떠셨어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거 같아요. 4월 강원도에 산불이 크게 났을 때 (KBS의) 재난 방송이 미흡했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잖아요. 저희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다보니 그런 게 가장 신경 쓰이는 거죠. 그 사이 재난방송을 잘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체계도 재정비하고요. 재난방송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재난방송의 목적이 뉴스 형식으로 피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목숨을 살리고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사실 시스템은 이미 갖춰져 있었어요. 그러나 그 시스템을 저희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인력과 리소스를 배치하는 기본 정신과 체계화 하는 부분이 미흡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대대적으로 서너 달 걸쳐 준비했고 본격적으로 태풍 상황에 인력을 총동원해서 할 수 있었죠.

사실 재난 방송은 잘해도 누가 잘했다고 하지는 않지만 못하면 문제가 되죠. 그렇지만 다년간 경험을 통해 확신합니다. 우리가 재난방송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재산피해는 몰라도, 인명 피해는 줄어든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으로 조직 정비하고 준비를 해온 거죠."

- KBS가 재난 주관방송사이기에 재난방송기획팀장으로서 느끼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부담도 많이 되죠. 왜냐면 다른 방송사에 비해 재난방송에 더 힘을 쏟아야 하거든요. 사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 자원을 어디에 배분하느냐가 문제일 텐데, 그렇게 되면 다른 부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사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충실하려면, 다른 부분보다 재난 방송은 월등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재난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예고 없이 일어나는 재난에 대처하기는 특히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태풍은 열대지역에서 올라오기 때문에 2~3일 준비할 기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진 같은 경우 바로 대응해야 할 상황이죠. 지난 산불처럼 어느 정도 가능성 내다보지만, 갑자기 터지는 상황에 대해 현재는 미리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재난방송은 불시에 대규모 인력과 자원이 투여돼야 합니다. 개개인 스케줄도 바뀌고 없던 장비를 갑자기 써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어요. 사실 평소에 준비하지 않으면 절대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현재 예고된 재난에 대해 상당 부분 체계를 갖췄다고 평가하지만 갑자기 들어오는 재난은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아요.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훈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훈련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재난방송센터가 훈련 주관부서고요. 훈련 시나리오는 저희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간에 갑자기 터뜨려서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지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 훈련은 연간 몇 번 정도 하나요?
"법적으로 재난 주관방송사는 1년에 1회 이상 훈련을 하도록 되어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분기당 한 1회로 1년 4회 정도 잡았어요. 그러나 올해 목표는 한 달에 1회 이상으로 1년에 12회 할 계획이고요. 사실 이건 부족하다면 부족할 수 있고, 많다면 많을 수도 있죠. 일본 NHK 같은 경우 매일 밤 훈련하거든요. 그러나 일본과 우리 재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과도한지, 부족한지는 상황에 따라 평가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나름대로 긴급 대응 능력을 향상 시킬 거예요. 사실 훈련하면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훈련 통해 바꿀 점과 부족한 점 피드백도 받아요."

- KBS 재난 방송센터만의 강점은 뭐라고 보세요?
"일단 재난방송의 기본 목적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거잖아요. 방송은 아시다시피 파급 효과가 다른 매체에 비해 큽니다. 방송은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 화면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가용 가능한 영상확보에 신경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영상이라면 KBS가 자체적으로 35지점에 대해 CCTV를 설치했는데요. 그거 말고 정부가 가진 재난용 CCTV가 약 1만 개 정도 들어옵니다. 물론 방범용은 많이 달려있어요.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쓰지 못하고요. 재난용으로 가용 가능한 CCTV는 1만 개정도 확보했지만, 실제 쓸 수 있는 건 수천 개라고 봐요.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저희가 가진 정보를 상당 부분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정보를 유용하게 쓰려고 하고요. 재난 방송 스튜디오에서는 그런 리소스들을 방송으로 바로 쓸 수 있도록 합니다."

- 이번 태풍 당시 시청자 제보가 많이 쏟아졌다던데 어느 정도였어요?
"13호 태풍 링링과 17호 태풍 타파가 있었는데 링링 때 제보는 2만 건으로 추정하고요. 타파 때는 5~6만 건 정도인데 사실 유효한 제보는 그 가운데 25%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방송과 SNS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방송에서 시청자분들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 동원되는 화면을 보내달라고 하면 폭발적으로 들어옵니다."

-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노출 빈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이 길다는 건 그만큼 노출 시간이 길어진다는 거고 저희 방송 콘텐츠를 보시고 판단하는 거겠죠. 저희가 단순히 제보를 받는 게 아니라 피드백도 드리거든요. 피드백 방법은 제보 영상을 함께 공유하면서 '이러한 제보가 들어왔고 이 시청자분은 무얼 경고하기 위해 이 영상 보내주셨습니다'라고 하니 아무래도 호응이 높지 않았나 판단합니다. 저희에게는 제보 영상이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 과제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가 단순히 방송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거죠. 지상파라는 플랫폼이 시청자가 참여하는 공간의 장을 제대로 펼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솔직히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시면 하루에 수만 건의 제보가 들어온다는 건 내부적으로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한꺼번에 쏟아지는 제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대응해 보자고 제보 대응팀을 별도로 준비합니다."

