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남포동에서의 시작된 야외무대 행사. 김지미 토크쇼

4일 남포동에서의 시작된 야외무대 행사. 김지미 토크쇼ⓒ 부산영화제

  
 <가시꽃> 남포동 야외무대 인사

<가시꽃> 남포동 야외무대 인사ⓒ 부산영화제

   
부산영화제가 태동한 남포동 비프광장이 원로배우 김지미와 함께 부활을 선언했다.

옛 영화를 회복하겠다는 듯 오랜만에 열린 남포동 행사에는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한국영화 역사를 상징하는 배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추억을 떠올렸다.
 
부산영화제 개막 이틀째이자 커뮤니티비프가 시작된 4일 남포동 비프광장은 낮 12시부터 <종이꽃>의 무대인사를 시작으로 행사를 이어갔다. <종이꽃> 고훈 감독과 안성기, 유진 등 출연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영화 상영에 앞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정오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남포동 야외무대에 마련된 좌석들이 대부분 들어차는 등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오후 1시부터 이어진 <종이꽃> 상영은 평일인데도 일반 관객 좌석은 매진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였다.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밝고 따듯하고 웃음이 섞인 영화에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남포동의 열기를 한껏 달궜다.  
 
남포동으로 새 옷 입고 돌아온 영화제
 
남포동에 힘을 잔뜩 불어 넣어 준 것은 김지미 배우의 토크쇼였다. 이날부터 3일간 이어지는 김지미 배우의 토크쇼 첫날엔 2번의 상영과 대담이 이어졌다. 관객들을 위해 마련된 토크쇼 좌석은 모두 들어찼고 무대 주변으로도 사람들이 운집해 1990년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북적였던 남포동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원로배우 김지미

원로배우 김지미ⓒ 부산영화제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챙길 수도 없었던 '미운오리새끼' 같았던 공간이 원로배우의 손을 잡고 백조처럼 화려하게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순간이었다. 평상시 거리를 채우던 노점들은 예전처럼 영화제 기간 중 남포동에서 철수했고, 거리는 시민들의 품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영화제 역시 커뮤니티비프라는 새 옷을 차려입고 고향에서 잔치를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사실 지금의 부산영화제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이 남포동이었다. 부산영화제가 시작하던 때 남포동엔 극장 시설이 몰려 있어 거리에 젊은 관객들로 북적거리게 했다. 당시 외신은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시작한 영화제에 젊은 관객들이 거리에 가득 차 있다'며 20~30대 관객이 70~80%를 차지했다고 놀라워했다.
 
극장이 응집된 구조가 영화제의 성공을 이끌면서 부산영화제는 매해 눈부시게 성장했다. 안전사고가 우려될 만큼 엄청나게 몰려드는 관객들로 영화제측은 해마다 영화제 개최 장소를 놓고 고심했다.
 
남포동은 부산영화제 초기 관객들의 추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남포동 인근에 위치한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 역시 영화제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때만큼은 못했지만, 김지미 토크쇼에 모인 관객들이 20년 전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부산영화제에서 남포동 역사는 외면하기 어려운 단단한 기초석과도 같았다. 올해는 태풍으로 인해 취소됐지만 매해 전야제가 열리는 공간이었다. 이 때문에 이용관 이사장은 2012년 17회 영화제를 앞두고 남포동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영화제의 고향인 남포동을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커뮤니티비프가 이 약속을 지켜낸 셈이다.
 
이날 원로배우 김지미는 커뮤니티비프의 상징적 인물로 부상하면서 남포동을 멋지게 장식했다. 부산영화제 초기, 한국영화의 중심을 이루던 영화인들은 이제 원로가 돼 지난 역사를 회고하며 김지미 배우의 이야기를 즐겼다.
 
김지미 향수에 남포동 북적북적
 
 
 4일 오후 남포동에서 열린 원로배우 김지미와 조진웅, 김규리 배우의 토크쇼

4일 오후 남포동에서 열린 원로배우 김지미와 조진웅, 김규리 배우의 토크쇼ⓒ 부산영화제

 
김지미는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초대형 배우였던지라 이날 행사에 참여한 노년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김 배우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60대 관객은 "예전부터 팬이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나이가 많이 드셨다"라며 그가 전하는 옛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일부 관객은 앞 자리 사람들에게 휴대전화를 넘겨주며 김지미 배우 대담 모습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다. 토크쇼 사이에 상영되는 김지미 배우 주연 영화에 대한 관심도 컸다. 많은 관객들이 광장에서 상영된 <티켓>, <을화> 등을 통해 옛 스타의 열연을 지켜봤다. 

김지미 배우는 이날 대담에서 자신에게 과분한 사랑을 쏟아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모든 게 촬영, 조명 등등 각 분야에서 도움 준 분들의 덕분"이라고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배우는 검열로 인해 소재 제약이 있던 시대를 이야기했고, 후배 배우들에 대한 격려와 성원도 아끼지 않았다.
 
조진웅 배우는 이날 처음 만난 김지미 배우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말하는데, 지금 영화를 찍는다고 할 경우 내가 형사 역할을 맡는다면 김지미 선생님은 조직의 보스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며 그 정도 압도당했다"고 고백했다. 김규리 배우 역시 "레드카펫을 걷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김지미 선생님의 걷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너무 매력적이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두 배우는 김지미 배우에게 '요즘은 동시에 3편 출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당대 동시에 34편에 출연할 수 있었던 초인적 힘의 근원'과, '요즘도 여배우에 대한 제약들이 있는데, 더 많은 제약이 있었던 때 독보적인 여배우의 위치를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지미 배우는 "가난한 시대에 영화 하기 좋지 않은 조건이었고 스타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내가 책임져야 했다"라며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었음을 설명했고, "풍요로운 시대 더 열심히 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또한 "아직까지 남성우월주의가 있으나 이 흐름이 바뀔 수 있다"면서 "지금은 여성이 활발하다, 자기 역할에 열심히 해달라"라고 후배 여배우들에게 조언했다.
 
김지미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관객은 "김지미 배우를 예전부터 잘 알고 있거나 혹시 팬이었냐"라는 질문에 "대한민국에서 김지미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었겠냐"며 "예전에는 정말 예쁘셨다. 나이가 드셨지만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포동 행사에 대해서도 그는 "오랜만에 남포동에서 영화제가 행사가 열리니 사람도 많아진 것 같고 보기 좋다"라고 덧붙였다.
 
커뮤니티비프의 한 관계자는 "(관객들이 영화제) 초반부터 남포동 행사에 관심을 많이 가져 더 정신이 없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한편 관객 참여행사가 중심인 커뮤니티비프는 3일간 이어지는 김지미 토크쇼를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남포동과 광복동, 중앙동 등 원도심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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