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스터데이> 포스터

영화 <예스터데이>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예스터데이>는 비틀즈가 사라진 세상에서 악전고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무명 가수 '잭'(히메쉬 파텔)은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을 되찾은 그는 비틀즈와 그들의 음악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잭은 비틀즈의 음악을 자신의 것인 듯 발표하며 황당한 상황을 인생 역전의 기회로 삼는다.

그러나 성공이 본연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잭은 이내 불안함에 휩싸인다. 친구이자 매니저였던 '엘리(릴리 제임스)'와의 관계까지 악화되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예스터데이>는 분명 상상력이 좋은 영화다. 영화의 전개가 되는 사건이나 핵심 설정이 정말 기발할 때, 혹은 영화가 논리적이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질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예스터데이>는 어떨까? 이 영화의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예스터데이>의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 전개하는 방식에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실 영화 전반부의 전개는 나쁘지 않다. 잭의 성공담이 적절한 유머들('Hey Dude'라든가)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은 흥미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애드 시런의 카메오 출연도 작중 유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잭의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이다.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성공담 이후, 영화는 '잭'의 두 가지 심리적 압박감을 보여준다. 하나는 썸을 타던 엘리와의 관계고 다른 하나는 그의 불안함이다. 사실 영화의 커트, 화면 구도 및 배우의 연기는 후자의 상황이 잭에게 더 부담스럽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공연에서 잭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의문의 관객들, 마케팅 회의에서 열광적인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기소침하고 언론들에게 잡아먹히는 잭의 모습을 보면 그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채 패닉에 빠져 있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바로 이 부분이 문제다. <예스터데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잭의 불안한 내면 심리를 깊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지나치게 익숙하고 편한 로맨틱 코미디의 해피엔딩을 선택한다.

누구든 어느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영감이 장르를 막론하고 멋진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은 단순히 아이디어 유무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논리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와 <배트맨 대 슈퍼맨>(2016)의 대비가 그 예시다. 히어로들 간의 충돌이라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단지 그들이 어떤 이유와 동기로,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화해하는지를 완성된 스토리로 펼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상상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현실과는 다른 세상을 얼마나 세밀하게 구성해서 보여줄 수 있는가? 상상력을 얼마나 극한으로 펼쳐볼 수 있는가? <예스터데이>는 영감을 구체화하고 극한으로 떠미는 상상력이 부족해 보이는 영화다.

영화가 비틀즈를 활용하는 방식도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우선 노래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것 같지는 않다. 음악은 음악 영화에서 인물들의 변화를 감정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예스터데이>도 다르지 않다. 단지 비틀즈의 노래를 너무 많이, 너무 짧게 사용하다 보니 노래에 빠져들 순간이나 각 음악의 임팩트가 부족하다. 그 결과 옥상에서의 앨범 데뷔 무대처럼 결정적이어야 할 순간도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이브 에이드 장면 같은 열광의 도가니로 이어지지 않는다.
 
 영화 < 예스터데이 >의 한 장면

영화 <예스터데이> 스틸 컷ⓒ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비틀즈라는 그룹을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비틀즈는 세부 장르, 데뷔 방식을 비롯해 대중음악의 예술 양식의 가치를 확립한 선구자적인 그룹이다. 또 다른 전설의 밴드 퀸 또한 비틀즈와 같은 방식으로 데뷔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즉 비틀즈가 없었다면 현재 대중음악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예스터데이>는 이처럼 대중음악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던 그룹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물론 달라진 현대 팝을 영화에서 묘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틀즈만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간편하지만 무성의한 방식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스터데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뻔하다. 부, 명예 그리고 성공. 모두가 욕심낼 만한 모든 것보다 일상 주변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익숙한 이야기를 효과적이지 못한 음악과 상상력이 부족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하니 영화가 조악해 보이는 것은 필연이지 않을까. 비틀즈의 명곡들이 아깝게 느껴진 영화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원종빈 시민기자이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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