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플리카> 포스터

영화 <레플리카> 포스터ⓒ 조이앤시네마

 
가족이 목숨을 잃으면 남은 가족 구성원들의 삶은 깊은 수렁에 빠진다. 다시 불러볼 수 없는 가족의 이름, 가족의 소지품 같은 흔적들을 부여잡고 그저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렇게 죽은 이를 불러보지만 다시 그를 불러낼 방법은 없다.

만약 죽은 이의 두뇌와 DNA를 이용해 그 사람을 복제하여 살려낼 수 있다면 어떨까. 가족들은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현실에서 인간 복제 기술은 윤리적인 문제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만약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 과감히 비용을 지불할 지도 모르겠다. 
 
SF 장르를 빌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영화 <레플리카>는 SF 장르를 빌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윌 포스터(키아누 리브스)는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를 로봇으로 복제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 책임자다. 두뇌 구조를 파악하고 인간의 두뇌를 그대로 복제해 기계 몸에 이식하는 것을 연구한다. 전형적인 일 중독자이지만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는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내 모나(앨리스 이브)는 그런 윌을 이해하면서 아이들에게 윌이 왜 그렇게 바쁜지를 잘 설명하고, 힘들어하는 남편도 위로할 줄 하는 존재다. 그래서인지 윌은 연구소의 일이 매번 실패할지라도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로 도전할 기운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사고로 가족 전부를 잃은 윌의 모습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 사실 그 사고가 윌 본인만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영화 내내 죄책감을 느낀다. 아내, 그리고 세 아이를 물 속에서 건져내고 오열하는 윌의 모습에서 그가 느끼는 절망감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연구를 응용해, 죽은 가족들의 뇌에 남겨진 정보를 이용하여 인간복제를 진행한다. 그건 실험이 아니고 윌 자신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그가 느낀 절박함은 불법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고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프로젝트에 매달리게 만든다. 

중간중간 집안에 남겨진 가족들의 흔적은 그를 더욱더 괴롭게 한다. 아이가 그린 그림, 가족들과 찍은 사진들, 아이 키를 쟀던 흔적 등 그런 가족이 남긴 모습을 보면서 윌은 더욱 의지를 다진다. 영화는 내내 윌이 복제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그리는데,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윌의 감정적인 측면에 더욱 집중한다. 반면 과학적 설명이나 이야기 상의 논리는 일정 부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영화는 좀 더 속도감을 가지게 되고, SF 장르보다는 가족 모험극에 가까워진다.

죽은 가족을 복제하는 주인공
 
 영화 <레플리카> 스틸 컷

영화 <레플리카> 스틸 컷ⓒ 조이앤시네마

 
윌은 직장 동료(토머스 미들디치)와 복제인간을 만들고 실제로 자신의 가족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직장 업무에 소홀했으며 회사 장비를 훔쳐 사용하는 바람에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는다. 그가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결국 취소된다.

사실 윌은 애초에 일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사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비극적인 경험을 하면서 좀 더 가족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일을 포기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곁에 있는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하게 곁에 있을 것만 같은 가족과 한순간에 이별을 할 수도 있다. 일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과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도 인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가족을 별로 알지 못했던 윌은 복제를 위해 죽은 가족들의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그제야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때 윌의 당황스러운 표정은 그가 얼마나 가족들을 몰랐는지를 드러낸다. 그는 바쁜 연구 속에서도 짬을 내려 노력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가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말없이 그의 옆을 지켜주고 조언을 해준 아내만이 윌을 이해하고 그의 편이 되어준 유일한 존재다. 복제인간으로 돌아온 아내 모나는 그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오히려 남편을 걱정한다. 

영화 <레플리카>는 복제인간의 윤리적 판단이나 논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 기술을 실행해야만 가족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남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을 찾는 것에만 집중한다. 윌은 영화 내내 가족들에게 자신과 그들의 비밀을 감추지만, 그는 결국 가족들과 모든 것을 나눈다. 영화 후반부에는 악당이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영화 속 등장인물 중 하나였던 그가 갑자기 악당으로 변하는 모습은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위기 상황을 만들어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영화 <레플리카> 스틸 컷

영화 <레플리카> 스틸 컷ⓒ 조이앤시네마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 내내 평소보다 더 낮은 저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윌이라는 인물이 가진 진중함을 표현하는 한 편, 약간 기계적인 음색을 내면서 그가 기존에는 로봇 같은 성향의 연구자였다는 사실을 내내 관객에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대부분의 러닝타임에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하면서 영화 중반까지는 거의 일인극에 가까운 전개를 보여준다.

일 중독자였던 윌이 절실히 가족을 다시 찾는 캐릭터로 변모하는 과정이 키아누 리브스의 얼굴에 담겼다. 실제로 연인을 잃은 키아누 리브스의 감정이 영화에 그대로 담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 <레플리카> 속의 그의 연기는 좀 더 절박하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논리적 전개가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주제에 집중하면서 영화적 속도감과 재미를 잃지는 않는 SF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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