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구글에서 비틀즈가 사라졌다. AI(인공지능)조차 기억상실증에 걸린 거다. 주인공 잭 말릭(히메쉬 파텔 분)이 자동차에 치이기 직전 온 세상에 일어난 순식간의 정전 때문이다. 그 사건 후 오직 잭만 비틀즈를 기억한다. 영화 중반부에 노부부의 기억이 합류하지만. 기운 빠진 무명의 뮤지션 잭에게 우주적 힘이 전격적으로 쏠린 거다. 이 얼토당토않은 설정은 영화 안팎에서 비틀즈 리바이벌을 겨냥한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동명의 노랫말에다 폴 메카트니가 그 곡을 발표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해피엔딩을 버무린 로맨틱 코미디다. 그 스토리텔링 중 두 사항을 곱씹게 하는 해피엔딩이 내겐 인상적이다. 성공 가도에 들어선 잭이 돈방석을 걷어차고 얻은 행복이라 그렇다. 동기 유발자는 잭의 (여자)친구이자 매니저였던 엘리(릴리 제임스 분)다. 여기서 (여자)는 엘리를 사랑하면서도 자각하지는 못한 잭의 감성을 가리킨다.   
 
첫 번째 사항은 배타적인 저작권 독점에 관한 것이다. 영화는 비틀즈의 생전 동선을 답습하며 빙의하듯 노래를 수집하는 잭을 조명하여 그 문제를 암시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의 모방 속 공유정신과 열광하는 팬심이 스타를 탄생시킨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그리하여 대규모 공연 실황 중에 행해진 잭의 양심선언과 음원 내려받기 무료화 실행을 통해 나름 견해를 밝힌다.  
   
실제 <예스터데이>는 비틀즈 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의 남은 가족들의 저작권 보장이 없었으면 제작하기 힘들었을 게다. 그 드문 공헌에 감사를 표하듯 대니 보일 감독은 존 레논(로버트 칼라일 분)을 호명한다. 그의 깜짝 등장을 통해 두 번째 사항인 "평범한 게 좋은 거야"가 부각되며 영화는 해피엔딩 국면으로 접어든다.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유명세의 급물살 탓에 엘리를 놓친 잭에게 평범에 이르는 길은 엘리를 잡는 거다. 더군다나 존이 귀띔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서 사랑한다고 말해.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모두에게 진실을 말해 봐"는 잭의 욕망에 부합한다. 음원 무료화가 양심의 가책을 떨구는 일이라면, 엘르와 함께함은 본능적 기꺼움이다. 둘 다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느라 떼돈과 세계적 명성에 등돌린다. 그게 평범한 행복이라는 역설이다.  
   
그걸 입증하듯 영화는 단란한 가족을 이룬 뮤지션 잭의 일상적 모습을 제법 길게 훑는다. 그 해피엔딩의 엔딩곡이 '헤이 쥬드'라는 게 난 재밌다. 폴 메카트니가 존 레논의 아들 줄리아노에게 감동해서 지은 노래여서다. 그 가사는 존을 향한 폴의 조언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존이 되받아 잭에게 써먹은 셈이다. 잭이 '헤이 쥬드'의 사연을 묻는 팬에게 친구 아들 얘기라며 얼버무리는 장면은 사실에 근접한 연출인 거다.  
  
그렇듯 <예스터데이>의 감칠맛은 대니 보일 감독이 보일 듯 말 듯 삽입한 비틀즈의 숨은 그림 찾기에 있다. '예스터데이'가 1965년 음반 '헬프'의 14곡 중 한 곡으로 들어간 사실을 비튼 연출도 그 중 하나다. 잭이 전 세계 팬이 지켜볼 수 있는 공연 실황에서 사랑 고백 직전에 간절하게 '헬프'를 노래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내겐 히메쉬 파텔의 싱크로율이 자연스레 돋보이던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예스터데이>는 노래를 만든 폴 메카트니의 사연을 처음과 끝에서 활용한다. 생존자의 입김이 세게 작용했다기보다, 폴의 서정적 노래가 로맨스에 어울려서일 게다. 어쨌거나 상황이 좋아지도록 역전을 꾀하라는 '헤이 쥬드'는 지금 여기에 뿌리 내리는 평범함을 옹호한다. 문득 궁금하다. '헤이 쥬드'를 만들 당시 존은 오노 요코를 만나기 전이여서다. 오노 요코는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영화 <예스터데이> 포스터

영화 <예스터데이>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유경 시민기자의 브런치 https://brunch.co.kr/@newcritic21/25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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