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의 2번째 라운드인 디비전 시리즈가 개막했다. 각 리그의 디비전(지구) 챔피언 6팀과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통과한 2팀까지 모두 8팀이 참가하는 5전 3선승제의 토너먼트 라운드다.

4일(한국 시각) 열린 1차전에서 LA 다저스는 젊은 오른손 투수 워커 뷸러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다저스는 뷸러(우), 클레이튼 커쇼(좌), 류현진(좌) 순서대로 디비전 시리즈 선발투수를 예고했다. 4차전은 확실하게 책임질 선발투수가 부족해, 일단 베테랑 리치 힐(좌)이 선발로 등판하여 짧게 던지고 구원투수 이어 던지기로 남은 경기를 운영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올 시즌 평균 자책점 1위를 차지한 류현진(2.32)은 왜 1차전이 아닌 3차전에 등판할까. 선발 등판 순서를 구성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 흐름 가급적 유지, 선발투수 등판 간격도 고려

일단 선발 투수들이 시즌 막판에 등판하던 순서가 있다. 보통 선발투수들은 한 경기를 던지고 나서 4~5일 정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음 경기에 등판한다. 여기서 선발투수 5명 중 부진한 선수를 교체하는 경우는 있지만, 웬만해서는 순서를 잘 바꾸지 않는다.

일단 뷸러의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은 9월 28일이었다. 커쇼의 마지막 선발등판은 9월 27일이었으며, 2일 휴식 후 30일 경기에 구원 등판하여 1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은 29일이었다. 3명의 등판 간격 및 형태, 휴식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일단 뷸러가 가장 먼저 등판하는 것이 순리다.

뷸러가 1차전에 등판했고, 그는 5일 휴식을 취한 뒤 5차전에 나올 수 있다. 2차전에 등판한 투수 역시 4일 휴식을 취한 뒤 5차전 선발 등판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다저스는 만일 5차전까지 갈 경우 일단 뷸러를 5차전 선발투수로 고려하고 있다.

여기서 로버츠 감독은 5차전에 일단 뷸러가 선발로 등판하고, 커쇼가 두 번째 투수로 나오는 경우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가급적 디비전 시리즈를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좋겠지만,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포스트 시즌이다.

실제로 커쇼는 2016년 내셔널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1차전과 4차전 사이 3일 휴식을 취하고 선발로 등판했으며, 5차전에서도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다. 류현진의 경우는 메이저리그에서 구원 등판한 경우가 1경기(세이브) 뿐이며, 그나마 그 등판도 정상적인 선발 등판 간격을 유지하며 4이닝을 던지는 등 사실상 선발 등판이나 마찬가지였다.

동부지구 원정에서 강했던 류현진

류현진과 뷸러, 커쇼 3명의 투수 중 올 시즌 동부지구 원정 경기에서 가장 강했던 투수가 류현진이었다는 점도 이번 선발 등판 순서를 결정하는 데 큰 요인이 되었다. 올 시즌 류현진은 보스턴 레드삭스, 워싱턴 내셔널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뉴욕 메츠를 상대로 동부지구 원정을 치렀다.

우선 7월 15일 펜웨이 파크 원정 경기에서는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 수상자였던 데이비드 프라이스와의 맞대결에서 7이닝 무자책을 기록했다. 당시 수비 실책으로 2실점이 있었는데, 안타를 실책으로 정정하게 되면서 비자책점으로 기록됐다.

다음 7월 27일 내셔널스 파크 원정 경기는 베테랑 어니발 산체스와의 맞대결이었다. 류현진은 6.2이닝 1실점으로 승패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7회말에 후속 투수에 의해 책임주자 실점이 기록된 것만 아니었다면 무실점을 할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8월 18일 선 트러스트 파크 원정 경기에서는 5.2이닝 4실점 패전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이 경기를 시작으로 4경기 연속 부진에 빠졌지만, 올해 류현진이 부진했던 유일한 시기였다. 이 때 발견되었던 밸런스 문제점은 이후 교정을 거쳐 시즌을 무사히 마쳤다. 또한 류현진은 브레이브스와의 다른 대결에서는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가장 최근 동부 원정이었던 9월 15일 시티 필드에서는 제이콥 디그롬과 맞대결을 펼쳤다.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다저스는 경기 후반 결승점을 내 승리했다. 공교롭게 류현진이 후반기 밸런스 문제를 교정하고 극복해낸 경기였고, 이후 류현진은 2경기 연속 승리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로테이션 깨뜨린 내셔널스, 3차전 등판하는 류현진

