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부산영화제 매표소 앞에 형셩되는 긴 줄. 지난 2015년 14회 영화제 당시 모습

해마다 부산영화제 매표소 앞에 형셩되는 긴 줄. 지난 2015년 14회 영화제 당시 모습ⓒ 성하훈

 
"예매가 매진됐다고 해도 당일 현장에서 구할 수 있는 표도 많습니다. 그러니 너무 낙담할 필요 없습니다."
 
3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매진에 걱정하는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당부했다. 예매 매진에 지레 겁을 먹고 관람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다.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은 데다, 막상 매진이라고 해도 반환표가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1997년 2회 영화제 당시 최고 화제작은 <하나비>였다. 일본영화가 금지됐던 시절이라 부산영화제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보기 힘든 영화다보니 예매는 물론 당일 현장 판매 분도 매표소가 열리기 무섭게 매진됐다.
 
당시 영화제 측은 특별상영 형태로 한 번의 상영을 추가했는데, 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법. 상영 당일 오전부터 티켓 교환 및 환불 부스를 부지런히 오갔다.
 
 1997년 2회 부산영화제 최고 화제작이었던 <하나비>

1997년 2회 부산영화제 최고 화제작이었던 <하나비>ⓒ 성하훈

 
"<하나비> 있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교환 부스를 지키고 있던 자원활동가는 "없어요"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열 번 정도 반복했을까? 상영시간이 다가올 무렵 다시 티켓 교환 부스 주변을 배회하는데, 자원활동가가 손짓을 했다.
 
"반환표가 한 장 들어왔는데, 또 오실 것 같아서 일부러 다른 사람들에게 팔지 않고 빼놨어요"라고 하면서 표를 건네줬다.
 
2001년 6회 영화제 때 상영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과 2004년 <하나와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빛의 속도로 예매가 매진되었지만, 상영 전날 긴장하며 밤새 노숙한 끝에 구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보겠다고 마음 먹으면 매진은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된 것이다. 국내 평균 예매 부도율이 20% 안팎임을 고려하면 반환표가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티켓교환부스를 기웃거리면 매진된 화제작들 표가 여러 장 나올 때도 있다.
 
숨겨진 보물같은 영화 찾는 것도 영화제 '매력'
 
부산영화제에서 당일 현장에서 판매하는 티켓은 작품당 대략 20~30% 정도다. 영화제 측은 구체적인 비율은 밝히지 않는데, 그 이유는 상영관 좌석수나 영화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4천석 규모의 야외상영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나 200석 미만의 상영관이 배정된 작품에 일률적인 현장판매 비율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설명이다.
 
올해는 적지 않은 작품이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상영되는 것도 특징이다. 영화제의 태동지인 남포동에서 관객 주도형 영화제인 '커뮤니티비프'가 열리면서 인기작들의 남포동 상영이 예정돼 있다. 물론 다수의 작품이 예매로 매진됐지만, 그렇다고 당일 좌석이 다 차지는 않는다. 다른 즐길 거리도 많아 해운대보다는 선택의 폭이 더 넒을 수 있다.
 
화제작들과 유명 감독 영화의 매진 속도가 빨라서 그렇지 올해 상영되는 300편의 작품 중에는 보석 같은 영화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재미와 의미, 취향의 차이에 따라 화제작으로 부상한 영화에 실망한 관객들이 의외의 작품에서 만족감을 찾기도 한다.
 
 부산영화제 현장  매표소가 열리는 아침시간의 모습

부산영화제 현장 매표소가 열리는 아침시간의 모습ⓒ 성하훈

 
2009년 14회 부산영화제 당시 최고 화제작이었던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이병헌, 조쉬 하트넷, 기무라 다쿠야 등 한미일 3국 톱스타가 주연인 영화였다. 게다가 <그린 파파야 향기>와 <씨클로>로 칸과 베니스의 그랑프리를 거머쥔 세계적 거장 트란 안 헝 감독의 작품이었으니 엄청난 화제가 되는 건 당연했다. 예매 개시 38초 만에 매진됐고, 예매를 하지 못한 관객들은 현장 판매 티켓을 구하기 위해 이틀 전부터 노숙을 하는 등 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영화는 상당히 난해했다. 초월적인 모습으로 나오는 기무라 다쿠야도 그렇고 극영화에 실험영화와 판타지가 뒤섞이면서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럴 때 감독들이 자주 표현하는 말은 "관객 각자가 알아서 이해하면 된다"는 것. 감독과의 대화에서도 속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았고, 이후 부산영화제의 열기를 바탕으로 개봉했지만, 극장이 텅텅 비면서 흥행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많은 표가 매진돼 남는 표를 사서 들어갔는데, 영화가 너무 좋았다"는 감상평을 매해 볼 수 있는 만큼,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영화들 중에서 보물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부산영화제의 매력 중 하나다. 미래의 거장이 될 젊은 감독의 패기와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부산영화제 당시 4관왕을 차지했던 오멸 감독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나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됐던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2017년 뉴커런츠 상을 수상한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는 그런 영화들 중 하나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