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은 충분히 조국 장관한테 유리하게 방송되고 있는데."
 
지난 18일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한 KBS 김덕훈 기자의 이 발언은 충분히 문제적이었다.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주제로 녹화를 마친 뒤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김 기자는 해당 주제를 설명하던 중 "문재인 정부 내 권력자에 대한 의혹 제기란 측면에서 알권리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검찰과 피의자, 피의자 주변인 등 여러 소스가 흘러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 패널인 중앙대 정준희 교수와 강유정 강남대 교수가 해당 주제에 대해 "과연 김학의 사건과 조 장관 사건이 비슷한가, 국정농단 사태와 동일한 사건으로 볼 수 있느냐"와 같은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그 중 김 기자의 해당 발언은 조 장관과 배우자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의 '반론권'을 설명하면서 불거졌다.
 
 23일 저녁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23일 저녁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김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KBS 측이 페이스북을 통해 논란에 대해 해명에 나선 정경심 교수 측에 연락을 했다고 설명하며 "언론 보도에 대해 충분히 말할 수 있게 해드리겠다, 하지만 정 교수가 응하지 않았고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교수가 정 교수가 취재에 응하지 않은 것이 "언론의 신뢰도 문제"가 아닌가라고 언급하자, 김 기자는 "왜요?"라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이 프로그램은 충분히 조국 장관한테 유리하게 방송되고 있는데"라고 답했고, 그러자 정 교수는 "그건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일견 KBS 기자가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을 단정한 듯한 발언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이 영상은 23일까지 조회수 32만을 기록했고, 85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대부분이 비판 일색이었다. 그러자 19일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은 아래 내용이 포함된 입장문을 유튜브 채널에 게재하며 진화에 나섰다.
 
"방송 전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혹여라도 제기될 수 있는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J Live에서 표출된 논쟁은 이같은 제작진의 치열한 고심과 자기검증을 방증합니다. 다만 J Live 출연 기자의 발언 가운데 일부는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어휘를 사용해 논란을 키운 점에 대해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매체 비평 프로그램의 공익성에 대해서 좀 더 면밀히 숙고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KBS 기자까지도 "이 프로그램은 조국 장관한테 유리하다"고 평가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정말 편파적일까? 23일 방송분인 '검찰과 언론의 공생... 알 권리라는 핑계'편을 통해 살펴봤다(<저널리즘 토크쇼J>는 매주 일요일 방송했지만, 22일 태풍 특보로 결방되면서 23일 오후로 시간을 옮겨 방송함 - 편집자 말).
 
조국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23일 저녁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23일 저녁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검찰이 신속하게 정말 무슨 작전하듯이 했던 장면들을 보면서 의도가 있다는 것은 분명히 보였습니다. 의도는 어떤 의도였느냐, 제가 나름 취재를 해보니까 이렇게 검찰이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에 들어가면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하거나 조국 장관 스스로 좀 물러나지 않겠냐 이렇게 예견은 했던 것 같은데, 그 예상이 들어맞지 않으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한 거 같아요.
 
그래서 청와대는 처음에는 상당히 격노하는 반응, 정무수석이 직접 나와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정도의 반응까지 보였거든요. 그리고 국무총리와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에 대해서 비판적인 언급을 하고 있는, 결국 지금은 윤석열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인데 이상하게 청와대와 정부가 검찰을 공격하는 모양새로 바뀌고 있는." (CBS 권영철 대기자)

 
나름 30년 넘게 법조기자로 재직 중이라는 권 기자의 분석은 이랬다.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법조 기자를 대변하는 권 기자와 검찰의 의중을 '해석' 혹은 '번역'한 김남근 변호사의 참여로 훨씬 더 다채롭게 진행된 느낌이었다. 김남근 변호사 역시 아래처럼 검찰이 받는 '오해'를 설명하고 있었고, 제작진 역시 자막을 통해 이들이 벌인 예상치 못한 열띤 토론을 강조하고 있었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러한 정치적 사안일수록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로 바로 수사를 해야 한다, 아마 이런 심정에서 저는 수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다만 삼권분립의 원칙이라는 게 있으니까. 장관 후보자가 나오면 국회가 먼저 청문 절차를 통해서 정책이라든가 자질이라든가 도덕성이라든가 이런 거를 검증하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떤 의혹 같은 것들이 제기가 되는데...
 
