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9-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 잘츠부르크 황희찬 선수가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9-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 잘츠부르크 황희찬 선수가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 AP-연합뉴스

 
마치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준비해 온 것처럼 황희찬은 또 한 번 반짝반짝 빛났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 하지만 공격 포인트 합산(득점+도움) 기록으로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황희찬이 단독 1위(2득점 3도움)다.

제시 마쉬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가 한국 시각으로 3일 오전 4시 리버풀에 있는 안필드에서 벌어진 2019-2020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리버풀 FC(잉글랜드)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골잡이 황희찬의 1득점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3-3까지 따라붙었지만 아쉽게도 모하메드 살라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3-4로 패하고 말았다.

최고의 수비수 앞에서 접고 때린 '황희찬'

전반전이 아직 몇 분 더 남아 있었지만 디펜딩 챔피언이 홈팬들 앞에서 3-0으로 달아나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 흐름대로 가다가는 어웨이 팀 잘츠부르크는 호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36분에 터진 모하메드 살라의 왼발 추가골은 잘츠부르크 선수들을 좌절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헤더 슛이 잘츠부르크 골키퍼 시칸 스탄코비치의 선방에 막히기는 했지만 세컨드 볼을 따라서 모하메드 살라가 적절하게 달려든 것이다.

그런데 잘츠부르크를 위한 희망의 불씨가 황희찬으로부터 타올랐다. 점수판이 3-0이 된 뒤 3분 만에 동료 미드필더 음웨푸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오른발 강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잘츠부르크가 한 골을 따라붙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지만 황희찬의 동작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바로 앞에 현존하는 최고의 수비수로 불리는 페어질 판 다이크가 있었지만 황희찬은 침착하게 왼발로 접어놓고 오른발 슛을 멋지게 성공시킨 것이다.

2득점 3도움, 공격 포인트 1위 '황희찬'

황희찬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전에 2골을 더 따라붙어 점수판을 3-3까지 만들기에 황희찬의 움직임은 절정 그 자체였다.

56분에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며 공을 받은 황희찬이 왼발로 감아올린 크로스가 반대쪽에서 아름다운 발리 골로 이어졌다. 황희찬의 크로스 도움을 받은 골 주인공은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 겸 공격수 미나미노 타쿠미였다. 

황희찬처럼 두 게임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 시작한 미나미노 타쿠미는 60분에 절묘한 동점골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여기서도 황희찬의 전진 패스가 빛났다. '황희찬-음웨푸-미나미노 타쿠미'로 이어진 오른쪽 측면 연결은 리버풀 홈팬들에게 설마하는 장면이었지만 4분 전 교체 선수로 들어온 어린 골잡이 엘링 할란드의 왼발 밀어넣기까지 이어졌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자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일정으로 7전 전승을 내달리고 있는 리버풀 FC를 상대로 3골을 따라붙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뉴스였다. 이번 시즌 안필드에 찾아와서 3골을 넣은 팀은 잘츠부르크가 유일하다.

홈 팀 벤치를 지키고 있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눈동자도 몹시 흔들렸다. 2분 뒤에 미드필더 제임스 밀너를 들여보냈고 또 2분 뒤에 골잡이 디보크 오리기를 들여보냈다. 황희찬과 할란드를 앞세운 잘츠부르크를 그대로 내버려뒀다가 뒤집히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69분에 리버풀 팬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결승골이 터졌다. 잘츠부르크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절묘하게 파고들어간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헤더 패스를 넘겨주었고 모하메드 살라가 빠르게 빠져들어가며 왼발 발리 슛을 발등으로 성공시킨 것이다. 강한 슛보다 섬세함을 더해 정확하게 차는 동작이 축구를 배우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지침서가 될 정도로 완벽한 골이었다.

다시 따라붙어야 하는 잘츠부르크는 또 다른 일본인 미드필더 오쿠가와 마사야를 들여보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린 리버풀 선수들의 조직력을 더이상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두 게임에 걸쳐 2득점 3도움을 올려 공격 포인트 부문 단독 선두에 오른 황희찬 덕분에 E조 2위를 달리게 된 잘츠부르크는 오는 24일 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폴리(이탈리아)를 안방으로 불러 챔피언스리그 세 번째 게임을 펼친다.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E조 결과(3일 오전 4시, 안필드-리버풀)

리버풀 4-3 잘츠부르크 [득점 : 사디오 마네(9분,도움-호베르투 피르미누), 앤디 로버트슨(25분,도움-알렉산더-아놀드), 모하메드 살라(36분,도움-호베르투 피르미누
), 모하메드 살라(69분,도움-호베르투 피르미누) / 황희찬(39분,도움-에녹 음웨푸), 미나미노 타쿠미(56분,도움-황희찬), 엘링 할란드(60분,도움-미나미노 타쿠미)]

◇ E조 현재 순위표
나폴리(이탈리아) 4점 1승 1무 2득점 0실점 +2
FC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3점 1승 1패 9득점 6실점 +3
리버풀 FC(잉글랜드) 3점 1승 1패 4득점 5실점 -1
KRC 헹크(벨기에) 1점 1무 1패 2득점 6실점 -4

◇ 챔피언스리그 현재 득점 순위
엘링 할란드(잘츠부르크) 4골
세어주 그나브리(바이에른 뮌헨) 4골
미슬라프 오르시치(디나모 자그레브) 3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3골
황희찬(FC 잘츠부르크) 2골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 2골
루이스 수아레스(FC 바르셀로나) 2골
엠마누엘 보나벤처(클럽 브뤼헤) 2골
멤피스 데파이(리옹) 2골
퀸시 프로메스(아약스) 2골
앙헬 디 마리아(파리 생제르망) 2골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 2골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FC) 2골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 2골
아크랍 하키미(도르트문트) 2골

◇ 챔피언스리그 현재 도움 순위
황희찬(FC 잘츠부르크) 3개
미나미노 타쿠미(FC 잘츠부르크) 3개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 3개
즐라트코 유누조비치(FC 잘츠부르크) 2개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 2개
리야드 마레즈(맨체스터 시티) 2개
마고메드 오즈도에프(제니트) 2개
티아고 알칸타라(바이에른 뮌헨) 2개
코랑탕 톨리소(바이에른 뮌헨) 2개
마르코 마린(츠르베나 즈베즈다) 2개
후안 베르나트(파리 생제르망)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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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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