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26일 오전 9시 거행된 고 김성열 대표의 노제에는 수원 연극계 선후배와 지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그를 추모하고 명복을 빌었다.

▲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26일 오전 9시 거행된 고 김성열 대표의 노제에는 수원 연극계 선후배와 지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그를 추모하고 명복을 빌었다.ⓒ 강소하

 
'수원 연극'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사람, 수원 연극계의 산증인. 수십 년을 오로지 연극만을 위한 작가 겸 연출가로 살아 온, 극단 성(城)의 고 김성열(65) 대표.

그래서일까. 그가 영면으로 들기 전 추모 행사로 마련된 노제는 마치 김 대표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짧지만 깊이 있는 연극 한 편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것도 1996년 첫 선을 보였던 '수원성국제연극제'의 무대, 화서문 서북공심돈 앞에서 말이다.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풍물굿패 '삶터' 이성호 터장의 씻김굿 장면.

▲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풍물굿패 '삶터' 이성호 터장의 씻김굿 장면.ⓒ 강소하


26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된 고 김성열 대표의 노제는 풍물굿패 '삶터' 이성호 터장의 씻김굿으로 시작됐다.

"수원 연극계의 대부 김성열님이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합니다. 이 세상 자그만한 인연들 여기 모인 모든 여러분들과의 인연을 하나 둘 씩 끊고 이제는 저 멀리 훨훨 날아가서 다시는 죽음이 없는 곳에서 연극을 계속하고자, 여기 계신 분들과 인연의 끈을 놓는 하적을 해보는데…"

이 터장은 구슬픈 가락을 통해 김 대표와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도왔다.

이어 고 김성열 대표의 딸 영랑씨가 초헌을 올린 뒤 아헌, 종헌 등 제사가 진행됐으며 참석자들 모두가 함께 묵념의 시간을 갖는 등 그의 명복을 빌었다.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고 김성열 대표의 딸 영랑씨가 초헌을 올리며 절하는 모습.

▲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고 김성열 대표의 딸 영랑씨가 초헌을 올리며 절하는 모습.ⓒ 강소하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참석자들 모두 묵념의 시간을 갖는 등 고 김성열 대표의 명복을 빌었다.

▲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참석자들 모두 묵념의 시간을 갖는 등 고 김성열 대표의 명복을 빌었다.ⓒ 강소하

 
1954년 1월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그는 1983년 창단된 수원 연극단 '극단 성'의 대표로 명성이 자자하다. 1979년,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이 만든 연극동우회가 모태가 된 '극단 성'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는, 수원 연극의 간판이다.

당시 수원의 문화 환경은 척박했지만, 그 와중에도 김 대표는 좀 더 사회의식을 담은 연극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지역이나 역사적 소재를 살린 작품으로 기반을 다졌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가 선보였던 '정조대왕', '혜경궁 홍씨', '노작 홍사용', '제암리 교회' 등도 역시나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조명한 창작극들이었다. 위안부 문제를 그린 '도라지' 등 남다른 시도 또한 돋보였다.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고 김성열 대표가 경기도문학상을 수상한 희곡의 제목을 깃발로 만들었다.

▲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고 김성열 대표가 경기도문학상을 수상한 희곡의 제목을 깃발로 만들었다.ⓒ 강소하

 
그 중에서도 백미로 꼽을 수 있는 것, 바로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수원성국제연극제다. 화서문을 주무대로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의 유명 극단들과 함께 펼친 아름다운 향연은, 명실공히 민간주도 국제 행사의 성공 개최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민국 대표 국제연극제로, 국내외 유수의 극단들을 만나볼 수 있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그러한 기반 위에서 탄생됐다.

고 김성열 대표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충헌 박문수 예술대상, 1998년 경기예술대상, 2001년 공연예술부문 경기도문화상, 2002년 경기도문학상(희곡, 나는 王이로소이다), 2003년 문화예술부문 보훈문화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고 김성열 대표가 올해 2월 출간한 희곡집

고 김성열 대표가 올해 2월 출간한 희곡집ⓒ 강소하

 
특히 지난해 초에는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예술감독으로 부임, 매주 주말이면 중·고등학생 30여 명과 뮤지컬 연습을 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올해 2월에는 연극을 향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희곡집 '백년의 침묵'을 내놓기도 했다. 책에는 그동안의 작품은 물론 무대 위 배우와 무대 뒤 관계자들까지의 끈끈한 관계까지 수록했다.

연출작으로는 ▲햄릿 ▲맥베드 ▲안티고네 ▲로미오와 줄리엣 ▲카덴자 ▲한씨연대기 ▲무엇이 될고하니 ▲태백산맥 ▲정조대왕 ▲수렴청정(垂簾聽政) 등이 있다.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고인을 기리며'를 읽고 있는 정유진 작곡가. 고 김성열 대표와 10여년 음악작업을 함께 했다.

▲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고인을 기리며'를 읽고 있는 정유진 작곡가. 고 김성열 대표와 10여년 음악작업을 함께 했다.ⓒ 강소하

 
지난 10여년 동안 고 김성열 대표와 음악 작업을 함께 해 온 정유진 작곡가는 고인을 기리며 글을 읽는 내내 복받치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지워진 메일까지, 수백통의 메일이 그간의 세월을 말해주었습니다. 2011년 나혜석으로 선생님 작품의 첫 곡을 쓰게 되었으니 근 10년이 다 된 세월입니다. 그동안 하신 말씀들 중에 작품과 공연에 관련되지 않은 얘기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늘 작품에 대한 얘기를 열정적으로 들려주셨지만 저는 가끔 열변을 토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의 열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나를 위해 몰두하시는 열정. 어쩌면 세상속에서 때로는 타협하고 자신의 안위를 추구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 속에서 혼자 힘든 길을 걸어가고 계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압니다. 선생님께서 일궈오신 족적들이 이제는 연극인, 배우들, 창작자들, 그리고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이미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선생님께서 많이 편찮으시다는 사실을 몰랐던 우리 아이들은 '감독님 언제오세요', '감독님 보고싶어요'를 누누이 얘기합니다."


그녀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오는 겨울,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과 70명의 오케스트라, 60명의 합창단이 백년의 침묵을 연주합니다. 이 곡을 직접 들으시고 흐뭇해 해주시길 너무나 고대했지만 이제는 하늘에서 들으실 김성열 선생님. 선생님의 가르침, 그 열기, 그 정신이 이제는 저와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수많은 연극 후배님들에게 아로 새겨져 있기에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길을 걸을 것입니다. 더더욱 삶을 가치 있게 살아내겠습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류근영 한국무용가의 추모 공연, 살풀이.

▲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류근영 한국무용가의 추모 공연, 살풀이.ⓒ 강소하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는 한국무용가 류근영씨의 살풀이 춤으로 마무리됐다.

극단 성(城)을 대표해 상주를 맡은 김태섭 장례위원은 호상 인사를 통해 고 김성열 대표의 유지를 받들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성열 대표님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만장과 영정을 그려주신 지역 예술가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김 대표님과 저의 인연은 4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극단 성은 83년에 창단돼 지금 36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성열 형님의 삶은 정말 연극이었고,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드셨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 후배들은 형님의 유지를 받들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노제에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극단 성'을 대표해 상주를 맡은 김태섭 장례위원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 수원 화서문 서북공심돈에서 진행된 '극단 城(성)' 고 김성열 대표 노제 '극단 성'을 대표해 상주를 맡은 김태섭 장례위원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강소하

 
덧붙이는 글 경기모닝뉴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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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모닝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필명은 강경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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