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아시아필름마켓 풍경

2018년 아시아필름마켓 풍경 ⓒ 부산영화제

 
몇 해 전 부산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중국의 온라인 업체가 국내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편당 수천만 원씩 주고 구매했다. 국내 개봉에서 관객이 많지 않았던 영화였지만 해외 업체 구매 덕분에 국내 판로가 약한 독립예술영화들로서는 적잖은 도움이 됐다.

중국 콘텐츠 회사들이 독립예술를 구입하는 목적은 다양한 프로그램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억 명이 넘는 중국 대형 온라인 사이트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어야 가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을 해도 관객이 많아야 수천 명에 불과할 정도로 흥행이 어렵지만 중국의 온라인 업체에서는 최하 20~30만 명의 유료가입자가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율로 치면 가입자의 0.2~0.3%에 불과하지만, 1만 관객을 독립영화 흥행 기준으로 삼고 있는 국내 현실과 비교하면 상당한 관객이 아닐 수 없다.
 
대형마트 원하는 데 현실은 중소형마트
 
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는 이런 영화 거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관객은 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즐기지만, 영화를 만든 회사들은 어디든 팔아야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이를 연결시키는 곳이 필름마켓이다. 영화 장터와 마찬가지다.
 
필름마켓의 중요성은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고 다양하면서도 많은 영화들이 사고팔려야 영화제 역시 힘을 얻게 된다는 데 있다. 시골 장터처럼 사고팔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시장이 커질 수가 있다. 좋은 영화가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2019 아시아필름마켓 포스터

2019 아시아필름마켓 포스터 ⓒ 부산영화제

 
따라서 부산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행사다. 영화에 집중하는 관객들에게는 크게 보이지 않지만 영화제의 대외적인 위상에도 큰 역할을 한다. 프랑스 칸영화제와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들은 마켓의 힘도 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몰려들고 국내 영화관계자들은 매 해 빠짐없이 칸에서 영화를 거래한다. 마켓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시아필름마켓도 이런 역할을 기대하면서 시작됐다. 초기 부산영화제는 역량을 키워야 하는 시기였기에 필름마켓보다는 프로젝트마켓으로 출발했다. 1998년 부산프로모션플랜은 완성된 영화가 아니 영화의 기획안을 거래하는 자리라는 특징이 있었다. 새로운 기획에 관심있는 국내외 관계자들이 몰리면서 성공을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2006년 아시아필름마켓으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대에 못 미쳤던 게 현실이다. 아시아영화를 내세워 북적거리는 장터를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궤도에는 오르지 못했다. 3월 홍콩영화제와 맞물려 열리는 홍콩필름마트가 아시아에서는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영향이 컸다.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으로 최근 몇해 동안 아시아필름마켓은 중국 바이어들의 관심이 이전보다 떨어지기도 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형마트를 목표로 하는데, 현실은 중소형마트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올해 부산영화제는 기존의 필름마켓에서 영상콘텐츠마켓으로 시장의 확장을 꾀했다. 영화만 사고파는 것이 아닌 드라마, 방송, 애니메이션, 웹툰, 출판 등을 포함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 인기스타 한자리에
 
아시아필름마켓을 새롭게 책임진 차승재 운영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필름마켓이 하고 있던 세일즈 부스나 마켓 스크린을 통한 판권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토탈마켓으로 변화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상 콘텐츠마켓으로서 중장기적으로 애니메이션, 웹 콘텐츠, K팝 같은 뮤직콘텐츠까지 아우르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이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드라마의 수준이 상당히 높더라"며 "그런 작품을 구매해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도 하겠다고 밝혔다.
 
 10월 6일 저녁에 열리는 아시아콘텐츠어워드

10월 6일 저녁에 열리는 아시아콘텐츠어워드 ⓒ 부산영화제

 
이를 위해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은 새로 신설한 아시아콘텐츠어워즈를 10월 6일 저녁 6시 30분에 부산 센텀시티에 위치한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에서 개최한다.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과 아세안 국가들의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다.

