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비긴어게인3 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 비긴어게인3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JTBC

 
이번에는 독일이다. 이번엔 베를린으로 가서 좌충우돌 버스킹을 펼치고 돌아왔다. 바로 JTBC <비긴어게인3>의 멤버 이적, 태연, 폴킴, 김현우(딕펑스), 적재가 그 주인공. 일명 '비긴어게인' 팀이다. 

초보 버스커 5명이 모인 이 팀은 낯선 땅에서, 자신들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한국 노래를 꽤 여러 곡 들려주었다. 보는 사람도 왠지 긴장되는 이 버스킹에서 이적과 태연이 부른 노래 두 곡이 특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태연이 부른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 그리고 이적이 부른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다.

'사랑밖엔 난 몰라'... 한국 트로트 처음 듣는 독일인들 
 
비긴어게인3 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 비긴어게인3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JTBC

비긴어게인3 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 비긴어게인3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JTBC

  
<비긴어게인3>에는 유독 한국가요가 많이 등장한다. 그게 아니라면, '더 한국적인 가요를' 많이 불러서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겠다. 특히 태연이 꺼내든 선곡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트로트? 태연이 베를린에서 한국 트로트를 부르다니. 아주 오래된 가요를 부르는 그의 모습 자체가 희귀한데, 이국땅에서 부르는 거라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김현우의 트럼펫이 도입부를 깔자 태연의 목소리가 잠시 후 합류했다. 석양이 내리는 몽비쥬 파크에서 울려 퍼진 '사랑밖엔 난 몰라'의 멜로디,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들려오는 한국 여가수의 음성. 발걸음을 멈춘 시민들은 영화를 보듯 집중해서 노래를 듣는 모습이었다. 
 
비긴어게인3 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 비긴어게인3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JTBC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 거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 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일명 '트로트 창법'의 간드러지는 가창이 아닌, 태연의 스타일로 새롭게 탄생한 '사랑밖엔 난 몰라'는 어쩐지 좀 더 쓸쓸한 느낌이었다. 베를린의 젊은이들과 중년들은 그의 노래를 듣고 어떤 감정을 받았을까. 

예전에 한 작사가가 "트로트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탁 건드는 요소가 있어서, 아이돌이 부르는 가요라 하더라도 미묘한 '뽕끼'가 향수 한 방울처럼 들어가야 사랑받는다"는 말을 한 적 있다. 그렇다면 트로트에 담긴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가 외국인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노래가 끝난 후 나온 박수소리와 관객들의 표정을 봐선 그들의 영혼도 '뽕끼'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듯했다. 또한, 아무리 가사를 모른다하더라도 이 곡이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가득 담은 러브송이란 건 아마 모두가 또렷히 느꼈을 것이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명곡이 이적의 목소리로 
 
비긴어게인3 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 비긴어게인3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JTBC

  
'비긴어게인'에 출연한 그 어떤 가수들보다 이적은 그곳에서 한국 가요를 많이 불렀다. 분단이라는, 우리와 유사한 아픔을 간직한 독일에서 이적은 풀밭에 앉아 '라구요'를 불렀다. 강산에가 실향민이었던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이 노래를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하며.

정식 버스킹이 시작됐고, 이적은 자신이 선곡한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특유의 쩌렁쩌렁하고 명료한 창법으로 불렀다. 사전 인터뷰에서 그는 '이곳 사람들이 우리에게 듣고 싶은 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우리의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그런 노래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트로트 장르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차 싶었다. 왜 나는 지금까지 '한국적인 음악'이 꼭 국악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어쩌면 정말 한국인의 DNA 깊이 새겨진 한국적인 음악, 그래서 외국인에게 들려줄 '우리다운' 음악은 다름 아닌 트로트가 아닌가, 그의 말을 통해 깨달았다. 
 
비긴어게인3 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 비긴어게인3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JTBC

비긴어게인3 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 비긴어게인3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JTBC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후렴구가 아니라 '그야말로'다. 나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부분에서, 급격하게 요동치는 '그야말로' 네 글자의 움직임에서 매번 짜릿함을 느낀다. 마치 탱고를 듣는 기분이다. 이 명곡은 전반적으로는 트로트풍이지만, 어쩐지 정열적인 탱고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낭만에 대하여'의 흥미로운 멜로디에 마음을 여는 듯했다. 몸을 흔들고, 박수를 치고, 재미있다는 듯 웃어보이며 버스커들과 호흡했다. 어린 아이들도 '생전 처음 듣는 음악아야' 하는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사실 '저렇게 한국 노래를 계속 부르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나는 이내 이들의 선택이 가치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이런 음악을 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다'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적)

물론 이들은 팝송도 더 없이 훌륭하게 불렀다. 특히 태연이 'When We Were Young'(아델)을 부를 땐 우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이런 음악이 있다'는 걸 보여준 건, 팝음악을 통한 공감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현지인들에게 선사했으리라 본다.
 
비긴어게인3 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 비긴어게인3JTBC <비긴어게인3> 방송화면 캡처ⓒ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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