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한 장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한 장면ⓒ 정교진

 
인간 관계에 대한 성찰과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에 대한 고민 등을 그린 로맨스물이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아왔다. 

10월 2일 개봉하는 공효진-김래원 주연의 <가장 보통의 연애>는 현재 연애가 잘 안 되는 사람, 연애를 준비하는 사람, 연애 중인 사람 등 모두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만한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김한결 감독은 영화제 청정원 단편영화상 수상작인 <구경>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2010년에는2009년 제30회 청룡 영화 <술술>을 통해 제1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구경>부터 <술술> 그리고 2015년 내놓은 <화해>까지 그가 지금껏 보여준 영화들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모두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겼다는 점이다. <가장 보통의 연애>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작품은 전 여자친구에게 상처를 받은 재훈(김래원)과 전 남자친구에게 뒤통수 맞은 선영(공효진)의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담고 있다.

'가장' 보통의 이야기들

"반갑다. 앞으로 잘해보자."
"그래 반가워 잘해보자."


보통 친구와 나눌 법한 대화 같지만 이는 회사 팀장과 신입사원의 대화다. 영화는 주로 보통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화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보통'에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장 보통의 연애>의 영어 제목은 < Crazy Love >다. 영어 제목을 떠올리며 영화를 감상한다면,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는 거의 비정상에 가깝지만 일상에서 일어나는 '보통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영화 속 재훈은 술에 취하면 매일같이 전 여친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이를 기억조차 못 한다. 그는 하루 하루 이렇게 살아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자신의 기억에도 없는 물건들이 집안에 널브러져 있다. 그는 그 어떤 기억조차 남기기를 거부한다. 계속 반복되는, 누가 봐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그의 모습을 보고 있다보면 한숨을 여러 번 내쉬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재훈의 캐릭터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재훈 역할을 맡은 김래원의 능청스런 연기는 영화 관전포이트 중 하나다. 
 
전 여친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던 재훈 앞에 신입사원 선영이 나타난다. 재훈은 그녀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재훈은 잡념을 없애기 위해 그날도 술과 함께 하루르 보낸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통화목록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술에 취한 채 선영과 약 2시간 동안 통화를 한 것이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재훈은 이내 선영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할 고통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한 장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한 장면ⓒ 정교진

 표면적으로 남녀 사이의 '연애'를 이야기 하는 작품이지만, 이 영화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 사회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선영은 이직이 잦다. 바로 연애 때문에. 같은 회사에 나녔던 남자 직원은 자신이 유부남인 것을 속이고 선영과 만나고, 이후 사내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면서 결국 선영은 회사를 떠나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선영이 느낄 법한 감정에 공감이 됐다. 억울하고 화가 날 만한 사람은 선영이건만, 회사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은 "맞서면 맞설수록 너만 손해"라는 충고 같지 않은 말들은 남발한다. 선영조차 '나만 떠나면 된다'는 생각과 그것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여긴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극 중 선영은 남자를 믿지 않는다.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봐도 결국은 똑같다는 것이 선영이 내린 결론이다. 지금껏 만난 수많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저속한 비속어를 자신에게 날리며 이별을 선언했음을, 선영은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 전 남친 역시 바람이 나서 헤어졌지만, 오히려 큰소리 치고 당당했던 건 남자쪽이었다. 

작품 속 큰 줄기는 여성이 사회 생활을 할 때 겪을 법한 애환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종종 남성이 겪는 슬픔 또한 짚어준다. 영화에서는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불륜과 배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다만 그 내용이 다소 짧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로맨스 코미디의 힘, 배우 라인업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한 장면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한 장면ⓒ 정교진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재훈 역할을 맡은 김래원의 연기 변신이 반갑다. 최근 그는 누아르, 액션, 스릴러 등의 장르물에 출연하며 강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이번 작품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김래원은 이별에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후유증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김래원의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게 한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의 열연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공효진은 바람을 피운 전 남친에게 돌직구를 날리고 첫 만남에서 직장 상사가 말이 놓자 자신도 똑같이 응수하는 거침없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로맨스물인 만큼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도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정웅인이 재훈과 선영의 회사 대표 관수 역을 맡았다. 그는 주말에 등산 워크숍을 제안하고 갑작스럽게 프로젝트를 지시하는 등 눈치 없는 상사 캐릭터로 분했다. 
  
배우 강기영은 재훈의 친구이자 직장 동료 병철을 연기한다. 그는 다른 사람의 시시콜콜한 연애사까지 꿰뚫고 있는 것은 물론 재훈의 연애에 대해 코치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연애 문제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한다.

한편 현실적인 회사 문화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 요소다. 회사 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즐거움과 어려움들, 그리고 회식 문화도 영화에 담겼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직접 회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쉽지 않았다는 것이 후문이다.
 
한줄평 : 나의 연애는 어떠한가 곰곰히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별점 : ★★★★(4/5)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관련 정보
제목 : 가장 보통의 연애
감독 : 김한결
각본 : 김한결, 오효진
출연 : 김래원(재훈 역), 공효진(선영 역), 강기영(병철 역), 정웅인(관수 역), 장소연(미영 역)
제작 : 영화사 집
제공/배급 : NEW
개봉 : 2019년 10월 2일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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