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배트맨' 시리즈의 악역 '조커'가 오리지널 캐릭터로 새롭게 탄생했다. 

영화 <조커>는 지극히 평범했던 인물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희대의 악인 조커로 변하는 과정을 그린다. 광인이자 악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조커'는 미국 DC코믹스 만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그를 현실 세계에 데려와, 그가 왜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의 주변 환경과 사회 분위기를 통해 설명한다. 

극중에서 코미디언을 꿈꾸는 아서 플렉은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데 전혀 재주가 없는 인물이다. 매일 하얀 삐에로 분장을 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폐업하는 CD가게를 홍보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보며 웃어주지 않는다. 

'웃음'은 이 영화의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아서 플렉은 뇌 신경의 손상으로 감정과 상관 없이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 그는 상대방이 화를 내고 있는데 웃기도 하고,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자리에서도 자기가 먼저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곤란해 한다. 혼자 웃고 있는 아서 플렉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웃지 않는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웃음을 전하고 싶었던 아서 플렉이 좌절하게 되는 이유다.

고담시를 장악한 광대시위대
   
이는 영화 속 배경인 1980년대 고담시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몰락 직전의 고담시 사람들에겐 여유가 없다.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은 고통 받고, 누군가는 더 약한 사람의 몫을 빼앗아 생을 이어간다. 그러나 가진 자들은 시민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다. 30여 년 전의 가상 도시를 그리고 있지만 그 풍경은 2019년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아서 플렉이 첫 번째 범죄를 저지르고 난 뒤, 고담시를 장악한 광대 시위대는 지난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는 아동 학대, 양극화, 노동 인권, 소수자 차별 등 다양한 문제를 건드리며 왜 착하고 평범했던 아서 플렉이 '조커'로 변해가는지 보여준다. 고담시 시민들이 조커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담시의 '밥맛'을 사라지게" 해줬기 때문. 극중에서 조커가 죽이는 인물은 가진 자이거나, 타인을 괴롭히고 비웃는 등 대체로 나쁜 사람들이다. 조커의 행동은 분명히 동의하기 어려울 만큼 잔인하다. 그러나 그를 보다 보면 어느 정도는 그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위험한 요소이기도 하다.

CNN은 28일(현지 시각) <조커> 개봉을 앞두고 미국 연방수사국과 경찰, 육군 등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 당시 '조커'에 빠진 한 20대 남성이 미국 콜로라도 주의 한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이번에도 미 당국은 모방 범죄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는 쓸쓸하고 외로운 아서 플렉부터 우아하고 자신감 넘치는 '조커'가 된 모습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즉흥 연기를 펼치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심경의 변화를 겪는 아서 플렉이 냉장고에 들어가는 모습도 이렇게 탄생한 명장면이다. 

<조커>는 코믹스 영화 사상 최초로 제76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여느 코믹스 영화들과 달리, 화려한 스펙터클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극장을 나서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좋은 사회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한 줄 평: 악당 '조커'의 탄생을 통해 우리 시대를 풍자한 한 편의 우화
별점: ★★★★(4/5)
 

영화 <조커> 관련 정보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 로버트 드 니로, 재지 비츠, 프란시스 콘로이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러닝타임: 122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9년 10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