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종전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가 9월 30일 베테랑 불펜투수 윤길현을 포함 7명의 선수에게 방출 통보를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FA 자격을 취득했던 윤길현은 4년 총액 38억이라는 대형 계약을 통해 롯데에 입단한 바 있다. 선발 투수나 확실한 마무리가 아닌 불펜 투수에게 그 정도의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9월 30일 롯데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윤길현

9월 30일 롯데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윤길현 ⓒ 롯데 자이언츠

 
그만큼 당시 롯데가 윤길현에게 거는 기대치가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4년 전 '불펜 대란'이라는 평을 받았을 정도로 구원 마운드 부진이 심각했기 때문에 당시 히어로즈 마무리 투수였던 손승락과 함께 SK 필승조 윤길현을 동시에 영입하며 불펜 강화를 꾀했다.

영입 당시만 해도 4년 총액 60억 규모의 손승락보다는 윤길현이 도리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윤길현은 SK 전성기 시절부터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셋업맨과 마무리, 롱릴리프 등 다양한 보직에서 경험을 쌓으며 꾸준한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적 첫해인 2016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이런 평가는 들어 맞는 것으로 보였다. 손승락의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맡게 된 윤길현은 필승조 다운 투구를 보였다. 과감하게 승부해 들어가는 윤길현의 스타일은 기존 롯데 불펜 투수들과 다른 청량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2016년 시즌 도중 고관절 부상을 입은 이후로 구위가 급격히 하락했다. 원래 윤길현은 뛰어난 제구와 다양한 레퍼토리가 아닌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 피치의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는 유형이다. 전형적인 구위형 투수라 볼 수 있는 윤길현은 자신의 무기가 약해지자 1군에서 싸울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 윤길현의 최근 7시즌 주요 기록
 
 윤길현의 최근 7시즌 주요 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윤길현의 최근 7시즌 주요 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결국 이후 윤길현은 계약 기간 동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실패했다. 4년간 33홀드를 기록하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주로 추격조로 등판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그의 평균자책점은 6점대를 웃돌았다.

SK 시절 윤길현의 모습에 비하면 확실히 실망스런 모습이었다. 정규시즌이 채 종료되기도 전에 방출을 통보하는 다소 냉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 문제였을 뿐 당연한 행보라는 평가다. 

불펜 투수들이 FA 계약 후 부진한 것은 윤길현의 사례 뿐이 아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불펜 FA가 부진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FA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곤 있지만 현 시점에서 KBO리그 투수가 FA 자격을 취득하려면, 대졸 선수는 8시즌, 고졸 선수는 9시즌을 1군에서 일정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거의 매경기 대기하는 불펜 투수의 경우 소모품으로 비유하는 이들조차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활약이 어려운 보직이다. 특히 승부처에 주로 투입되는 필승조 투수의 경우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3년 이상 구위가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불펜 투수에게 있어 많은 이닝을 소화한 시즌은 훈장이자 상처다. FA 자격을 얻은 불펜 투수는 데미지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로 볼 수 있다. 불펜 FA 영입을 고려하는 팀이라면 볼넷/삼진 등을 포함한 세부 지표를 포함해 이런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 야구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민규 롯데 단장

데이터 야구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민규 롯데 단장 ⓒ 롯데 자이언츠

 
리그 최하위 롯데가 윤길현을 방출한 30일, 시즌 8위인 삼성 라이온즈는 허삼영 전력 분석 팀장을 차기 감독으로 선임하는 깜짝 행보를 보였다. 바야흐로 KBO리그에서도 데이터 야구가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주먹구구식 FA 계약으로 최적의 전력 구성에 실패한 롯데가 데이터 야구를 추구하는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는 과거와 달리 효율적인 전력 보강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구승민-박시영 수술' 롯데 불펜, 악순환 반복?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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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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