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포스터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어린 시절 누구나 잊고 싶은 트라우마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 트라우마는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잊혀지는 기억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떨쳐낼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전편 <그것>(2017)은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다루면서, 소년과 소녀의 시점으로 공포스러운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자신들이 직면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멀어지려 애쓰던 주인공들은 서로 다시 손을 잡고 나아가 극복해냈다. 영화에서 '공포'는 피에로 형상을 한 페니와이즈(빌 스카스가드)의 이미지로 구현되며, 그는 어린 소년 소녀들의 두려움을 이용하여 그들을 겁박했다. 이번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페니와이즈의 위력이 영화 전반에 깔린다. 

27년 이후 다시 등장한 괴물 페니와이즈의 등장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스틸 컷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것2>는 시리즈의 1편으로부터 27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된다. 주인공들은 과거 페니와이즈와 대면했던 그 상황을 잊고 성장했다. 빌(제임스 맥어보이), 베벌리(제시카 차스테인), 리치(빌 헤이더), 벤(제이 라이언), 에디(제임스 랜슨), 마이크(이사야 무스타파)는 현재 적당히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린다거나, 아내에게 강압적인 삶을 강요당하고,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비웃음을 받기도 한다. 그들의 삶에는 무엇인가 빠져있는 것 같다. 특히 영화 초반 그들의 모습은 나사가 빠진 듯 멍해 보인다. 특히 과거 그들이 살던 마을 데리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마이크의 전화를 받고, 주인공들은 더더욱 과거의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보인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과거의 트라우마는 전화 속 마이크의 목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페니와이즈라는 이름을 통해 그들을 다시 유년시절의 마을로 이끈다. 그들은 모두 과거의 일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느낌에 다시 하나둘 마을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모여 과거의 기억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순간, 페니와이즈는 말한다. "이때만을 기다렸다"고.

어쩌면 그들 모두는 그저 과거의 트라우마를 자신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것일지 모른다. 그들은 당시 다같이 이겨냈고, 페니와이즈가 사라진 이후에도 다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서로 뭉치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모두는 그 트라우마를 그저 마음 속에 묻어버린다. 그건 우리 모두가 성장하면서 비슷하게 겪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거에 겪었던 공포스러운 상황, 부끄러운 상황 등의 트라우마를 대부분 극복하기보다는 그저 마음 한 켠에 묻어두고 꺼내어 대면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그 트라우마는 자신을 괴롭히고 성인이 된 나의 일부분을 바꾸게 만든다.

각 등장인물이 다시 대면하게 되는 과거의 트라우마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스틸 컷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학창 시절 겪었던 외모에 대한 조롱,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슬픔,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로부터의 상처, 엄마의 집착 등 영화는 어린 시절 주인공들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다시 대면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관객들도 비슷한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는 현재 성인이 된 주인공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은 과거의 고통을 끊고 벗어나려 애썼지만, 페니와이즈가 27년 만에 다시 돌아왔듯이 트라우마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속박하고 있었다. 이 영화가 훌륭한 것은 특정 인물의 트라우마만을 집중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물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를 차근차근 따라간다는 데 있다. 

16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공포영화이지만 후반부를 제외하면 크게 무서운 장면이 없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이 영화가 그만큼 개별 서사에 공을 들여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할 수 있는 힘을 비축했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의 틀을 빌려 하고자 한 이야기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스틸 컷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것: 두 번째 이야기>의 또 다른 장점은 1편 아역들의 외모와 흡사한 성인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데 있다. 특히나 베벌리를 연기하는 제시카 차스테인은 1편의 아역이 그대로 성장한 모습처럼 닮았다. 빌을 연기한 제임스 맥어보이 역시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아역이 했던 연기 톤과 행동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나 영화는 아역배우들이 등장했던 장면들을 교차 편집해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캐릭터를 설명한다. 또한 이를 통해 영화는 페니와이즈라는 미지의 존재를 완벽히 현실로 끌어당긴다. 이번 영화에서도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는 공포스런 존재의 근원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 말미 주인공들은 어릴 적 '루저'라고 불렸던 또래 친구들과 다시 손을 잡고 자신이 두려워했던 그 트라우마에 맞선다. 영화는 비록 그들 각자가 가진 '공포'의 이유는 다를지라도 이들이 마음먹고 함께 대면할 때 솟아나는 자신감과 용기는 유년 시절이든, 성인이든 같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틀을 빌려 유년 친구들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훌륭한 성장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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