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올스타전 현장에 나와 있는 이동근 캐스터

V리그 올스타전 현장에 나와 있는 이동근 캐스터 ⓒ 이동근


 
지난 21일, 새로운 시즌의 전초전 격인 순천 코보컵이 개막하면서 다가오는 2019-2020 V리그 정규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2019 순천·MG 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부터 다른 팀으로 이적한 이적생들, 주전 선수들을 대신해 깜짝 활약을 펼친 라이징 스타들까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코보컵 중계를 보다 보니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볼 때면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캐스터의 진행을 자칫 쉬워 보이고 당연한 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매번 라이브로 진행되는 생중계를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문득 캐스터의 시각이 궁금해졌다. 팬들과 한 시즌을 함께 하는 캐스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과를 살고 있을까? 캐스터의 삶을 알고 싶어서 SBS 스포츠 이동근 아나운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이 캐스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언제부터 캐스터 일을 하게 되었는지?
"2009년부터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중계를 하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SBS 스포츠로 이적했다. 원래 야구, 농구 중계만 하다가 KBSN 스포츠에만 있던 배구 중계권이 SBS 스포츠로 넘어오면서 배구 중계를 시작하게 되었다. 배구 중계를 한 지는 이제 7년 정도가 된 것 같다."

- 스스로 생각했을 때 본인의 중계 스타일은 어떤가?
"종목마다 다른데 배구는 KBSN 스포츠 강준형 아나운서와 신승준 아나운서에게서 배웠다. 특히 강준형 아나운서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KBSN 스포츠 캐스터들이 정석을 따르는 해설을 한다면, SBS 스포츠 캐스터들은 기본적인 룰은 지키지만, 캐스터 나름대로의 배구 철학을 더 반영해서 해설을 하는 것 같다. 배구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 남자배구는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짧다. 그래서 사족을 많이 줄이고, 군더더기 없는 멘트를 하려고 하는데 선배들의 중계방송을 많이 참고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할 수 있을까, 남자 배구와 여자 배구의 템포가 다른데 어떻게 둘 다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 그렇다면 이동근 캐스터는 배구를 어떤 스포츠라 생각하나. 
"단순하고 원초적인데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차이가 여러 가지일 수 있는데 리시브가 좋은 선수가 있다거나 센스 있는 세터, 혹은 수비, 공격이 다 되는 선수를 보유한 팀이 미세하게 다르다. 하지만 이것이 정규 시즌 전체로 보면 엄청난 차이다. 그런 것을 방송하는 도중에 강조하고 싶다."
 
 배구 중계를 하고 있는 이동근 캐스터와 장소연 해설위원

배구 중계를 하고 있는 이동근 캐스터와 장소연 해설위원 ⓒ 이동근


-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멘트가 있나. 
"5세트 승부 갔을 때, '승부는 파이널로'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 멘트를 좋아한다. 매력적인 멘트인 것 같다. 야구 중계할 때 이승엽 선수의 마지막 홈런을 중계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이승엽 선수가 자신이 이제까지 들었던 홈런 콜 중에서 제일 좋았다고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 선수들도 멘트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영화 <말모이>에 나온 '후려치다'라는 표현을 최은지 선수가 스파이크를 때릴 때 쓴 적이 있었는데 선수 본인은 좋아했지만 회사에서 반응이 안 좋았던 일화도 있다.(웃음)"
     
- 여자배구에서는 김사니 해설위원-장소연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췄는데, 두 사람의 스타일이 많이 다른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김사니 해설위원은 게으른 천재형이다. 머릿속에 데이터를 입력해서 해설이 나오는 스타일이고, 해설하는 센스가 굉장히 뛰어나다. 선수들이 몸 푸는 모습을 보고 그날 컨디션을 바로 파악한다. 그리고 본인이 실수를 해도 휘둘리지 않고, 바로 커버해낸다. 장소연 해설위원은 학구파이다. 방송 전날 밤새워서 데이터를 보고 온다. 지난 시즌이 장소연 해설위원에게는 방송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시즌이다. 압박감이 많이 있었었는데 이제는 모든 질문을 다 받아친다."

- 캐스터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배구 현장에 일주일에 두 번, 많으면 세 번 나가는데 경기가 저녁 늦게 시작해서 밤늦게 끝나기 때문에 오전에는 쉬거나 운동을 한다. 경기가 없는 날은 주간배구 스튜디오 녹화를 하거나 선수들 숙소 탐방을 다닌다."

- 원래 캐스터가 되고 싶었나. 
"캐스터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어서 대학을 졸업하고 아카데미를 다녔다. 그때 강사로 계셨던 분이 강준형 아나운서다. 내 뉴스 리딩을 들으시더니 아나운서가 될 것 같다고 희망을 많이 주셨다."

- 아직도 중계를 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나. 
"매일이 어렵다. 매일이 멘붕이고 자괴감이 들었다가 환희에 젖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가 많은데 매번 생방송을 해야 한다. 희로애락이 있지만, 잘 안 될 때가 훨씬 많다. 연차가 쌓이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대본이 없기 때문에 나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다. 끝나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다. 또 한 가지는 배구와 야구가 시작과 끝이 항상 겹치는데 배구는 짧고 굵게 해설해야 한다면 야구는 정적이다가 상황이 발생하면 기어 변속하듯이 해설을 바꿔야 한다. 두 종목의 시즌이 겹칠 때 시행착오를 항상 겪는다."

- 캐스터라는 직업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캐스터는 방송을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휴머니즘을 많이 갖고 있는 좋은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서 좋은 방송을 했으면 좋겠다. '못된 사람이 방송을 잘한다'는 프레임을 파괴할 수 있었으면 한다. 캐스터라는 일이 감정의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감정 컨트롤을 잘하고, 감정 기복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내리사랑을 하고 싶다. 일과 관련해서는 현직에 있는 사람들의 방송을 많이 보고, 많이 말해보면 된다. '이 타이밍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구나, 해설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구나'를 봐야 한다. 이유가 있으니까 특정한 루틴으로 해설을 하는 거다."
 
 주간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근 캐스터의 모습

주간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근 캐스터의 모습 ⓒ 이동근

 
- 배구 캐스터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꼽자면...
"3년 전에 SNS로 어떤 여학생한테 연락이 왔는데 할머니가 몸이 좀 편찮으신데 내 목소리를 들으면 에너지가 생긴다고 얘기하셨다더라. 그래서 배구 중계를 항상 틀어놓는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이 가장 많이 난다."

- 네이버 라디오 V리그 토크쇼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KBSN 스포츠와 SBS 스포츠가 격주로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라디오 팟캐스트이다. 방송이 일방적이라면 팟캐스트는 팬들의 얘기를 직접적으로 듣고 소통할 수 있다. 어떤 얘기를 방송에서 더 풀어달라고 하면 중계할 때 더 자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유한준 기자와 초대 진행을 맡았는데 벌써 7년이 됐다. 최근에 김사니 해설위원과 한유미 해설위원이 들어오면서 구독자가 1만 명이 넘었다. 이제는 콘텐츠의 양질이 다 좋아진 느낌이다. 내년에 축구의 슈퍼골처럼 유소년 배구 발전을 위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스포츠 캐스터 중에 이동근이라는 사람이 있었구나, 되게 괜찮은 사람이었구나'로 기억되고 싶다. 뭔가 욕심이 생기면 진행이 더 이상해지는 것 같다. 듣고 가볍게 흘릴 수 있는 중계도 괜찮은 중계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괜찮은 캐스터로 기억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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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가 너무 좋아서, 뭐라도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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