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음악창작지원센터에서 JTBC <슈가맨2>의 음원 수익 정산 미비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19일 서울음악창작지원센터에서 JTBC <슈가맨2>의 음원 수익 정산 미비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최근 주요 방송국들이 제작하는 음악 예능을 둘러싼 출연료 및 각종 수익 배분 문제가 연예계 화두로 떠올랐다.

먼저 지난 9월 25일 <일간스포츠>는 Mnet 예능 프로그램 <퀸덤>의 출연 가수가 안무비, 편곡비, 의상제작비 등 제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품질 높은 무대 연출을 위해서는 거액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가수와 소속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이에 대해 Mnet 측은 "출연료 외에 경연에 소요되는 비용을 계약서에 따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19일에는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공정한 음악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대모임(이하 음악연대)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슈가맨2>가 가수 멜로망스의 리메이크 음원 제작 비용을 정산해주지 않았고, 'You' 음원 발매로 인한 수익도 가수에게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음악연대 측은 "JTBC <싱포유>(2017)도 출연자에게 출연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제작비와 음원수익에 대한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JTBC는 당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방송계 음악 프로그램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각종 순위 프로그램 역시 철저히 출연진(가수)의 희생을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새벽부터 준비하는 음악 순위 프로... 출연료는 쥐꼬리 수준
 
 지상파 3사 주요 음악 순위 프로그램

지상파 3사 주요 음악 순위 프로그램ⓒ KBS/SBS/MBC

 
현재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음악 채널에서 제작되는 주간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대부분 많지 않은 출연료를 제공한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케이블 채널 한 곳에서는 5만 원, 지상파 방송국 한 곳에서는 11만 원"을 지급하는 수준이다(2019년 9월 23일 <한국일보> 출연료 고작 5만원, 음원 수익은 쥐꼬리... 음악방송이 강요하는 열정페이). 이는 10여 년 전 신인 가수들이 받았던 금액과 별반 다르지 않다(2008년 4월 14일 <동아일보> 출연료 10만원에 준비는 100만원 "헉!"). 해당 기사에서 음반 기획사 관계자는 1998년에 IMF로 삭감된 이후 오르지 않다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상 20여 년 동안 출연료가 고정돼 있는 셈이다. 그 사이 물가상승률조차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반면 가수 측이 준비하는 비용은 한 회 수백만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니저, 의상 코디네이터 등 필수 인력 유지를 위한 인건비를 비롯해 무대 의상, 헤어 및 메이크업 비용, 식대, 주유비 등 각종 경비 투입이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음악 프로그램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가수들은 이른 새벽에 출근해 리허설을 준비하고, 저녁 생방송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루 16시간 이상 할애해야 하는 꽤 부담스러운 스케줄인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비현실적인 출연료이지만, 개선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종 음악 예능도 사정은 비슷
 
 Mnet <퀸덤> 포스터/ JTBC <싱포유> 포스터

Mnet <퀸덤> 포스터/ JTBC <싱포유> 포스터ⓒ CJ ENM, JTBC

 
경연을 진행하는 다른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기존 곡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편곡을 고려해 음악 순위 프로그램보다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가수와 소속사가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풍물패 등 여러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나마 이들 프로그램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Mnet <프로듀스101>는 연습생들에게 출연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Mnet 측은 "(회당 출연료는 없지만) '나야 나' 음원 수입을 1/101로 101명 모두와 나눌 예정이며 콘서트를 개최하면 (30여 명 출연자에 한해) 회차별로 출연료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2018년 방송된 <프로듀스48>부터 연습생은 회당 10만 원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이득이 아니냐"며 저액의 출연료를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종 음악 프로그램은 엄연한 방송사의 콘텐츠고 방송국은 이를 통해 광고 수익 등을 얻는다.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착취와 다를 바 없다. 방송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폐단... 방송 품질 저하의 주범?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기 때문에 출연료 현실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27일 방송된 KBS 2TV <뮤직뱅크>의 경우 0.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도 채 되지 않지만 최근 두 달 사이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SBS <인기가요> MBC <쇼! 음악중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만 핑계 삼기엔, 분명 방송국들의 제작 방식은 구시대적인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문화예술계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이 정착되면서 드라마와 영화 등의 업계에서는 제작 악습 타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음악 프로그램 쪽에선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저임금 저비용' 방식에만 기댄 고품질 제품(콘텐츠) 생산은 당연히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순위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음악 예능이 해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눈길밖에 놓이게 된 요즘 상황은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유명 스타들이 빌보드 순위 석권, 각종 해외 시상식 무대 등장 등 영화 같은 상상을 현실로 이뤄내는 동안, 국내 TV 음악 프로그램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쥐꼬리 출연료와 같은 희생을 여전히 가수들에게 요구한다. 이건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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