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더 더 실버레이크> 포스터.

영화 <언더 더 실버레이크> 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가 아닐까. 다른 요소들은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유념할 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만 매몰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19일 개봉한 영화 <언더 더 실버레이크>가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에는 제2대 스파이더맨이었던 앤드류 가필드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외손녀로 유명한 라일리 코프가 출연한다. 라일리 코프는 데뷔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매직 마이크> <매드맥스> <아메리칸 허니> <로건 럭키> <살인마 잭의 집> 등 장르를 불문하고 주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영화 <팔로우>로 이름을 알린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청년 백수 샘의 기이한 여정

집세가 밀려 5일 뒤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청년 백수 샘(앤드류 가필드 분). 그는 아직 할부금을 다 내지 못한 차도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신세다. 어느날 우연히 이웃집 사라와 '썸'을 타게 된다. 그런데 하룻밤 새 그녀가 사라진 게 아닌가? 그런가 하면, 동네에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개 도살자가 출몰했다고 하지를 않나, 할리우드의 대부호 제퍼슨 세븐스가 실종되었다고 하질 않나. 

샘은 사라진 사라의 방으로 들어가 박스를 발견한다. 곧 인기척이 들리자 박스를 놓고 나오는데, 어떤 여자가 들어오더니 박스를 가져간다. 샘은 그녀의 뒤를 쫓으며 사라진 사라를 찾는 수사를 시작한다.

그는 참으로 다양하고 특이한 경험을 이어간다. 예수와 드라큘라의 신부들이 공연하는 파티장에 가고, '언더 더 실버레이크'를 연재한 작가를 만나며, 자신을 노숙자 왕이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사내와 동행하기도 하고, 제퍼슨 세븐스의 딸인 밀리센트 세븐스와 조우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샘이 깨닫게 되는 건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이면과 진실이다. 모든 것들에 다 기호와 상징이 숨겨져 있다는 것.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건 우리가 아닌 전적으로 그(들)의 의해서라는 것이다. 대중문화에 심취한 샘에겐 가히 충격적인 뉴스였다. 여하튼, 샘은 사라를 찾을 수 있을까? 사라가 하룻밤 새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버레이크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들만의 도시이자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최전선 LA

샘이 사라를 찾을지, 사라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무엇일지, 실버레이크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건 영화의 초반에서일 뿐이다. 영화는 샘의 두서 없는 수사를 중심에 두기 때문에 관객은 거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사라진 사라를 찾는다는 목적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어느덧 그 목적은 핑계가 되어버린다. 

감독이 지난 2018년 칸 영화제에서 밝혔듯 "LA 언덕 대저택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가 <언더 더 실버레이크>가 던지는 물음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대도시이자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그들'만의 도시이자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최전선 LA 말이다. 

'미스터리 로맨스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는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 했다. 그러다 보니 러닝 타임은 길어졌다. 관객 역시 영화 중반부 정도부터 인내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을 다퉜다. 경쟁작은 <어느 가족> <가버나움> <버닝> <블랙클랜스맨> <레토> <콜드 워> 등 쟁쟁했다.

영화의 아쉬운 점

이 영화는 액션도, 판타지도, 드라마도, 스릴러도, 로맨스도, 미스터리로도 규정할 수 없는 작품이다. 모든 장르를 포함하고 있거나 혹은 아무런 장르도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영화는 꽤 괜찮은 장르 비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의해 학습된, 그래서 관객이 예측할 수 있는 관습을 철저히 비껴가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에는 허술하고 민망한 부분이 참으로 많다. 학습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전개를 피하기 위해, 우연에만 서사를 기대기 때문이다. 샘은 우연히 찾아간 이들에게서 어김없이 음모론과 진실과 겉멋 든 수사를 잔뜩 듣는다. 거기에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다수 포진되어 있다. 대도시 LA의 거대하고 소름끼치는 이면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민망하다. 더욱이 당당히 제목이자 LA를 대변하는 실버레이크의 정체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높디 높은 산같은 영화다. 정상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과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사람만이 끝까지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이야기다.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겐 매력적으로 비춰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나마도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