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추가 시간,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김인성이 유니폼 상의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하지만 이 골은 안타깝게도 극장 골로 인정받지 못했다. 김인성의 오른발 끝을 떠나 빨랫줄을 타고 빨려들어간 듯 보인 그 골은 동료 수비수 강민수의 오프 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가 되고 말았다. 곧바로 김인성에게 노란 딱지까지 발급됐으니 야속한 순간이었다.

김종부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가 14일 오후 5시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29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성공시킨 제리치의 페널티킥 극장 골에 힘입어 3-3으로 비겼다.

풍성한 한가위 '축구' 선물
 
 14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9라운드 경기'에서 울산현대축구단의 주니오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14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9라운드 경기'에서 울산현대축구단의 주니오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프로축구연맹제공

 
A매치 휴식기를 끝내고 다시 만난 K리거들은 한가위 다음 날 창원 축구센터를 찾아온 3660명 축구 팬들을 위해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은 듯 근래에 보기 드문 골 잔치를 펼쳤다. 

90분 축구 게임의 1/3도 지나지 않았는데 양쪽 골문에 2골씩 모두 4골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 숫자가 말해주듯 관중석의 축구 팬들은 한가위 '축구' 선물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게임 시작 후 9분 만에 홈 팀 경남의 골이 먼저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광진이 낮게 깔아준 크로스를 룩이 슬쩍 뒤로 흘렸고 골잡이 제리치가 기다렸다는 듯 침착하게 잡아놓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울산 골문을 갈랐다.

경남 FC가 자랑하는 더블 타워를 활용하는 크로스 전술 앞에서 울산 골문을 지키고 있는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도 도저히 손을 쓸 수조차 없었다. 

전북과 우승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울산이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6분 만에 간판 골잡이 주니오가 주장 이근호의 절묘한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놓고 오른발 발등으로 정확하게 동점골을 차 넣은 것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펼치는 K리그의 골 잔치는 그때부터 막이 올랐다. 울산의 동점골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남 FC의 추가골이 반대쪽에서 터져나왔다. 2분 뒤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선수들이나 보는 이들 모두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경남의 첫 골처럼 이광진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로 시작한 공이 제리치의 머리에 스친 뒤 룩의 절묘한 트래핑으로 그라운드에 깔렸다. 룩은 옆에서 달려든 오스만을 위해 짧고 정확한 패스를 밀어주었고 오스만은 왼발 슛으로 K리그 데뷔골을 성공시키며 창원 홈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후반전, VAR 판독으로 엇갈린 희비

전반전에 여러 골이 터진다는 것은 관중들의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축구 선물이었다. 이 세 골도 모자라 28분에 선물 보따리 또 하나가 열렸다.

이번 A매치 기간에 국가대표로 뽑힌 울산의 희망 이동경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베테랑 이근호가 절묘한 오른발 힐킥으로 밀어준 공을 잡아놓고 반 박자 빠르게 이동경의 왼발이 빛났다. 

전반전 스코어 2-2가 이루어졌으니 후반전 축구 선물은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먼저 61분에 울산의 역전골이 터져나왔다. 이명재의 왼쪽 측면 로빙 크로스를 향해 골잡이 주니오가 반대쪽에서 솟구쳐 헤더 슛을 적중시켰다. 경남 FC 수비수 배승진을 따돌리는 주니오의 순간 움직임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이대로 점수판은 3-2 펠레 스코어로 굳어지는 듯 보였다. 전북을 밀어내고 울산이 다시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경남 FC의 슈퍼 서브 배기종의 왼쪽 측면 크로스는 묘한 장면을 이끌어냈다. 

90분, 배기종이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감아올린 왼발 크로스가 골 라인을 넘어갔다가 휘어서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듯 보였지만 반대쪽까지 튀어서 그대로 유효했다. 이 순간 높은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따내려는 경남 이광진이 울산 교체 선수 김보경에게 걸려 나뒹굴었다. 바로 그 지점이 페널티 지역 안쪽이었기 때문에 이동준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VAR(비디오 판독 심판)의 조언으로 페널티킥이 확정된 추가 시간 2분, 제리치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김승규가 지킨 울산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예상 못한 3-3 극장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은 조금 더 남아 있었고 울산 현대의 마지막 공격이 교체 선수 김수안의 아찔한 왼발 슛까지 이어졌다. 이 슛을 경남 골키퍼 손정현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쳐내는 바람에 오른쪽 코너킥 기회가 울산 선수들에게 한 번 더 찾아왔다.

이 코너킥 세트 피스를 경남 수비수들이 일단 걷어냈지만 멀리 나가지 못했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울산의 날개 공격수 김인성이 오른발로 중거리슛을 꽂아넣었다. 마치 팽팽한 빨랫줄을 타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골키퍼도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엄청난 속도의 골이었다. 

경남의 페널티킥 동점골도 극장 골이었지만 그 아쉬운 순간을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더 놀라운 극장 골을 터뜨린 울산 김인성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지고 뛰어다녔다. 

하지만 축구 규정이 엄정하게 적용되어야 할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동준 주심이 또 한 번 VAR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온 필드 뷰를 살폈다. 김인성의 중거리 골 자체는 깨끗하게 빨려들어갔지만 경남 골키퍼 손정현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바로 앞에서 울산 수비수 강민수가 김인성의 슛 궤적을 살짝 가린 것이다.

이에 심판들은 오프 사이드 규정을 엄정하게 적용하여 결국 강민수의 오프 사이드 반칙을 선언했다. 믿기 힘든 중거리슛을 성공시켰지만 인정받지 못한 김인성에게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는 이유로 경고 카드를 내밀었다. 

이로써 울산은 지난 1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28라운드 어웨이 게임과 똑같이 후반전 추가 시간에 극장 골을 얻어맞으며 3-3으로 게임을 끝내는 승점 1점짜리 악몽을 연거푸 경험했다.

울산은 선두 전북과 승점 3점 차 2위, 득점 숫자에서도 3골(전북 61득점, 울산 58득점)이 모자라게 됐다. 울산이 꾼 '3'의 악몽이 우승 경쟁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2019 K리그 원 29라운드 결과(14일 오후 5시, 창원축구센터)

경남 FC 3-3 울산 현대 [득점: 제리치(9분, 도움-이광진), 오스만(17분, 도움-룩), 제리치(90+2분, PK) / 주니오(15분, 도움-이근호), 이동경(28분, 도움-이근호), 주니오(61분, 도움-이명재)]

★ 전북 현대 2-1 상주 상무
★ 대구 FC 0-0 포항 스틸러스

2019 K리그 1 순위표(9월 14일 토요일 29라운드 종료 시점)
전북 63점 18승 9무 2패 61득점 27실점 +34
울산 60점 17승 9무 3패 58득점 30실점 +28
FC 서울 47점 13승 8무 7패 42득점 34실점 +8
강원 FC 42점 12승 6무 10패 43득점 40실점 +3
대구 FC 42점 10승 12무 7패 34득점 27실점 +7
상주 상무 39점 11승 6무 12패 35득점 42실점 -7
---------- 상-하위 스플릿 구분선 ---------
수원 블루윙즈 38점 10승 8무 10패 36득점 34실점 +2
포항 스틸러스 36점 10승 6무 13패 33득점 40실점 -7
성남 FC 34점 9승 7무 12패 23득점 30실점 -7
경남 FC 23점 4승 11무 14패 34득점 51실점 -17
인천 유나이티드 FC 20점 4승 8무 16패 22득점 43실점 -21
제주 유나이티드 19점 3승 10무 15패 30득점 53실점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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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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