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쇼> 포스터

<퀴즈 쇼> 포스터ⓒ Baltimore Pictures


3일 MBC <뉴스데스크>는 '생방송 투표 조작' 논란에 휩싸인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 방송 전부터 경연 미션을 미리 유출하고 합격자 선정을 조작해 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종영한 <프로듀스x101>은 최종 합격한 연습생들의 득표 수에 일정한 규칙이 발견되면서 조작 의혹을 받게 됐다. 최근 경찰은 방송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의 소속사들을 압수수색했으며, 투표 원본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 프로듀서'가 직접 뽑은 아이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프로듀스> 시리즈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시청자의 신뢰를 잃게 됐다.

방송 프로그램의 조작 논란 사태를 보고 떠오른 영화가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영화 <퀴즈 쇼>는 1950년대 미국 NBC 방송국에서 있었던 사건을 통해 매스컴의 거짓을 조명한다. 당시 NBC 방송국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텔레비전 퀴즈 쇼는 두 명의 참가자가 서로 다른 부스에 들어가고 그 사이에 사회자가 위치한다. 두 참가자의 대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퀴즈쇼는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달랐고 각자에게 주어진 문제 중 더 높은 점수를 맞추는 참가자가 승리를 거둔다.
  
 <퀴즈 쇼> 스틸컷

<퀴즈 쇼> 스틸컷ⓒ Baltimore Pictures


대학교수 찰스 반 도렌(레이프 파인즈)은 '퀴즈쇼' 출연 제의를 받게 된다. 당시 퀴즈 챔피언은 허비 스템펠(존 터투로)이라는 남자로 그는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국은 그가 더 이상 스타성이 없고 프로그램을 지루하게 만든다고 판단해, 새로운 챔피언을 세우기 위해 찰스에게 접근한다.
 
3주가 넘게 동점을 기록한 끝에 찰스는 새로운 챔피언 자리에 올라선다. 찰스가 챔피언이 된 이유는 문제 유출 덕분이었다. 제작진은 찰스가 챔피언이 될 수 있게 미리 문제를 찰스에게 알려주었다. 찰스는 대학교수에 아버지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이며 어머니는 소설가이자 잡지 편집자였다. 그는 화제를 이끌기 충분한 인물이었고 제작진의 예상대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폭등한 건 물론 찰스는 각종 잡지의 표지모델과 토크쇼에 출연하며 유명인이 된다.
 
이런 찰스의 성공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가 있다. 바로 전직 퀴즈 쇼 챔피언 허비이다. 허비는 찰스를 공개 비난하며 프로그램의 투명성에 의문을 던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퀴즈 쇼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그럴수록 찰스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과 공포가 커져만 간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서 대중을 속이고 가짜 인기를 얻는다는 점이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만든다.
  
 <퀴즈 쇼> 스틸컷

<퀴즈 쇼> 스틸컷ⓒ Baltimore Pictures

 
<퀴즈 쇼>는 매스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방대한 거짓 속에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건 오직 개인의 양심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TV는 끊임없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물음표(?)를 제공한다. 이 물음표에 대한 답이 궁금하기 때문에 대중은 TV 앞에 선다. 그리고 TV는 진짜 정답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답을 느낌표(!)로 제공한다. 답을 알 수 없는 대중들은 이 느낌표를 진실이라 믿고 현혹된다.
 
영화에서 찰스는 "빌린 날개로 너무 높게 날았던 거죠"라는 대사를 한다. 그는 자신이 거짓 속에서 살아왔음을 안다. 하지만 그 거짓이 너무나 달콤했기에, 어차피 자신을 대신할 누군가가 나타나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위험한 진실보다 안락한 거짓을 택한다. 하지만 태양까지 도달하려다 그 열기 때문에 바다로 떨어져 죽은 이카루스처럼 따뜻한 안락함은 어느 순간 열기가 되어 자신을 집어삼킨다.
 
<퀴즈 쇼>는 '결과 조작'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양심을 조명한다. 매스컴이 가진 비도덕성과 결과주의의 섬뜩함을 보여주면서 이를 경계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여기에 찰스를 통해 개인이 지닌 양심이 거짓을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을 조명하면서 건실하고 진실된 노력이 아닌 조작과 거짓으로 세워 올린 부와 명예는 태양 앞에 이카루스의 날개와 같다는 점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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