시상 부문은 총 8개로 ▲베스트 크리에이티브 ▲베스트 아시아 드라마 ▲남자 배우상 ▲여자 배우상 ▲작가상 ▲인기상 ▲신인상 ▲공로상으로 구성된다. 지난 5년간 선보인 TV드라마 중 각국을 대표하는 작품과 아시아 스타들이 후보자로 선정되어 눈길을 끈다.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열혈사제>를 비롯해 중국 대하 드라마 <장안십이시진(長安十二時辰)>, 일본판 <슈츠(SUITS)>, 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全裸監督)>등이 주요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여기에 배우 김남길, 김재중과 중국 배우 뇌가음, 야오첸, 장다페이 등이 초청돼 시상식을 빛낼 예정이다.
 
또한,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스타 작가 김은숙과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 대만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 작가로 손꼽히는 류시유안 등도 시상식 후보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세안 9개국의 대표 작품들과 참여 배우들도 다수 참석할 예정인데, 필리핀 드라마 <야생화>의 마야 살바도르, 싱가포르 드라마 <패컬티(Faculty)>의 팡 롱, 태국 드라마 시리즈 <호르몬>의 케미사라 팔라데시 그리고 사난타찻 타나팟피살 등이 있다.
 
시상식 사회자로는 제71회 칸 영화제 초청작 <레토>로 큰 주목을 받은 배우 유태오와 2019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김세연이 선정됐다. 그 밖에 주요 참석자로는 중국의 인기 여배우 안젤라 베이비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데이비드 맥기니스,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김성규 등이 참여한다.
 
별도로 열리던 부산영상위 행사도 한자리에
 
 2018년 링크오브시네아시아 프로젝트 피칭 행사

2018년 링크오브시네아시아 프로젝트 피칭 행사 ⓒ 성하훈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에서는 그동안 별도의 장소에서 행사를 열던 부산영상위원회의 '링크오브시네아시아(LINK OF CINE-ASIA)'도 같은 장소에서 열리게 됐다. 그간 비슷한 성격의 행사가 별도로 열리면서 일부 논란이 생기기도 했는데, 올해는 한 장소에서 열리면서 상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링크오브시네아시아'는 아시아영화산업과의 연계 강화와 아시아 각국의 정보 교류 및 다양한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비즈니스의 장으로 각국의 로케이션과 인센티브, 지원정책, 인프라 등의 촬영지원 정보를 제공하고,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진 영화인들의 프로젝트 29편을 엄선해 투자자들과 연결시키는 행사다.
 
가장 비중이 큰 프로젝트마켓의 경우 모두 장편 극영화 프로젝트로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19개국에서 선발되었다. 국내(부산) 프로젝트는 5편이며, 국제공동제작 8편을 포함한 해외 프로젝트는 총 24편이다. 그중 동남아시아 프로젝트 13편에는 네팔,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등 기타 국가 프로젝트들도 두루 포진해 있다.
 
이번 행사에는 8개국 16개 영상위원회가 참여하여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정책 등 회원별 촬영지원 정보와 자국의 영화·영상 관련 인프라 등을 소개하고, 해외 로케이션을 기획하는 프로젝트와 미팅도 진행하는 AFCNet 공동관도 운영된다. 아시아 국가들이 국내에서 공동관 형태로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배주형 국제사업팀장은 "올해 '링크오브시네아시아'는 아시아필름마켓으로 장소를 옮긴 것 외에 AFCNet 공동관을 차려서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대규모로 진행하는 부분이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필름마켓과 함께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개최할 때보다 영화제를 찾는 많은 영화 관계자들과 폭넓게 교류를 가지면서, 링크오브시네아시아에서 소개되는 프로젝트들이 투자나 공동제작 등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날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과 링크오브시네아시아는 10월 5일~8일까지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부산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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