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 90> 포스터

영화 <미드 90> 포스터ⓒ 오드 AUD

 
사춘기. 내 인생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고, 거대한 변화 속에서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없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9월 25일, 매력적인 성장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1990년대 중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10대들을 담은 영화 <미드 90>는 열세 살 소년 스티비(서니 설직)가 자신의 온 몸을 부딪혀가며 혼돈과 방황의 시절을 통과해 나가는 과정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스티비는 엄마, 그리고 이부형제인 고등학생 형 이안(루카스 헤지스)과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아직 어린 아들들에게, 그것도 아들의 생일에 자신이 요즘 만나는 남자에 대한 투정을 할 만큼 철이 없다. 정서 불안을 앓는 형 이안은 시도 때도 없이 스티비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스티비는 거울에 비친 멍 투성이가 된 몸을 보며 가슴에 든 멍을 세게 누른다. 그렇게 자신의 통증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자신이 느끼는 아픔을 실감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영화 <미드 90>의 한 장면

영화 <미드 90>의 한 장면ⓒ 오드 AUD

 
방황하는 어린 소년은 자신을 반겨주는 이가 있다면 누구라도 붙잡을 준비가 되어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어른들에게 건방진 농담을 내뱉는 동네 형들을 쫓아 보드 가게에 들어간 스티비의 10대는 그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바뀌게 된다. 어른들의 눈에는 비행 청소년에 불과하지만 스티비에겐 누구보다 더 멋진 형들이다.

스티비는 이들과 함께 스케이트보드 가게에서 시간을 때우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주고받고, 어른들 몰래 담배를 피운다. 또 LA 시내를 돌아다니며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파티에 몰려다니면서 술도 마시며 가족들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소속감을 이들에게서 느낀다. 하지만 스티비의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반항심은 커져만 가고, 그의 방황은 스스로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힌다. 

이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은 무리 중 영화 감독을 꿈꾸는 '4학년'(지능이 4학년 수준이라고 붙여진 별명)의 비디오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다. 누군가는 이 VHS 테이프를 보고 아이들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혀를 끌끌 찰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VHS 테이프 이면의 모습, 이들 각자가 나름의 문제들을 껴안고 수많은 고민 속에서 하루하루를 전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자의 10대를 추억하게 만든다. 
 
 영화 <미드 90>의 한 장면

영화 <미드 90>의 한 장면ⓒ 오드 AUD

 
1990년대 중반 LA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당시 유행했던 패션과 음악을 통해 향수를 자극한다. 게다가 16mm 필름이 주는 거친 질감, 과감한 편집과 롱테이크 등을 이용해 9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마저 물씬 풍긴다. 사춘기의 방황과 성장이라는 주제 의식은 그 시대 청춘이 아니었던 관객들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킬링 디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서니 설직은 나이(2005년생)와는 무관하게 주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루카스 헤지스의 짧지만 강렬한 연기가 정서적으로 연약하고 폭력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살림으로서 스티비의 방황에 개연성을 더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스티비가 우상화하는 형들은 실제 프로 스케이트 보더들인데 연기가 처음인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수퍼배드>, <디스 이즈 디 엔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에서의 코믹한 캐릭터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조나 힐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이전에도 여러 영화의 각본 작업에 참여 한 적은 있지만 연출은 <미드 90>이 처음이다. 이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의 차기작이 기대 될 만큼 감독 데뷔는 꽤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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