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자타공인 MC계의 최강자가 된 전현무와 떠오르는 샛별 장성규가 한 프로그램에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성은 충분했다. 거기다 신문, 방송, 인터넷언론, 포털사이트, 유튜브 등을 대상으로 벌인 신뢰도 조사 결과에서 1위를 차지한 JTBC에서 선보이는 뉴스쇼라 하니, 더욱 기대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서 본 결과물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한 상차림이었지만, 하나 하나 뜯어보니 아쉬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막 나가는 뉴스쇼>는 특종이 있으면 어디든 '막 나가겠다'는 각오로 포문을 열었다. 그 첫 번째 코너는 '팩트체크'였다. 개그맨 최양락과 최양락 머리 모양의 가발을 쓴 장성규가 화제의 현장에 직접 나가 '팩트 체크'를 한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현장은 귀신이 출몰한다는 신촌의 한 영화관이었다.
 
 막 나가는 뉴스쇼

막 나가는 뉴스쇼 ⓒ JTBC


정말 귀신이 나오는지를 확인하게 위해 영화관에 모인 제작진은 우선 '사람이 몇 명 타지 않았는데도 정원 초과 벨이 울린다, 귀신이 탄 것 같다'라는 소문의 진원지인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모인 출연진과 제작진은 정원 초과 벨이 언제 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사람씩 몸무게를 잰 뒤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후엔 퇴마사와 고스트 헌터까지 불러 엘리베이터, 귀신이 관객석을 바라보았다는 영화관을 훑는다. 제작진이 부른 퇴마사는 이 곳에 할머니 귀신이 출현했다고 주장했지만, 엘리베이터 전문가는 "실제 인원 초과를 염려하여 중량을 낮춘 것"이라고 밝혔고, 영화관에 귀신이 출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영화관 관계자는 "취객들이 스크린 불빛을 피해 고개를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귀신의 존재 여부보다 더 궁금했던 건 왜 이걸 첫 번째 코너로 내보냈을까였다. 도대체 그 '화제성'은 어디에서 근거한 것일까. 웃으라는 것인지, 진지하게 지켜보라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는 공감하기 좀 어려웠다. 차라리 그 신촌 화려한 도심 한 가운데 각종 소송으로 인해 방치된 건물이 '괴담'의 진원지에서 헤어나올 가능성에 대해 다뤘다면, 그래도 공익적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구라가 발로 뛴 '현장 PLAY' 
 
  막 나가는 뉴스쇼

막 나가는 뉴스쇼 ⓒ JTBC


그 다음은 방송 이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꼭지였다. 최근 '혐한발언'으로 화제가 된 DHC 방송 패널들을 만나기 위해 김구라가 직접 일본으로 날아갔다. 방송은 DHC 패널들의 '혐한 발언'을 다시 한번 보여주며, 최근 들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일본 내 '혐한' 코드를 짚는다. 이미 방송 전에 패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은 없는 상태였다. 결국 김구라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하쿠타 나오키 등을 찾아나선다. 

얼핏 SBS <블랙하우스> 속 강유미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강유미가 촌철살인으로 화제가 된 것과 달리, 김구라가 얻은 소득은 많지 않았다. 물론 아예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다. 마치 우리의 '태극기 부대'처럼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혐한 시위자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온 외신이 태극기 부대 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그것이 '보수'의 전형인 양 보도하면 '왜곡 보도'가 되듯이, 그 1인 시위자가 일본 내 반한 정서를 대변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거리에서 만난 일본의 젊은이들과 시민운동가 다시와라 요시후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변화된 정서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에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그들에게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지나간 옛날 일일뿐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전후 세대의 무지함에 편승하여 '전쟁 주범'이라는 일본의 과거사를 떨쳐버리려는 아베 정권의 야심을 방송은 정확하게 짚어준다. 차라리 '혐한' 패널들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이런 평범함 속에 숨겨진, 일본의 변화를 냉정하게 짚어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좀 더 영양가 있는 말들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전현무, 장성규의 무러보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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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나가는 뉴스쇼 ⓒ JTBC


마지막 코너는 전현무, 장성규 두 MC가 최근 이슈에 대해 시청자들로부터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해 전문가 패널들이 답변을 하는 형식의 <무러보라이브>였다. 이 시간엔 최근 재벌가 자제들과 연예인들 사이에서 불거진 마약 사건에 대해 다뤘다. 패널로는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과 전문가, 약사 등이 나와 질문에 답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선 마약의 종류와 함께 그 독성, 그리고 중독의 위험성을 짚었다.

마약과 관련된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을 해주며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특히 다이어트 약, 진통제 등 우리가 무심코 남용할 수 있는 마약성 약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실시간 질문 때문이었을까. 최근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마약 중독의 위험성은 광범위한데 비해, 질문은 두서가 없었고, 접근은 지극히 흥미 위주였다. 심지어 마약 소지에 대한 처벌을 이야기할 때 나온, "그러면 차라리 많이 가지고 들어오는 게 낫네요"란 장성규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고 불편했다.

물론 <막 나가는 뉴스쇼>는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정규 편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현무부터 장성규, 김구라, 최양락, 제아, 치타 등 요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모아 만든 프로그램치고는 다소 허접했다.

시청자를 가장 혼란스럽게 한 건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게 쇼가 된 뉴스인지, 뉴스의 쇼인지 애매모호했다는 점이다. 가십조차도 되지 않는 소재를 화제가 된다며 코너로 만든 것도 그렇고, 화제가 된 소재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조차도 지나치게 시선을 끌기에만 몰두해서 불편했다. 깊이도 없고,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다.

무엇보다 이 시끄러운 시국에 과연 '쇼'로 보여줄 뉴스로 뭘 선택해야 했는지 제작진의 고민이 깊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웠다. 웃기기 위해, 우스운 것을 보여주는 것으론 더는 시청자들을 웃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막 나가는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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