해명이 안 되면 그때부터 자료를 모아서 수사를 시작해야 하는 것들이 일반적이고 그게 국회를 존중해주는 태도라고 생각이 듭니다.(중략) 검찰 개혁을 하려는 후보자가 장관으로 나오니까 낙마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먼저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수사를 해서 수사 받는 후보자니까 장관하면 안 된다 이런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고 한 거 아니냐. (검찰이) 이런 오해를 받은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검찰의 스텝이 꼬였든, 검찰이 '오해'를 받고 있든, '윤석열 검찰'의 대대적인 조 장관 관련 수사가 과도하고 이례적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하필 '검찰과 언론의 공생... 알 권리라는 핑계'편이 방송된 23일은 검찰의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 11시간 동안 이뤄진 바로 그날이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언론의 보도 행태일 터. 패널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검찰에 대한 어떤 얘기들보다는 윤석열 개인의 문제라고 굉장히 비정치적으로 만들어가는 것들이, 모든 언론이 굉장히 뭐라고 해야 할까요?"라며 "합의라도 된 듯이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강조하고 있는, 이게 저는 되게 흥미로워 보였습니다"라고 비꼬았다.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는 언론의 이러한 '윤석열 집중' 현상에 대해 "불구경 프레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마치 스파링 파트너를 무대 위에 세워서 두 명이 되면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것 같다는 상황이 생긴다는 거죠. 이 프레임, 해석의 프레임은 이미 만들어놓고 이 판 안으로 개인들이, 권력자 개인들이 들어가야 하는 그런 상황들을 강요하고 있는 듯한 그런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논두렁 시계 시즌2' 보도를 말하다   
 
 23일 저녁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23일 저녁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한편 이날 방송 중반부 비판의 도마에 오른 보도는 바로 SBS의 7일자 <조국 아내 연구실 PC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란 단독보도였다. 일각에서 '논두렁 시계 보도 시즌2'라고 비판을 받은 바로 그 보도 말이다. 이에 대해 기사 내용을 세 가지로 나눠 비판한 정 교수와 함께 강 교수는 SBS를 비롯한 언론보도가 조 장관과 그 가족을 '유죄'로 몰아가는 행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굉장히 권위주의 정권이라든가 이렇게 밀실 수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각 조각 난 어떤 정보와 여러 사태들이 계속해서 조금씩 노출되고 있습니다. (중략)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간에 언론이 구성적 유죄를 만들어가는 그런 보상 심리를 조금은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거라고 보입니다."
 
여기서 정준희 교수는 기자 출신 학자가 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란 저서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검찰발' 사실들 전부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거된 현재 조국 장관 관련 보도 양상의 허점을 보기 좋게 꼬집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공감할 만한 그 대목은 이랬다.
 
'기자는 인터뷰 대상자로 하여금 기회를 주는데, 책임지지 않을 주장을 사람들한테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보도가 틀릴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망각한 채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입장에서, 자신의 관점에서만 '말'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게다가 사람들은, 인터뷰이(취재대상자)들은 대부분 과장을 하고 심지어 거짓말도 하기 마련이다. 이 대목을 인용한 정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의 언론 보도를 이렇게 꼬집었고, 토론은 필연적으로 피의사실공표 문제로 이어졌다.
 
"(조 장관 측이) 반론권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고... 검찰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수사의 내용들이, 그것도 모든 언론들에게 공개된 그런 브리핑의 과정이 아니라 특정 수사 시점마다 특정 언론에게 관련된 내용을 줘서 이것이 마치 사실인양 확정한 채 가는 이런 식의 보도 양상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 논의가 편파적이라고? 
 
