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라. 누가 뭐래도 난 네 엄마고, 꼼짝 없이 여기 있을 테니까."
 
독설을 퍼붓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딸을 향해, 엄마 이자벨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체념한 표정으로 이 같이 말한다. 집을 나간 딸 산드라를 기다리듯, 10년 동안 한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연극 <앙상블>은 지적 장애를 겪는 미켈레, 미켈레를 하염없이 지켜봐주는 엄마 이자벨라, 10년 만에 집에 돌아온 딸 산드라의 이야기다. 이자벨라의 말을 따라하고, 순수하게 장난을 치는 미켈레의 모습은 입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반면, 그런 아들과 낱말을 맞추고, 커피를 끓이고, 장을 보고, 복권을 긁는 이자벨라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가족이기에, 모든 것을 터놓아야 할까. 가족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해야 할까. 가족이기에 그의 행복을 감히 가늠해도 될까. 산드라는 미켈레만 생각하는 엄마가 너무나도 밉지만, 또 미켈레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다.

그는 '웃지 않는 엄마'를 보며 오빠를 시설로 보내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엄마를 쉬게 하는 것이 엄마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미켈레를 보고 웃는다. 그의 사소한 것에 걱정하고 눈물짓고 또 웃는다. 엄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누가 결정을 짓는 거지?"
  
 <앙상블> 예수정

<앙상블> 예수정ⓒ 극단 산울림

 
이자벨라는 산드라에게 말한다. "네가 자식을 낳아봐"라고. 산드라는 말한다. "엄마를 선택할 수 있다면 엄마 같은 여자는 절대로 택하지 않을 거야" "날 왜 낳았어"라고,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고 또 내뱉은 말일 것이다.

<앙상블>은 너무나 솔직한,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극 중 지적 장애를 앓는다는 설정이 있지만, 형제가 있는 집이라면 미켈레가 동생 산드라를 바라보는 시선과 오빠 미켈레를 바라보는 산드라의 눈빛을 이해할 것이다. 지적 장애는 그저 가족 중 한 명의 구성원이 가진 '아픔' '희생'의 상징일 뿐이다.
 
이자벨라는 '미켈레가 정상이냐?'라고 묻는 산드라에게 되묻는다. "자신의 오빠를 부끄러워하는 건 정상이야? 통신사에 다니면서 10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는 건 정상이야?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누가 결정을 짓는 거지?"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이자벨라의 그런 모습은, 마음속에 품었던 일종의 '편견' '고정관념'의 틀을 깨부순다. 알지도 못하고, 물어 확인하지 않고서 막연한 생각으로 누군가를 규정 지어버렸던 실수 등의 감정의 기억이 한순간에 몰아친다.
 
너무나 편해서,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고, 긁어낸다. 너무나 소중해서 아무리 상처를 주고 긁어대도 참고 기다린다. 가족은, 사랑은, 울타리는 이렇게 지켜지는 게 아닐까. 너무나 현실적이고, 또 솔직해서, 하하하 웃음이 나다가도 펑펑 눈물이 흐른다. 오늘 아침에도 투덜거리며 출근하는 나를 바라보던 엄마 눈빛이 생각나서다.
 
이자벨라 역은 예수정, 미켈레 역은 유승락, 산드라 역은 배보람, 클로디아 역은 한은주가 맡는다. 10월 20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된다.
 
 <앙상블>

<앙상블>ⓒ 극단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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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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