- 재난방송을 유튜브로도 방송하잖아요. 유튜브에서는 실시간 채팅도 할 수 있고요. 그것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선거 방송할 때 투표 인증해서 화면 보내주시면 하단에 내보내죠. 그 목표는 투표 독려 차원이잖아요. 재난방송에도 안전 지키기 위해 독려하는 차원으로 어떤 지역에서 어떤 방황이 발생하는지 알려주는 거죠. 안부를 묻고 안전 확보를 독려하는 시청자의 실시간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부분을 (내부적으로) 채택했어요. 당장 지원은 어렵고요. 그 부분은 일단 확정됐습니다."

- 제보자를 직접 연결해 현지 상황을 듣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취재진이 현장을 다 커버하지는 못합니다. 각지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현장을 찍어 보내시면 그건 저희 취재진이 본 것보다 더 정확하게 보신 것이기 때문에 말씀을 들어보면 더 정확히 알릴 수 있어요. 저희가 그분들에게 통화를 부탁드리면 상당 부분 호응이 괜찮습니다. 앞으로 그 부분은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기상 전문 기자가 지구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말하는 이유

- 기상 전문 기자시잖아요. 기상 캐스터와 차이는 무엇인가요?
"기상 전문 기자와 기상 캐스터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현장을 뛴다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기상재해로 인해 피해가 생겼다면, 기상 전문 기자는 현장을 직접 보고 확인하거든요. 현장에 가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공무원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죠. 방제의 개념도 들어가고요. 사실 기상 캐스터는 일기예보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전달된 정보를 잘 설명하는 역할에 집중하거든요. 그러나 기상 전문 기자가 발로 뛰기는 하지만, (정작) 재난이 발생하면 밖으로 못 나갑니다. 그럼에도 평소 현장 뛴 경험 그리고 방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직접 본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에 재난방송 쪽으로 특화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이 돼 있다고 봅니다."

- 기상 전문 기자로서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기상 전문 기자는 안타깝게도 여름철엔 휴가 내기가 어렵습니다. 여름 휴가는 생각도 안 해요. 어느 정도 (날씨가) 안정되고 11월 정도에 가요. 그런 부분은 아쉬움이 있지만, 사명감도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열심히 일해서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다는 사명감이죠. 사실 소방관 같은 경우,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현장에서 일하잖아요. 근데 저희는 위험 지역은 아니지만 제가 일해서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효과가 난다면 열심히 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명감 가지고 충분히 할 만한 일인 거죠."

- 기상 전문 기자면 환경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어제(9월 29일) 보도 중에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는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아시는 게 있나요?
"제가 2004년부터 기상 전문 기자로 활동했어요. 기상 전문 기자 활동의 절반 정도는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문제에 힘을 쏟았어요.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 정책 결정권자들 그리고 주요 이슈를 결정하시는 분이 여전히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내 일, 우리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이미 늦었다고 봅니다. 과거 북극이 빨리 녹아내리는 게 우리나라와 관계 있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 경제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라는 생각을 못했잖아요. 그런데 올해는 태풍이 7개가 왔어요. 태풍이 왜 이리 많이 오냐면 괌에서 태풍이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필리핀 동쪽 해상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서 거기서 발생해요. 실제 지구 기후변화가 올해 태풍 7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요. 저는 이 부분이 너무 안타까워요. 심각합니다."

- 10월 초 태풍은 거의 없는 일 아닌가요?
"실제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름철 방제 기간은 10월 15일 끝납니다. 10월 15일까진 언제든 올 수 있다고 말하지만 9, 10월에 태풍 3개째 오고 있어요. 올해만의 현상인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건 이 태풍들이 한반도에서 매우 가까운 필리핀에서 발생해 사흘 만에 오는 건 명백한 지구 온난화의 신호입니다. 앞으로도 이럴 가능성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요. 지구 온난화에 대해 저는 비관적입니다."

- 과거에는 에어컨이나 샴푸 때문에 환경이 오염된다고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것 같아요.
"기상 전문 기자 입장으로 우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샴푸를 쓰지 말자는 반성이 나왔지만, 지금은 대량으로 쓰잖아요. 훨씬 더 파괴가 심합니다. 대량으로 쓰면서 반성하지 않고 직진하는 건 결국 우릴 죽이는 상황이거든요."

- 그럼 희망이 없다고 보세요?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도 오를 걸 1도만 올라간다든지, 그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 환경은 복원 능력이 있기도 하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그나마 복원되지 않을까요?
"기상 전문가들은 그 점에 대해 비관적입니다. 지구의 복원력이 있지 않느냐고 얘기하는데요. 상당 부분 복원을 위한 에너지를 그간 바다가 다 흡수했습니다. 바다가 이산화탄소 흡수할 능력이 꽉 차면 더 이상 못 받는 상태가 올 거고요. 그게 다시 대기로 내뿜어지면 날씨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이겠죠.

한 말씀만 더 드리면 지구는 이제껏 이렇게 뜨거운 적이 없었어요.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시기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겁니다. 이건 우리가 반성해야 해요. 그동안 경제성장의 방식에 대해 반성해야 하는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더 잘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하잖아요. 그러니 희망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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