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와 남자부의 막내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창단 후 V리그 참가 두 번째 시즌에 곧바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2010년 창단하면서 김희진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라는 '슈퍼루키' 둘을 동시에 지명한 기업은행은 2011-2012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해 2012-2013 시즌 곧바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에 창단한 OK저축은행 역시 송명근, 이민규, 송희채(삼성화재 블루팡스)로 이어지는 '경기대 3인방'에 괴물 외국인 선수 로버트 랜디 시몬이 가세하며 2014-2015 시즌과 2015-2016 시즌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두 팀의 이후 행보는 전혀 달랐다. 기업은행이 첫 우승을 계기로 여자부를 대표하는 명문팀으로 자리잡아 6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데 비해 OK저축은행은 시몬이 떠나자마자 두 시즌 연속 최하위로 추락했다.

남자부 외국인 선수 제도가 드래프트로 변경된 후 두 시즌 연속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고전했던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요스바니 에르난데스(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득점 3위(835점)에 오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송희채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5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김세진 감독이 물러나고 '돌도사' 석진욱 감독이 부임한 OK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4시즌 만에 봄 배구 진출에 도전한다.

초반 상승세 살리지 못하고 5위로 시즌 마감, 김세진 감독 사퇴
 
 지난 시즌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조재성은 이번 시즌 다시 '조커'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지난 시즌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조재성은 이번 시즌 다시 '조커'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한국배구연맹

 
현역 시절 '월드스타'로 이름을 날렸고 은퇴 후에도 수년간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김세진 감독은 지난 2013년 '제7구단' 러시앤캐시 베스피드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했다. 갓 40세가 된 젊은 나이에 신생팀을 이끌게 된 김세진 감독은 2014-2015 시즌부터 이름이 바뀐 OK저축은행을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며 젊은 명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 제도로 바뀌면서 높은 몸값의 시몬과 함께 할 수 없게 됐고 OK저축은행은 2016-2017 시즌 '디펜딩 챔피언의 꼴찌 추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OK저축은행은 2017-2018 시즌에도 홈 경기 14연패라는 실망스런 성적으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구단은 2연속 우승의 영광을 이끌었던 김세진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OK저축은행은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정성현 리베로가 군에 입대하고 FA자격을 얻은 살림꾼 송희채가 삼성화재로 이적하면서 그리 알찬 오프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시몬의 강력 추천이 있었지만 득점왕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거르고 검증되지 않은 요스바니를 선택한 외국인 선수 지명도 아쉽다는 평가였다. 시즌을 앞두고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송명근, 이민규, 부용찬 리베로가 병역특례를 받지 못한 것도 악재였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개막 후 첫 7경기에서 6승을 거두는 상승세를 탔음에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기세가 꺾이면서 17승 19패 승점 51점으로 7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렀다. 세 시즌 만에 최하위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엔 결코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결국 시몬이 떠난 이후 팀의 추락을 막지 못한 김세진 감독은 시즌이 끝난 후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요스바니가 33경기에서 1278회의 공격을 시도했을 정도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았던 OK저축은행에서 그나마 요스바니의 부담을 덜어줬던 선수는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조재성이었다. 김세진 전 감독처럼 왼손잡이 공격수인 조재성은 지난 시즌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49.69%의 공격 성공률로 407득점을 기록했다. 송명근의 득점이 260점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을 이끈 '토종 에이스'는 조재성이었던 셈이다.

'크로아티아 특급' 레오와 부활한 송명근, OK저축은행의 새 쌍포
 
 다양한 해외리그를 경험한 레오가 V리그에서도 잘 적응한다면 OK저축은행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다양한 해외리그를 경험한 레오가 V리그에서도 잘 적응한다면 OK저축은행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한국배구 연맹

 
김세진 감독 사퇴 후 김호철 감독 계약 파동으로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OK저축은행은 우여곡절 끝에 석진욱 수석코치를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사실 현역 은퇴 후 곧바로 김세진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한 석진욱 감독은 한 번도 팀을 이끈 적이 없는 '초보 감독'이다. 하지만 현역 은퇴 후 한 번의 공백기 없이 꾸준히 현장을 지킨 석진욱 감독은 OK저축은행 선수들의 특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로 꼽힌다.

고민 끝에 검증된 공격수 요스바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OK저축은행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레오 안드리치(등록명 레오)를 2순위로 지명했다. 203cm의 오른쪽 공격수 레오는 컵대회 토너먼트에서 몸살 증세로 제 역할을 못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려 60.42%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시즌 중국리그에서 활약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아시아 배구에 대한 이해도 역시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

하지만 레오가 코트를 마음껏 휘젓고 다니기 위해서는 국내 공격수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시즌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조재성이 레오와 포지션이 겹치는 만큼 윙스파이커 송명근의 부활이 절실히 필요하다. 2015-2016 시즌 572득점을 기록하며 V리그 최고의 토종 거포로 떠올랐다가 잦은 부상으로 위상이 뚝 떨어진 송명근은 컵대회 5경기에서 94득점을 올리며 전성기 시절의 위력을 되찾고 있다.

블로킹 감각이 좋은 박원빈(198cm)과 204cm의 장신 손주형이 지킬 중앙도 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신장(194cm)은 작지만 뛰어난 속공 감각과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한상길, 작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 선수인 전진선(196cm)이 뒤를 받친다면 양적으로도 제법 풍부한 센터진을 보유하게 된다. 각기 다른 능력과 장점을 가진 중앙 공격수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석진욱 감독의 영리한 용병술이 필요하다.

김세진 감독도 마찬가지지만 석진욱 감독 역시 인하사대부고와 한양대, 삼성화재 시절까지 거의 패배를 모르고 선수생활을 해왔다. 코치 부임 후에도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지만 최근 세 시즌 동안 두 번이나 꼴찌에 머무르며 배구인생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지난 시즌 5위를 통해 부활 가능성을 보였던 OK저축은행이 이번 시즌 신흥강호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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