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 경기에서 손흥민이 시즌 1호골을 성공시키는 모습이다.

지난 9월 1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 경기에서 손흥민이 시즌 1호골을 성공시키는 모습이다. ⓒ AFP/연합뉴스



조금 과장하면 손흥민 혼자서 11명의 뮌헨 선수들과 맞서서 뛴 게임으로 보였다. 게임 초반 손흥민이 만든 두 차례의 역습 기회 중 하나를 멋진 골로 만들며 토트넘의 출발이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수비 라인이 와르르 무너지며 돌아보기 싫은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일 오전 4시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2020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B조 FC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2라운드 홈 게임에서 손흥민의 선취골로 출발은 좋았지만 무려 7골을 내주며 2-7로 역전패했다.

손흥민의 첫 골 기쁨도 잠시

게임 시작 후 6분 만에 홈 팀 공격수 손흥민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동료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의 날카로운 역습 패스를 받아 왼발 인사이드 슛으로 어웨이 팀 바이에른 뮌헨의 골문을 위협한 것이다. 

손흥민의 이 왼발 슛은 독일 국가대표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지만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바라는 토트넘 홋스퍼 홈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이었다. 

그리고 6분 뒤에 손흥민의 진짜 골이 터졌다. 델레 알리가 비교적 높은 위치부터 압박 수비를 펼쳐 상대 수비 실수를 이끌어냈고 탕귀 은돔벨레의 반 박자 빠른 전진 패스를 받아 손흥민이 오른발 대각선 슛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 이번에도 뮌헨 골키퍼 노이어가 손끝으로 공을 살짝 건드리기는 했지만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손흥민의 골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기다려왔던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뛴 득점 기록을 비로소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손흥민 덕분에 누린 토트넘 홋스퍼 팬들의 선취골 환호성은 3분도 지나지 않아서 탄식으로 바뀌었다.

15분, 뮌헨 미드필더 요수아 키미히에게 오른발 중거리슛 동점골을 얻어맞은 것이다. 토트넘 홋스퍼 수비 집중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페널티 지역 밖으로 공을 밀어내기는 했지만 이른바 '세컨드 볼' 대응이 안일했다.

그나브리의 빠른 역습을 간과한 대가가 너무 컸다

점수판 균형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홈 팀 토트넘 홋스퍼에게 추가골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30분에도 손흥민이 오른발 꺾어 때리는 슛으로 뮌헨 골문 왼쪽 구석을 노렸고, 그 이후에도 손흥민의 골을 도운 은돔벨레가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마누엘 노이어의 순발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토트넘은 추가골 기회를 놓친 뒤, 전반전 종료 직전에 역전골을 얻어맞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첫 실점과 비슷한 모양으로 토트넘 수비수들의 집중력 구멍이 커 보였다. 뮌헨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토트넘 수비수 얀 베르통언을 따돌리는 간결한 동작이 일품이었다.

뒤집힌 게임 흐름은 후반전에 접어들어 토트넘 홈팬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토트넘이 이 게임을 통틀어 8개의 유효 슛으로 2골을 뽑아냈으니 25%의 적중률을 보였다면 뮌헨은 11개의 유효 슛으로 무려 7골을 성공시켜 63.6%의 적중률을 자랑했다. '자동문'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토트넘의 수비가 허술한 것 말고도 뮌헨 선수들의 골 결정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간판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전반 종료 직전에 터뜨린 역전골도 모자라 87분에 동료 미드필더 필리페 쿠티뉴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침착하게 추가골을 터뜨리며 대승을 분명하게 확인시켰다. 

레반도프스키의 멀티 골이 평범해 보일 정도로 뮌헨 날개공격수 세어주 그나브리의 득점 감각이 최고점을 찍은 날이었다. 그는 후반전에만 '해트트릭' 대기록도 모자라 보너스 1골까지 보탠 것이다.

사실 세어주 그나브리가 이 게임 뮌헨 역습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을 매우 이른 시간부터 암시하고 있었다. 게임 시작 후 2분도 지나지 않아 홈 팀 토트넘 홋스퍼 센터백 뒤쪽 공간이 훤하게 열렸다. 토트넘으로서는 그나브리의 빠른 공간 침투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을 이미 이 때부터 감지했어야 했다. 

토트넘의 자동문 수비는 53분부터 그 구멍을 크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벤야민 파바르가 왼쪽 옆줄 방향으로 찔러준 공을 향해 달려들어간 세어주 그나브리의 스피드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드리블 방향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물론 위력적인 오른발 마무리 슛까지 뮌헨이 하고 싶은 공격을 다 펼치는 모양새였다. 

그나브리가 열어젖힌 토트넘의 자동문은 딱 2분 뒤에 구멍이 또 하나 생겼다. 뮌헨 가운데 미드필더 코랑탕 톨리소의 전진 패스를 받은 그나브리가 이번에는 왼발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 시즌 이 대회 준우승 팀을 상대로 어웨이 게임에서 점수판을 1-4로 만든 바이에른 뮌헨의 집중력은 실로 놀라웠다.

59분에 토트넘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2-4로 따라붙기는 했지만 질주하는 뮌헨의 득점 행진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83분에도 세어주 그나브리의 역습 드리블 스피드를 제어할 수 있는 토트넘 수비수는 단 1명도 안 보였다. 뒤쪽에서 티아고 알칸타라의 롱 패스가 넘어오는 것이 보였지만 토트넘 수비 라인은 '속수무책' 그 자체였다.

후반전 시간 중 30분 사이를 두고 해트트릭을 완성시킨 세어주 그나브리는 88분에도 동료 미드필더 코랑탕 톨리소의 패스를 받아 이 게임 마침표를 찍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뮌헨 미드필더 코랑탕 톨리소는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최고의 조력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는 놀라운 역사를 쓰면서 유럽 최고의 클럽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토트넘 홋스퍼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추첨 결과가 나왔을 때 방심하지 않는다면 조 2위까지 받는 16강 티켓을 거머쥘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르비아 클럽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물론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게도 순위에서 밀려 최하위(승점 1점, 4득점 9실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결과
(2일 오전 4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런던)

토트넘 홋스퍼 2-7 바이에른 뮌헨 [득점 : 손흥민(12분,도움-탕귀 은돔벨레), 해리 케인(60분,PK) / 요슈아 키미히(15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45분,도움-코랑탕 톨리소), 세어주 그나브리(53분,도움-벤야민 파바르), 세어주 그나브리(55분,도움-코랑탕 톨리소), 세어주 그나브리(83분,도움-티아고 알칸타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87분,도움-필리페 쿠티뉴), 세어주 그나브리(88분,도움-코랑탕 톨리소)]

B조 현재 순위표
1 FC 바이에른 뮌헨(독일) 6점 2승 10득점 2실점 +8
2 FC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 3점 1승 1패 3득점 4실점 -1
3 올림피아코스 FC(그리스) 1점 1무 1패 3득점 5실점 -2
4 토트넘 홋스퍼 FC(잉글랜드) 1점 1무 1패 4득점 9실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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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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