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페셜> ‘청춘 생존’ 2부작 제작한 박정남(우), 이우리(촤) PD

‘청춘 생존’ 2부작 제작한 박정남(우), 이우리(촤) PDⓒ 이영광

 
30여 년 전 '먹고 대학생'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직업 없이 놀고 있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을 근심 걱정 없이 사는 이들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청춘들은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힘들게 산다. 오죽하면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 수많은 것을 포기한다고 N포 세대라 부를까?

지난 16일과 23일 MBC 교양 프로그램 < MBC스페셜 >은 '2030 청춘 생존' 2부작을 방송했다. '청춘 생존' 편은 '돈'과 '집'을 키워드로 청년들의 삶을 그려냈다. 제작 후기가 궁금해 '2030 청춘 생존' 2부작을 취재 및 연출한 박정남, 이우리 PD를 지난 24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나누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 < MBC스페셜 > '청춘 생존' 2부작을 마치신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박정남 PD(이하 박): "그냥 시원섭섭하죠. 4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약간 아쉬움도 있죠. 청년 문제에 대해서 많이 준비했거든요. 약간 밝게 하고 싶었어요."
이우리 PD(이하 이): "저는 항상 똑같은데 아직은 만족스러운 결과물 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게 아쉽죠."

- 어떤 점이 가장 아쉽나요?
박: "사실 젊은이들이 삶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데, 젊은이들이 힘들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 모순이나 구조 문제를 많이 못 다룬 게 아쉬운 거죠."
이: "방송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잖아요. 그들이 왜 그런 생각으로 살게 되었는지 과정이 많이 안 담기고 못 담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것을 찾아서 가치관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렇게 살게 된 이유나 과정이 많이 생략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중요한 부분인데, 저희가 조금 더 고민했다면 그런 게 담기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 얼마나 취재하셨어요?
박: "5월부터 시작했으니 4개월 정도예요. 2부 취재는 조지아 출장을 제일 먼저 갔어요. 조지아에 가서 하루 찍었는데 출연자가 안 하시겠다고 해서 살짝 당황했어요. 하지만 어쨌든 정리는 잘했어요. 이번 출연자들은 어쩜 다들 자기 세계관이 확실하고 말을 잘하는지 보이스가 너무 괜찮아서 이틀 찍었는데도 실패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1부는 청춘의 돈벌이를 다뤘고 2부는 청춘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어요. 다른 요소가 아니라 왜 돈과 집이었나요?
이: "결국 둘은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요. 돈 버는 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게 가장 큰데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건 집이죠. 자산의 대부분 집에 묶여 있을 거고요. 저는 버는 돈의 상당수를 월세로 내고 있어요. 결국 집이 돈 이야기할 때 가장 중심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박정남 PD

박정남 PDⓒ 이영광

 
- 이 PD님은 1부 '요즘 것들의 돈라벨'을 취재하며 어떠셨나요? 동시대 친구들 이야기라 감회도 남다르지 않았나요?
이: "1부든 2부든 저도 (방송 속 인물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게 특이하다거나 특별하게 보이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아마 저희 친구들 만나면 서로가 서로를 보며 '너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고 살아가는구나', '너는 이렇게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방향을 잡았구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저는 그것과 비슷했어요. 마치 친구들 만나는 기분이었고, 이분들이 특별해 보인다거나 엄청난 생각 들지 않았고 오히려 친근했어요."

- 2부를 취재하며 집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나요?
박: "집에 대한 생각 자체는 바뀐 게 없어요. 사실 작년 가을에 일산으로 이사했는데 이사하기 전에 아내와 집을 지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저희가 가진 돈으로는 휴전선 근처 허허벌판에 집 한 채 지어야 하는 거죠. 그런 거 아니면 땅콩 집 정도가 아닐까요? 그것도 타운 안쪽에 지어서 차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요.