 23일 저녁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23일 저녁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J>의 한 장면ⓒ KBS


"그런데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을 관리한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아무개씨에게서 '조 장관을 세 차례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씨는 당시 만남에 대해 '진지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장관이 부인 정 교수와 함께 펀드 운용내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증권사 직원을 만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중략).
 
김씨는 하드디스크를 갈아 끼우고 있을 때 퇴근 후 귀가하는 조 장관과 마주쳤다고 검찰에 진술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김씨는 또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이 자신에게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언급한 12일자 채널A의 <증권사 직원 마주친 조국, "아내 도와줘 고맙다고 했다"> 단독보도 중 일부다. 그때 봐도, 지금 봐도 '어이가 없는'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세 차례 만났다는 '검찰발' 진술은 그렇다 쳐도, 그 발언 내용이 가리키는 정보의 허접함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채널A 기사 내용만 놓고 보면, 퇴근 후 귀가하는 조 장관과 마주친 것, 조 장관이 한 말 등은 '동양대 표창장' 수사와 관련해 그 어떤 사실이나 진실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마치 대단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라는 워딩으로 '조국 유죄'와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질 낮은 호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한달 넘게 국민들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보아왔던 바로 그 허접한 단독보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기본적으로 검찰도 잘못하고 있는 것이지만 현재의 구조적, 다시 말하면 속보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주면 냉큼 받아먹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 거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인정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어떤 언론이든 이런 거 안 할 수 있겠냐고 한 거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정되고 정당한 것은 아니잖아요."

사실 이날 법조기자 입장을 대변한 권 기자와 정 교수가 가장 세게 맞붙은 대목도 바로 이 피의사실공표 문제였다. 권 기자는 대체로 '알권리'와 '부작용'을 강조하며 사회적인 공론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진보보수 구분 없이 피의사실공표 개정을 들고 나온 여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대다수 언론의 '자기 비판', '자아 비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렇게.
 
"언론들은 다 모아놓고 '자, 브리핑 해줄 테니까, 이제부터는 이렇게 안 흘려주고 브리핑해 줄 거야, 그러면 너희가 딱 보고 판단해서 해'라고 하면 찬성할까요? 저는 별로 안 할 거 같아요. 거기 이유가 나오겠죠. 왜냐하면 나한테만 주는 게 제일 좋지, 다 같이 똑같은 정보를 받는 것은 싫어하거든요. 지금 같은 경우에 단독 보도의 경쟁이 이루어질 때 이게 언론의 입장에서 볼 때는 책임도 안 져, 그 다음에 자기만 우위에 설 수 있는 상황이 생겨, 그러니까 굉장히 공생관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이에요.
 
그러면 이 공생관계를 깨자고 하는 것은 저는 분명한 사회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익이 교환된 결과가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그다음에 투명성의 확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검찰이 의도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그 다음에 언론은 그것에 맞춰서 장단에 춤을 춰준 대가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클릭질을 유도한다거나 내 기사를 더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그런 방식의 이익 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상파가 보여줄 수 있는 조국 장관 검찰 수사 보도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토론과 비판이라 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나 SBS 보도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내로남불', '갈지자 행보', '논두렁 시계 시즌2'와 같은 비판도 이뤄졌으며, 권영철 기자의 입을 통해 법조 기사들의 과거와 현재나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한 기존 언론의 입장 역시 충분히 다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정도 수준의 논의를 편파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 반대로, 언론들이 이미 조 장관을 향해 '유죄'임을 기정사실화한 '검찰발' 보도로 맹폭을 한 것은 편파적이지 않은 걸까? 여기서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고 항변할 수 있는 언론이 얼마나 될 것이며, 그런 항변을 납득할 국민들은 또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가 편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간 '조국 보도'가 지독하게 편파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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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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