한편 내셔널스는 포스트 시즌 경험이 없었던 패트릭 코빈(좌)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포스트 시즌 첫 등판이었지만, 코빈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다만 다저스의 선발투수 뷸러가 7이닝 무실점으로 내셔널스 타선을 압도해 버리는 바람에 불운의 패전을 당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던 내셔널리그 다승왕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우)는 당시 경기에서 3이닝을 던지고 구원승을 챙겼다. 만일 정상적인 순서대로 나온다면 스트라스버그는 5일 휴식 후 4차전에나 등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셔널스 입장에서는 리그 다승왕이 4차전이 되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손해였다. 만일 3차전까지 다저스가 3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끝내버린다면, 내셔널스는 올 시즌 풀 타임으로 로테이션을 지켰던 실질적 에이스 스트라스버그를 한 번도 써보지 못하고 패할 수도 있었다.

결국 스트라스버그가 5일 2차전 선발 등판을 자청했다. 이틀만 쉰 뒤 선발로 등판한 스트라스버그는 혼신의 투구로 6이닝 10탈삼진 1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커쇼가 경기 초반 고전하며 3실점한 뒤 안정을 되찾으며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했지만, 다저스 타선이 스트라스버그에게 막히며 패전을 당했다.

다만 내셔널스도 쉽게 승리하진 못했다. 스트라스버그 다음으로 등판한 션 두리틀은 맥스 먼시에게 초구 홈런을 허용하는 등 고전하며 다저스에게 1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다저스의 저스틴 메이가 추가 1실점하면서 다시 2점 차가 되자, 내셔널스는 3차전 등판 예정이었던 맥스 슈어저까지 8회에 등판시키며 간신히 승리를 지켰다.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디비전 시리즈 3차전

내셔널스의 와일드 카드 결정전 투수 운영의 차이로 인해 이번 다저스와 내셔널스의 디비전 시리즈는 그 분위기가 조금 묘하다. 류현진은 예정대로 7일 3차전에 등판하지만, 내셔널스의 3차전 이후 예정 선발투수들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5전 3선승제인 디비전 시리즈에서 3차전 선발투수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팀이 2승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면 3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승 1패 호각일 경우 그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는 3차전 승리 팀으로 넘어올 수도 있다.

만일 로버츠 감독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 시리즈에서도 등판 순서를 그대로 뷸러-커쇼-류현진 순서대로 가게 될 경우, 3차전 선발투수의 역할은 시리즈가 장기전이 되면 더욱 중요해진다. 3차전 선발투수는 4일 휴식 후 승자 독식 게임인 7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3, 7차전 선발투수 때문에 제대로 낭패를 본 사례가 있다. 바로 2017년 월드 시리즈였다. 당시 류현진이 포스트 시즌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대신 3차전 선발투수 역할을 맡았던 투수는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현 시카고 컵스)였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그렇게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던 다르빗슈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월드 시리즈에서 충격의 대형사고를 내고 말았다. 월드 시리즈 3차전에서는 1.2이닝 4실점, 7차전에서 1.2이닝 5실점(4자책)으로 무너진 다르빗슈는 FA 시장을 앞두고 다저스와 영 좋지 않은 작별 인사를 하고 말았다.

4차전 선발투수인 힐이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에 3차전 선발투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점도 있다. 다저스는 경기 후반이 불안했던 이유가 올 시즌 고전했던 불펜 때문인데, 4차전에는 그 불펜의 힘에 의존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다저스의 실질적 4선발이었던 마에다가 불펜으로 갔던 이유도 바로 다저스의 불안한 뒷문 때문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세이브 상황에서는 잰슨을 쓰겠다고 두둔했지만, 그래도 가급적 여유있는 점수 차로 경기를 끝내는 것이 더 좋은 상황이긴 하다.

그런데 5일 경기에서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가 모두 1승 1패 동률이 되면서 다저스와 내셔널스는 각기 다른 이유로 투수 운영이 꼬이고 있다. 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어쩔 수 없이 힐을 시작으로 하여 불펜 이어 던지기로 버텨야 한다. 결국 3차전에 등판하는 류현진에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

리그 최하위 불펜을 보유한 내셔널스는 두리틀과 대니얼 허드슨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구원투수들을 아직까지 "이기는 경기"에선 활용도 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라스버그, 슈어저, 산체스, 코빈이 선발 등판을 책임져준다 치더라도 이들이 마운드를 일찍 내려가면 앞으로의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슈어저가 2차전 8회에 14구를 던지며 아웃 카운트 3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내셔널스의 3차전 선발은 5일 경기가 끝난 시점에선 아직 불투명하다. 1차전 선발투수 못지 않은 중책을 맡은 류현진이 상대 팀 팬들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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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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