저는 어릴 때 골목에서 친구들과 같이 놀았던 기억이 좋았어요. 아이들에게도 아파트보다는 동네 친구들이 모여 뛰노는 이런 곳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러나 제가 실제 가진 돈 안에서 해 보려니 할 수 없는 거예요.그래서 아파트로 들어간 거예요. 저에게 집이 뭔지 등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제 것도 아니고 은행 것이죠. 그래도 주택은 아니지만 원하던 비슷한 곳 찾아 들어갔기는 해요. 아직 40%가 은행 빚이긴 해요. 그러나 어쨌든 전 집이라도 있죠. 하지만 저희가 취재한 친구들은 이런 집도 못 사니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니까요. 그런 게 미안했어요. 저는 취재 내내 미안했죠."

이: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 집이 저에게는 무슨 의미일까란 생각을 했어요. 생각의 차이죠. 그들은 집을 포기하고 다른 걸 한 거고요. 그들에겐 그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저에게 집이라는 건 어느 정도 위치일까 생각했을 때 같은 맥락에서 저에게는 집이 중요해요. 꼭 소유할 필요는 없고요. 지금 제 수입의 상당수를 월세와 집 보증금 대출받은 걸 갚는 데 쓰고 있지만 저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나 이번에 생각했을 때 저에겐 가치 있어요. 왜냐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집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따져봤을 때 꽤 큰 안정감 준다는 거죠."

- 여행 다니는 '잼쏭 부부'부터 시작하잖아요. 그렇게 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 "방송은 두괄식예요. 제일 재밌잖아요. 그 부부가 집을 버린다는 화두를 제일 잘 던져줬어요. 송이 씨의 좋은 인터뷰 되게 많았는데 집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를 얘기 잘 해서 앞에 던진 게 괜찮았어요."

이: "송이 씨나 재민 씨는 우리처럼 집을 버리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재민 씨는 원래 산 타는 분이에요. 송이 씨는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고요. 옮겨 다니며 사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 없는 친구들이고 그 무엇보다 적응이 빨라요. 둘은 함께 있어서 안정감을 찾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 그들은 '어느 곳에서도 적응을 빨리하고 우리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굳이 집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우린 이렇게 사는 거다'라는 식이었거든요. 전 송이 씨의 그런 말하기 방식이 좋았어요."

- 생각의 전환이었어요. 보통 우리는 자가든 월세든 주거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방송을 보면 굳이 집이 없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 "선택의 문제죠.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대해 다른 생각 가진 사람을 소개한 거죠. 우리 사회는 집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잖아요. 대한민국은 소득이 3만 달러의 나라예요. 사실 OECD 어떤 나라보다 부동산에 묶인 재산이 많은 나라란 말이에요.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부모님들도 제일 먼저 집부터 사야 한다고 하잖아요.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다른 생각 못 하도록 한 것이죠. 우리는 이 방송 통해 집에 대해 '이런 사람도 있으니 보시고 생각하세요'란 질문의 화두를 던지고 싶었어요."

- 우리는 무조건 내 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 아닐까 생각해요.
이: "전 제 집이 필요 없거든요. 생각이 바뀌어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직 미혼이고 아이도 없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요. (박)정남 PD님처럼 굳이 은행에 빚을 지면서 내 명의 집이 필요할까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저보다 조금 더 자유로워지면 출연자들이 되는 거죠."

- '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도 있잖아요. 집 주인이 무리한 요구를 하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내 집 갖자고 마음 먹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박: "그것 또한 선택이죠. 사실 1부에 나왔던 '파이어족' 사례가 있는가 하면 2부에 나온 친구들은 집에 대한 욕심이 없으니까요.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결론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 방송에 나온 건 싱글 혹은 아이 없는 부부였어요. 아이가 있으면서 다르게 살아가는 청춘은 없던가요?
이: "안 그래도 잼쏭 부부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만났거든요. 그런 얘기가 오갔는데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으니 그런 선택할 수 있는 거죠. 왜냐면 자기 욕구와 방향만 고려하면 되니까. 선택이 심플해지는 건데 아이에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안 물어봤잖아요. 부모가 이런 선택 했다고 아이에게 따라오라는 건 그것 역시 강요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도 아이가 생길 경우에는 지금처럼 살 수 없다는 걸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어요."

