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NC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도 선두자리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4일 통합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MY CAR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7-7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하위로 추락했던 NC는 1년 만에 가을야구 복귀를 확정했고 승리를 챙기지 못한 두산도 선두 SK 와이번스가 kt 위즈에게 3-7로 패하면서 선두와의 격차를 한 경기로 줄였다(83승1무55패).

두산은 선발 이영하가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16승 요건을 갖췄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른 박치국이 제이크 스몰린스키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아쉽게 승리가 무산됐다. 하지만 이날 두산에게는 승리만큼 값진 일도 있었다. 이제는 두산의 간판타자로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오재일이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국내 타자 중에서는 역대 최초로 4년 연속 20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든 것이다.

그 어떤 쟁쟁한 타자도 넘보지 못한 우즈의 5년 연속 20홈런80타점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이스의 경기. 5회 초 1사 1루 상황 두산 4번 오재일이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이스의 경기. 5회 초 1사 1루 상황 두산 4번 오재일이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물론이고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역사를 살펴 봐도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와 함께 역대 최고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외국인 타자가 있다. 바로 '흑곰' 타이론 우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했던 우즈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무려 174홈런 510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5년 연속 20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며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즈가 일본으로 떠난 이후 김동주, 김현수, 양의지, 최준석(이상 두산), 이병규, 박용택, 정성훈(이상 LG 트윈스)처럼 펀치력을 갖춘 쟁쟁한 타자들이 대거 활약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5년은커녕 20홈런 80타점 시즌을 4년 연속으로 이어간 타자조차 없었다. 그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20홈런80타점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기록이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기록을 오재일이 달성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분당 야탑고 출신으로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오재일은 187cm 95kg의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뛰어난 장타력으로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타고난 힘에 비해 부족한 기술로 끝내 붙박이 1군 선수로 자리잡지 못했고 히어로즈가 박병호라는 새로운 1루수를 영입하자 오재일은 2012년 7월 이성열(한화 이글스)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두산 이적 첫 해 8개의 홈런을 치며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오재일은 2013년 55경기에 출전해 타율 .299 3홈런 28타점을 기록했지만 2014년 타율 .242 3홈런 18타점으로 주춤하며 주전 도약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2015년 홍성흔(은퇴)의 부상을 틈타 주전 기회를 잡은 오재일은 66경기에서 타율 .289 14홈런 36타점을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데 기여했다.  

오재일은 2016년 외국인 선수 닉 에반스의 초반 부진을 틈 타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105경기에서 타율 .316 27홈런92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에도 128경기에서 타율 .306 26홈런89타점을 기록한 오재일은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15타수 9안타(타율 .600) 5홈런 12타점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올리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지금보다 더욱 스타로 대접 받아야 할 4년 연속 20홈런80타점의 거포

3년 연속 3할 20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며 김재환과 함께 두산을 대표하는 좌타 거포로 자리매김한 오재일은 작년 전반기 67경기에서 타율 .218 10홈런 39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뛰어난 장타력은 여전했지만 타율이 워낙 낮으니 효율이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오재일은 후반기 56경기에서 타율 .354 17홈런 41타점으로 성적을 바짝 끌어 올리며 3년 연속 20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며 제 몫을 다 했다.

오재일은 작년 시즌 123경기에서 타율 .279 27홈런 80타점으로 좋은 시즌을 보냈지만 전반기에 워낙 부진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16타수 2안타(타율 .125) 무홈런 무타점에 그쳤다. 결국 오재일은 우즈에 이어 김재환과 함께 베어스 역사상 3번째로 3년 연속 25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고도 올 시즌 연봉이 3억 원으로 동결됐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을 장담할 수 없는 두산 입장에서도 오재일의 부활은 절실했다.

하지만 오재일은 올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타율 .111 1홈런 5타점으로 최악의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의 맹타 덕분에 크게 티가 나진 않았지만 꾸준한 활약을 펼치던 주전1루수 오재일의 부진은 두산에게는 분명 큰 악재였다. 하지만 한 차례 2군에 다녀 온 '슬로 스타터' 오재일은 5월 한 달 동안 5홈런 20타점을 몰아치며 조금씩 부진 탈출의 기미를 보였다.

오재일은 6월 .338, 7월 .349의 월간타율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276까지 끌어 올렸지만 7월까지 12홈런에 머무르며 두산팬들을 걱정시켰다. '홈런왕' 김재환, '피카츄' 최주환을 비롯한 타자들의 홈런수가 급감한 올 시즌 꾸준했던 오재일마저 장타를 잃는다면 지난 3년 연속 팀 홈런 4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는 두산의 팀 컬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재일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자신의 색깔을 찾았다.

8월 22경기에서 6홈런 23타점을 몰아치며 타격감을 바짝 끌어 올린 오재일은 9월에도 15경기에서 3홈런 15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21홈런 97타점이라는 '오재일다운' 숫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오재일은 올 시즌 두산 타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하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팀의 토종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4년 연속 20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97타점은 오재일의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오재일은 올해 3억 원의 연봉을 받지만 7억 3000만 원의 김재환과 3억 8500만 원의 박건우, 허경민, 최주환, 그리고 FA 계약으로 5억 이상의 연봉을 받는 김재호, 오재원에 이어 팀 내 야수 중 연봉 7위에 머물러 있다(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하면 8위). 하지만 4년 연속 20홈런과 80타점을 보장하는 거포는 10개 구단 전체를 뒤져 봐도 결코 흔치 않다. 오재일은 '조용한 거포'에 머물러 있는 지금보다 더욱 스타로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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