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 포스터.

영화 <부당거래>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화려하게 데뷔한 류승완 감독, 2000년대 내내 자그마치 6편이나 스타일 확실한 영화를 연출하며 '류승완표 영화 스타일'을 확실히 한다. 하지만 이 시기 나온 작품들이 적어도 흥행에서는 애매했던지라 류승완 감독의 연출 인생에서 확실한 발돋움을 하진 못했다고 평할 수 있겠다. 2010년대 들어서 비로소 획기적인 발돋움을 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류승완표 영화 스타일은 액션과 코미디가 주를 이룬다. 크게 탈피하지 않은 건, 스타일을 정립하기 위함일 수도 있고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었기에 탈피할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으며 '알'을 까고 나오는 게 힘든 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탈피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2010년작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이 지난 10년간 정립한 스타일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한 작품이다.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 개인 필모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의 사회파 범죄 영화를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현실감 투철하고 탄탄한 각본과 찰진 대사로 무장한 캐릭터들, 그리고 거시적 관계 구도와 미시적 표현들이 유기적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들어 맞았다. 한국사회 현실 단면을 담아내 표현한 한국영화의 한 전형이라 하겠다. 

대국민 조작 사건의 전말

어린이 연쇄 살인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수사를 종용한다. 와중에 유력 용의자가 경찰의 손에 사망하자 경찰은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에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가 투입된다. 그는 경찰대 출신이 아니었고 뒤가 구렸으며 팀 형사들이 뇌물을 받은 전력도 있어 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 윗선에선 일처리가 확실하지만 뒤탈도 없는 최철기 투입이었고, 최철기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낚였으나 위로 올라가기 위한 유일한 방편이기도 했다. 

최철기는 가짜 범인 이동석을 골라선 은밀히 연결되어 있는 조폭 출신 해동건설 대표 장석구를 시켜 엮어들어가는 데 뒤탈없게끔 한다. 처음엔 거절했던 장석구이지만 태경그룹 회장 김양수에게 큰 공사 건을 뺏길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받아들인다. 한편 검사 주양은 스폰을 해주는 김양수 회장의 비리사건을 두 번이나 주도한 최철기를 주시하기 시작한다. '검찰' 주앙은 '경찰' 최철기의 자신만만함에 부아가 치미는 한편, 최철기가 조작한 가짜 범인 이동석을 넘겨 받는다. 

와중에 장석구는 김양수를 청부살인하고 함께 골프를 치던 주양의 사진을 찍어 최철기와 주양에게 보낸다. 장석구가 최철기 편인 듯 사실 최철기와 주양을 쥐고 흔드는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최철기와 주양의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최철기로선 장석구도 모자라 주양까지 상대해야 하는 판이 된 것이다. 사건이 이상하게 꼬인다. 이 대국민 조작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내리권력의 견고함

<부당거래> 속 대국민 조작은 윗선에서 시작된다. 나라의 수장 대통령의 압박 퍼포먼스(영화 속 모티브가 되는 대통령은 이명박이다)를 보고는 경찰청장 이하 경찰 고위급들에서 시작된 조작의 흐름이 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해당 사건과는 무관한 금치산자까지 가닿는 것이다. 극중 최철기 반장부턴 엄연한 선이 그어지는 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지극히 영화적인 설정이다. 

그런가 하면 주양 검사는 영화의 주요 맥락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인물이다. 어린이 연쇄 살인 사건 범인 조작 중 최절기, 장석구와 닿아 있는 김양수가 스폰을 서는 검사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해당 사건을 맡게 된 것이고. 그렇지만 그야말로 자신도 모르게 이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검찰의 검사라는 권력에 장인어른 백까지 가진 완전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하필 그를 잘못 건드린 겁 없고 백도 없는 최철기. 

영화에 '나쁜놈' 아닌 사람을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 주요 3인방 최철기, 주양, 장석구는 물론 모든 인물이 앞뒤 할 것 없이 구린 구석이 있다. 다만, 더 나쁜 것 같은 짓을 일삼는 이들은 출신성분이 하찮은 이들과 가진 것 없이 올라와 더 오르고 싶은 이들이다. 그들은 출신 빵빵하고 가진 것 많은 이들이 내려준 동아줄 하나에 주렁주렁 매달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척 경계한다. 

그러니, 영화는 꼬이고 꼬인 관계 속 명확한 선에 의한 관계 구성도를 보이는 것이다. 위와 아래. 하여 우린 비교적 쉽게 용서받지 못할 자를 선별해낼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도 위는 견고하고 아래는 무너지는 영화 속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모르고 지나쳤을 걸 하는 자괴감이 든다. 내리폭력이라는 사슬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끊어낼 수 있지만, 내리권력이라는 사슬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보다 견고해진다. 

모자람 없이 적절하다

영화는 주지한 거시적 관계 구도에서 오는 현실적이면서도 영화적 흥미 요소 이외에도 우리를 흥분시킬 만한 구성 요소들이 참으로 많다. "검찰이 경찰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되지! 아주 큰 실수를 할 뻔 했어 내가"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남자가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어깨 쭉 펴!" 등 영화 한 편에 나올 만한 질과 양을 뛰어넘는 명대사의 향연이 눈부시다. 또한 명대사들이 하나같이 한국사회를 시사하고 있다는 게 절절하다. 

한편 한국사회의 지옥도를 디테일하게 표현한 장면들도 눈에 띈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코미디적 요소가 깔려 있다고 느낄 만한대, 비가 엄청나게 쏟아붇고 있는 와중에 가게 안에서 반장과 국장이 독대하고 팀 식구들은 밖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나 엄청난 백을 등에 엎고 빅이슈 건을 맡게 된 주양 검사가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동료 검사들이 겉으론 덕담을 건네고 실제론 비웃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류승완 감독 스타일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했다곤 하지만 '액션'에 있어서는 고수했다고 본다. 중반과 후반 최철기가 주도한 길지 않은 1 대 1 액션신은 매우 현실감 넘친다. 화려함, 빠름, 현란함은 쏙 빼고 단단함, 단백함, 투박함, 정확함 등을 투여했다. 오로지 몸과 몸이 부딪혀 자아낸 액션으로, 액션에도 감정이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까지 받는다. 

전체적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았다. 적재적소에 군더더기 없이 알맞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연출, 연기, 각본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바라본 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는 걸 <부당거래>는 증명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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