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악동뮤지션

악동뮤지션ⓒ YG엔터테인먼트

 
'김광석 노래 느낌이 난다' 

악동뮤지션의 새 앨범 <항해>의 수록곡 '물 만난 물고기'에 달린 댓글 중에는 위와 같은 얘기가 꽤 있었다. 그들의 노래는 김광석의 노래처럼 가사가 순수하고 예스러운 인상을 준다. 포크/블루스 장르인 '물 만난 물고기'는 악동뮤지션의 음악이 유행가 같기 보다는 자기들만의 세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란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해준다.  

"한바탕 휩쓸고 간 폭풍의 잔해 속에/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한 파도/ 비치는 내 얼굴 울렁이는 내 얼굴/ 너는 바다가 되고 난 배가 되었네

고독함이 머무는 파란도화지 속에/ 죽음이 어색할 만큼 찬란한 빛깔들/ 날아가는 생명들 헤엄치는 생명들/ 너는 물감이 되고 난 붓이 되었네"


바다의 생명력과 바다의 고독함이 느껴지는 첫 소절이다. 폭풍 후의 바다가 햇빛을 받으면서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너는 바다가 되고 난 배가 되었네', '너는 물감이 되고 난 붓이 되었네'와 같이 대구를 이루는 가사에서 특별히 짙은 감성이 묻어나온다.   

"너는 꼭 살아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내 이름을 기억해줘/ 음악을 잘했던 외로움을 좋아했던/ 바다의 한마디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헤엄치듯이 살길/ LIVE LIKE THE WAY WE SING"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 부분이다. 물고기에게 하는 말, '너는 꼭 살아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내 이름을 기억해달라는 가사가 꺾이지 않는 생명력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헤엄치듯이 살길'은 이 곡을 작사-작곡한 이찬혁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담아내고 있다. 노래와 말과 헤엄은 모두 흐르는 속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자유롭다. 
 
악동뮤지션 <항해> 앨범 자켓 이미지

▲ 악동뮤지션<항해> 앨범 자켓 이미지ⓒ YG

 
"한바탕 휩쓸고 간 폭풍의 잔해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마지막 작품/ 독백의 순간을 버티고야 비로소/ 너는 예술이 되고 또 전설이 되었네

너는 꼭 살아서/ 죽기 살기로 살아서/ 내가 있었음을 음악 해줘"


이 곡의 멜로디는 언뜻 들으면 몸이 들썩일 만큼 신나지만, 그 안에는 어딘지 모를 쓸쓸한 정서도 담겨 있다. 이 곡을 귀로 듣기 전에 가사를 먼저 읽었는데, 그때 나는 분명히 멜로디가 차분하고 조금은 슬픈 분위기일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막상 곡을 들어보니 가사와 달리 흥겨운 리듬의 반전이 있었고, 역시 뻔하거나 식상한 음악과 악동뮤지션은 거리가 있는 팀이란 걸 확인했다. '너는 꼭 살아서/ 죽기 살기로 살아서/ 내가 있었음을 음악 해줘'라는 가사에선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마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보여준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떠올리게 한다.

죽기 살기로 살아내고자 하는 건 비단 바닷속 물고기뿐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의 땅 위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고단한 삶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버티며 죽기 살기로 꼭 살아내야 한다. 

이찬혁은 지난달 26일 <물 만난 물고기>(수카)라는 이 곡과 동명의 소설을 출간했다. 그의 소설 데뷔작이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물음과 소중한 것을 지켜나가는 것의 의미, 빛나는 삶의 순간에 대한 이찬혁만의 자유롭고 진중한 시선이 담겼다고 출판사는 소개하고 있다.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이찬혁은 소설까지 쓰며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임을 또 한 번 보여줬다. '물 만난 물고기'는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자유와 통제, 사랑의 환희와 상실의 상흔 등을 담은 책이다. 

이찬혁은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컴백하며, 더 깊고 넓어진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항해>라는 앨범명과 '물 만난 물고기' 등의 노래에서 그가 바다에서 보낸 시간들에 묻은 상념과 감성이 배인 듯하다. 삶에 대한 고민과 깨달음이 '물 만난 물고기'에 스며들어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과 세상,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는 "평소 가진 생각을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이런 바람을 소설로 풀어내며 또 한 번 신선한 결과물을 대중에게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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