- 인상적인 부분은 뭐였어요?
박: "캠핑카에서 사는 친구 보며 충격을 받기는 했어요. 대리운전으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더라고요. 그 장면을 밤에 찍었는데 저는 그렇게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지 몰랐어요. 한밤중에 콜 잡으려는 모습을 보는데 깜짝 놀랐어요."

이: "인상적이었다기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제가 이쁘게 못 찍어서 그렇지 루이스호수가 예쁘더라고요. 너무 아쉬웠어요. 아름다운 곳에 가거나 또 낯선 곳에 가면 재밌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그러나 그들은 매 순간 그런 상황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공유를 하는 거예요. 맛있는 거 먹을 때 좋아하는 사람 생각나잖아요. 너무 좋은 데 가도 좋아하는 사람과 왔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하잖아요. 그러나 그 친구들은 그런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가장 재밌고 가장 좋고 아름다운 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기 때문에요. 그들은 집 버리고 그걸 선택한 것이라 생각해요."
 
 이우리 PD

이우리 PDⓒ 이영광

 
- 이동식 집 짓고 사는 게 신선하더라고요.
박: "쫓겨나며 집이라도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해요. 사실 슬픈건데 이동식 집이라도 땅이 필요하고 땅에는 상하수도를 연결할 수 있는 기본 전제조건이 있어야 옮길 수 있어요. 그런 걸 해결하는 게 사실 만만치 않아요. 그 친구들이 폐교를 선택한 이유도 그래서예요.

저희가 취재한 날이 집 한 채를 옮기기로 한 날이에요. 옳기는 것을 직접 찍으려 했죠. 폐교는 교육청 것이거든요. 교육청에서 갑자기 한 채는 되지만 두 채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못 옮기고 예전 자료화면으로 쓴 건데 이동식 집도 땅이 없으면 힘든 것이고 나가라고 하면 이동할 때마다 100만 원씩 들어요. 청년들에게는 만만치 않죠."

- 방송에 미쳐 못 담은 부분도 있었나요?
이: "거의 해외에 있고 잠깐 한국 왔을 때 친구를 만난 부부였는데, 이들 부부와 친한 다른 예비부부예요. 예비부부가 결혼 앞두고 집 알아보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대한 이야기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상 못 담았죠."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박: "제가 < W >와 <세계는 지금>이라는 국제 시사 프로그램을 10년 담당 했어요. 63개국을 다녔어요. 해외 돌아다니며 취재해서 방송할 때는 한국에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에 잼쏭부부를 만났을 때나 조지아에 갔을 때도, 제가 젊을 때 인터넷이 발달했다면 저렇게 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잼쏭부부가 찍은 것을 보니 너무 잘 찍어서 '멘붕'이 오더라고요. 이 친구들 뭔가 했죠. 저보다 훨씬 잘 찍어요."

이: "저는 캐나다에 도착해서 나올 때까지 내내 그들과 같이 먹고 잤거든요. 카메라가 안 도는 시간에도 대화 많이 할 수 있었어요. 나이도 한 두 살 차이라 친구를 만난 것처럼 좋았어요. 학교 동창 만난마냥 내내 얘기했어요."

- 취재해보니 청춘들의 생존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박: "청춘들의 선택인 것 같고 선택을 지지하기 위한 투쟁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비슷한 이야기이긴 한데 '주어진 상황 안에서 기어코 행복하고야 말겠다. 봐라. 내가 얼마나 행복하지를'이란 느낌이었어요."

- 시청자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 있을까요?
박: "자기 주위 청춘들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주고 그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거나 그들 삶을 감싸주고 안아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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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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