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 90> 스틸컷

영화 <미드 90> 스틸컷ⓒ 오드 AUD

 
<미드 90>은 1990년대를 사랑한 '조나 힐'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특히 배우로 알려진 '조나 힐'의 연출, 각본이라는 타이틀이 놀라운 데뷔작이다. 1990년대 중반 미국 LA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경험을 녹여냈다. 한 아이의 성장을 통해 밀레니엄 세대(1980-1990년대 태생)의 유년시절을 들여다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1990년대 미국 문화를 담았다. CD, 스케이트보드, 닌자 거북이, 조던 운동화, 비디오 게임, 믹싱 테이프, 힙합 등은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한다. 4:3 화면 비율과 화면의 거칠기, 디지털화 하기 전 필름 영화, 홈 비디오, 혹은 뮤직 비디오의 레트로 감성이 가득하다. 마치 1990년대 플레이 리스트를 뽑은 듯한 음악도 인상적이다.

알을 깨고 나온 세상의 모든 스티비를 위하여
 
 영화 <미드 90> 스틸컷

영화 <미드 90> 스틸컷ⓒ 오드 AUD

 
'스티비(서니 설직)'네는 아빠는 없고, 엄마(캐서린 워터스턴) 혼자 일하며 아이들을 돌본다. 터울이 큰 형 '이안(루카스 헤지스)은 때리거나 구박하기만 할 뿐 곁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스티비는 늘 혼자다. 스티비의 유년은 너무 가혹하다. 작고 여려 스스로 존재를 증명해야만 한다. 스티비의 일상은 세차게 부딪히고 깨지는 일이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이 세상이란 알을 깨고, 너만의 길을 가라'라고 말했다. 스티비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비로소 해방감을 느꼈다. 좁았던 세상을 박차고 나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그룹과 친해지고 술, 담배, 여자를 알아간다. 이들은 모두 소외된 아이들이다. 가난, 가정폭력, 차별과 가까이 있었고, 현실을 부정하듯 몰려다닐 뿐이었다. 부족할수록 더 크게 떠들어댔고, 으스대며 아무렇지 않는 듯 행동했다. 오히려 '열심히 노력하는 인생 뻔해'라며 회피하려고만 한다. 현실을 부정해야 조금이라도 편하기 때문이다.

스티비는 또래에 비해 작은 키 때문에 더 자신을 드러내야 했다. 그 방식이 아픈 희생이라 할지라도 스티비는 도전하고 부딪힌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 보면 내 인생이 최악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의 인생을 들어보면 바꾸기 싫은 게 자기 인생이다. 나만 불행한 것 같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다른 사람이 보인다.

시대를 초월해 변치 않는 세대 갈등
 
 영화 <미드 90> 스틸컷

영화 <미드 90> 스틸컷ⓒ 오드 AUD

 
1990년대 미국 LA의 기성세대는 '판자 쪼가리'나 타고 '거적데기'나 걸치는 버릇없는 십 대라 치부했다. 그때 아이들은 훈계에 벗어나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고 자신만의 화법이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던 십 대도 나이가 들면 변하게 되어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만 먹었다고 끝이 나이라는 사실을, 마음은 그대로지만 이제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슬픈 현실 말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1990년대 10대를 보낸 세대가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1983년 생 감독 '조나 힐'의 유년시절 분신이 '스티비'이라면, 현재의 분신은 '레이'일지도 모른다. 무리의 리더 '레이(니-켈 스미스)'는 스케이트보드로 성공하고 싶어 한다. 선을 넘을 때면 언제나 중재하거나 <문라이트>의 '후안' 처럼 조언으로 다독이는 인물이다. 스케이트보드의 역동성과 전진을 인생과 비유하며 스티비의 성장통을 응원하는 조력자다. 그저 그런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영화 <미드 90>은 험난한 정글 안에서 아무도 돌봐주지 않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어서야 하는 고군분투가 담긴 영화다. 그때의 감성과 추억을 재현하는 방법을 가져와 다독이듯 말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 스케이트보드, 힙합 등 공통분모가 없더라도 여전히 공감된다. 내 이야기 같은 흑역사를 재현하고, 영화의 스타일 자체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찬란했거나 잊고 싶었던 과거, 다시 오지 않을 꿈같은 유년시절을 스크린에 소환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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