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화두는 영화의 힘과 진실이었다.

5일 오전 부산 해운대 센텀CGV에서 기자 시사가 있었고, 이어 오후에 감독과 기자간담회가 열린 자리에서였다. 해당 작품은 그의 첫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로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등이 출연했다. 

기자간담회 당일 부산에 도착해 급히 회견장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영화 100주년인 의미 있는 해에 부산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해 더욱 기뻤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부산영화제와 함께 저 역시 역경을 극복하며 길을 걸어 왔다"며 영화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황금종려상 효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프랑스에서 쟁쟁한 배우들과 작업한다는 소식에 영화팬들의 궁금증이 컸던 상황이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원제는 <진실>로 사실 <어느 가족>보다 이른 2015년 감독이 직접 이야기를 구상해 쓰고 캐스팅까지 진행해온 경우였다. 

12년 전 줄리엣 비노쉬와 쭉 친분을 쌓아왔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끔 그와 만나며 교류했고, 2015년에 완성된 이야기를 줄리엣 비노쉬에게 전했다"며 "이미 제 노트 첫 페이지엔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황금종려상 수상이 캐스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사실을 전하며 "캐스팅을 위해 만난 배우들이 먼저 축하의 말부터 전하더라. 그 상의 은총을 톡톡히 누렸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영화엔 엄마이자 관록의 배우인 파비안느(까뜨린느 드뇌브), 그의 딸인 루미르(줄리엣 비노쉬), 그리고 손녀 마농(마농 끌라벨) 등 세 여성이 축이 된다. 그간 가족에 대한 탐구를 영화에 녹여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엔 가족 드라마라기 보단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로부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며 "영화엔 다양한 딸과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들의 관계가 역전되기도 하는데 어머니이자 딸, 손녀이기도 한 그들의 모습을 다층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언어가 다른 만큼 소통방식도 중요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일본어밖에 못해서 처음엔 소통이 과제처럼 느껴졌는데 뛰어난 통역사분을 만나 도움을 받았고, 그 외의 경우엔 제가 손편지를 직접 써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배우들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참고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편지로 배우와 소통하는 방식을 즐기는 편이다. <어느 가족> 당시 출연 배우인 릴리 프랭키와도 SNS를 통해 자신의 편지를 전달했다는 후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5년 전 배두나씨와 작업할 때도 서로 공통언어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보조를 맞출 수 있었다. 언어는 나중엔 필요없어졌다"며 특별한 기억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 촬영할 땐 집이 작은 편이라 구조가 머릿속에 감각적으로 들어와 있는데 프랑스 집은 매우 넓어 가늠하기 힘들었다"며 "그래서 시나리오 완성 직전 이틀 밤을 촬영지인 그 숙소에 머물며 직접 걸어 다니며 대사를 읊었다. 집이 넓어서 대사량을 더 늘려야 했다"고 전했다.

영화 제목처럼 '진실'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그는 "거짓과 허구가 뒤섞인 자서전을 쓴 어머니가 있고, 그를 찾아오는 딸의 이야기인데 딸 역시 자신을 속이는 부분이 있었다"며 "어머니와 보내는 일주일의 시간에 그들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연기하기도 하고 마법을 사용한다. 그렇게 서로 도달하고 싶었던 진실을 찾게끔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일 관계 경색 질문에... "영화의 힘 믿는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일 관계 경색 질문에... “영화의 힘 믿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서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 유성호

 
평소 아베 정권에 비판적이었고, 영화를 통해 국가주의가 아닌 해체주의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한일관계 경색으로 인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실제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며 <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 등 한국에서 큰 흥행을 거둔 일본 영화인들의 내한이 취소되거나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 질문이 나올 걸 예상했다. 오히려 앞선 질문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며 재치 있게 응수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년 전쯤인가 부산영화제가 정치적 압력으로 개최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며 "그때 전 세계 영화인들이 연대해서 부산영화제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저도 미력하게나마 연대했다"는 말로 답을 시작했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며 영화제가 지금까지 이어졌고 저도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부산영화제가 대응을 잘했고 잘 견뎠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문제와 여러 고난을 겪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하고 서로를 더욱 깊이 내보였는데 이런 형태의 연대가 가능다는 걸 보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올해 이 자리에 저 또한 와 있다. 지금 이 자리엔 영화의 힘을 믿는 영화인들, 기자분들, 사람들이 와 계시다고 생각한다. (중략)

평소 영화 작업할 때 전 일본영화를 한다고 의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시아 영화인이라는 의식은 있다. 프랑스에서도 그랬다. 다만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평소 동시대를 사는 아시아 감독님들에게 자극받고 영감을 얻는다. 저 또한 그분들에게 제 영화를 보일 때 부끄럽지 않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 받은 아시아인영화인상이 제게 의미가 크다. 

이번 영화에서 프랑스, 미국 스태프와 함께 했고, 오늘 이렇게 부산영화제에 왔는데 제겐 눈에 보이는 국가라는 공동체보다 영화라는 공동체가 훨씬 더 풍요롭고 크다는 걸 실감한다. 내셔널리즘과 전혀 무관하게 서로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영화로 연대하고 있는 걸 느낄 때 정말 행복하다. 그런 경험을 거쳐오며 제 영화는 물론이고 저 역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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