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포스터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연합군은 북한군을 교란시킬 양동작전을 준비한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영덕군 장사리에 한 부대가 투입된다. 772명의 이 유격대는 평균 나이 17세, 훈련기간이 2주에 불과한 학도병들이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선보이는 전쟁 블록버스터다. 2005년작 <태풍>을 통해 남북한의 갈등을 담아낸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던 그는 '장사리 전투'를 다룬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블록버스터를 내놓았다. 여기에 드라마 <아이리스> 시리즈를 통해 세련된 액션 연출을 선보인 김태훈 감독이 공동감독으로 합류하며 시각적인 재미를 더한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작품은 도입부부터 강렬하다. 장사리를 향하는 학도병을 태운 문산호와 억수 같이 내리는 비, 어두운 밤하늘 아래 높이 몰아치는 물결과 뒤이어 등장하는 학도병들의 얼굴에서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보통의 전쟁영화가 전반부를 통해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을 그려내고 중·후반부에 화려한 스펙타클의 전쟁 장면과 휴머니즘이 담긴 감동을 선사한다면, 이 작품은 도입부부터 전쟁 장면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사건과 갈등을 조장하고 전투 장면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리듬은 '강강강강'에 가깝다. 초반부터 이명준 대위(김명민)가 이끄는 학도병들이 장사리에서 전투를 벌이는 도입부는 승부수에 가깝다. 인물들의 관계나 상황에서 오는 드라마적인 감동과 슬픔 코드를 포기한 대신 강렬한 전투 장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북한군에게 공격당하는 문산호와 그런 문산호에서 빠져나와 장사리로 입성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도병들의 모습은 시작부터 관객들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와 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학도병들의 두려움과 용기, 이들을 이끌고 전장에 뛰어든 이명준 대위의 결의와 강인함은 관객의 감정을 동요하게 만든다. 또한 오직 장면만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이는 한국 전쟁이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으며 애국심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강렬한 도입부 이후에도 학도병과 북한군의 대결을 연달아 보여주며 극이 지닌 긴장감과 리듬감을 놓치지 않는 데 주력한다. 이런 점만 보자면 이 작품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적인 측면을 보자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액션 속에서도 캐릭터가 지닌 개성과 인물 간의 관계가 지닌 드라마적인 감동을 집어넣으려다 보니 작위적인 지점들이 생긴다.
 
이는 다소 뻔한 감동코드를 인물들에게 부여하다 보니 생긴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학도병 성필(최민호)의 가족이 북에서 내려왔다는 설정이나, 하륜(김성철)이 많은 형제자매 때문에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 가장은 대를 이어야 돼서 쌍둥이 오빠 대신 문종녀가 장사리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은 한국적인 정서에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다.
 
다만 이러한 설정들이 단편적으로 그려지다 보니 끈끈하게 이어지는 응집력이 부족하다. 인물의 입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들은 특히 자연스럽지 못하게 느껴진다. 이는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메간 폭스 역의 매기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한국전쟁 당시에도 여성 종군 기자들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매기이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문제는 이런 매기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녹아들 타이밍이 없다는 점이다. 학도병들이 전투를 벌이는 장사리와 매기가 머무는 미군 기지는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이다. 그녀의 시점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그녀와 학도병들 사이에 교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은 그녀가 학도병들에게 느끼는 동정심에 대해 표면적으로만 이해할 뿐 깊이 있게 빠져들지 못한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장단점이 확고한 영화다. 곽경택 감독과 김태훈 감독의 만남은 흥미로운 전투 장면을 상영시간 내내 연출한다. 여기에 민족의 아픔을 통한 보편적인 감정의 자극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다만 액션에 공을 들인 시간만큼 그 사이에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드라마의 부족한 응집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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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 김준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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