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빠앙' '퍽' '띠용' 가벼운 소리부터 둔탁한 울림이 무대를 채운다. 배우들의 과장된 몸동작과 이야기가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조명이 비춰짐에 따라, 배우들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울상을 짓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빵' 터져 나온다.
 
 
 연극 <스카팽>

연극 <스카팽> ⓒ 국립극장


입소문이 터져 매진 행렬을 잇고 있는 <스카팽>은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극이다. 비극만이 예술로 평가받던 17세기, <동 주앙> <수전노> <타르튀프> 등 작품을 통해 특유의 유머, 날카로운 사회 풍자로 가득한 코미디로 연극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을 받는 몰리에르의 <스카팽의 간계>를 원작으로 한다. <스카팽>은 몰리에르가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 희극 양식인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등장하는 하인 '스카피노'에서 유래한 캐릭터다.
 
극이 시작되자, 마치 장터에서 극이 열린 것 마냥 정겹다. 배우가 인사를 전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하회탈을 연상케 하는 탈을 쓴 이는 바로 몰리에르. 그가 극단을 시작하고, 운영하다 빚 때문에 교도소에 투옥되는 등, 그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노래하듯 운율이 느껴지는 그의 입담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그의 다리의 움직임과 하나의 소리를 완성하며 관객의 뇌리에 꽂힌다.
 
이어 등장하는 배우들은, 주거니 받거니 맞깔스러운 장면 장면을 완성한다. 정략결혼을 약속한 재벌 아리강뜨와 제롱뜨가 해외에 나간 사이, 아리강뜨의 아들 옥따브가 다른 여성과 덜컥 결혼을 해버린 것. 옥따브는 아리강뜨에게 혼날 것이 무서워, 제롱뜨의 하인 스카팽에 이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제롱뜨의 아들 레앙드르 역시 집시 여인 제르비네뜨와 사랑에 빠졌다. 이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스카팽은 꾀를 내는데, 이는 곧 해학으로 다가온다. 탈을 쓰고 양반을 조롱하며, 풍자를 그렸던 우리네 탈춤마냥, 스카팽은 아리강뜨와 제롱뜨를 들었다, 놨다 한다. 교묘하게 이들의 감정을 건드리다가, 어리숙하게 들키기도 한다.
 
특히 이 과정은 몰리에르가 바라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극을 한 번 더 바라보게 하는 힘이 되고,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가 된다. 극을 바라보는 몰리에르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이어서 해"라고 한마디 한다. 객석은 웃음바다다. 배우들 사이에 흐르는 '틈'이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 것이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한 박자 쉬고' 반응하는 그 '간극'이 참 절묘하다. 배우들의 찰떡같은 호흡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포인트'다. 
 
<스카팽>은 관객들의 배꼽만 잡지 않는다.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함까지 겸비했다. 여성을 보고 "괜찮은데?"라는 친구에게 "무슨 물건이야?"라고 응수하는가 하면, 상대 자식의 문제를 삼으며 엄마에게 가정교육을 운운하는 이에게 "엄마만 가정교육 시키라는 법 있어요? 아빠로서, 교육의 책임은 다 했나요?"라고 쏘아 붙인다.
 
 
 연극 <스카팽>

연극 <스카팽> ⓒ 국립극장


결혼과 출산에 대해 늘어놓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결혼? 돈 없이 사랑을 완성할 수 있나? 나 같은 '기생충'은 완성을 하고 싶어도 못하지. 뭐? 애를 낳아? 무슨 돈으로 애 낳고 키워? 첫째 낳으면 '애미야, 둘째는?' 둘째 낳으면 '셋째 낳으면 나라에서 돈 준대', 무슨 자판기야? 애 낳으면 돈 준다고 하지 말고 흙수저도 행복하게 사랑하게 해 주세요"
 
"결혼하는 사람들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멍청한 사람, 돈 없는 사람, 마조히스트. 미국 농담."


그러면서도 '사랑'에 대한 메시지도 전한다. 때문에 안방극장에서 보는 듯한 '막장' 형식으로, 혹은 '진부하다'는 표현으로 마무리 되지만, 허무맹랑하지 '않게' 느껴진다. 코미디라고 해도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속을 찌르는 통쾌함에 메시지를 담아, 웃음 안에 적절히 버무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사랑의 묘약이지. 자꾸만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 또 다른 감옥에 자기를 스스로 가두려 한단 말이야?"

연출은 임도완이 맡았으며, 배우 이중현이 스카팽, 성원이 몰리에르로 분한다. 박경주, 이수미 등 국립극장 시즌 단원들이 함께 호흡한다. 9월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스카팽>

연극 <스카팽> ⓒ 국립극장

 
연극 스카팽 임도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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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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