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그가 개막한 지 한달이 조금 넘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경질당한 감독들이 생겨났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왓포드의 하비 가르시아가 4경기 1무 3패의 책임을 물어 경질당했고,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이 A매치 휴식기 도중 갑자기 경질당했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경질이지만 내부의 상황은 완전히 다른 궤의 경질이다.
 
시즌 초반부터 수장을 경질한 왓포드와 발렌시아의 내부 상황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감독의 경질 배경, 대체 감독, 팀의 향후 미래에 대해 예상해보도록 하겠다.
 
왓포드 : 키케를 선택한 것은 옳은 것일까
 
우리가 보통 감독 잔혹사, 독이 든 성배를 이야기 할 때 나오는 팀은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이다. 밥먹듯이 감독을 교체하기 때문에 나온 별명인데 최근 신흥 강자가 바로 왓포드이다. 왓포드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3명의 감독이 팀을 거쳐갔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감독들의 평균 지휘 기간은 1년이 간신히 넘는다. 왓포드가 2부 챔피언십에 있을 때부터 1부 프리미어리그 있을 때까지 한결 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왓포드를 떠난 감독들 사유 중에는 건강상의 문제, 타팀에서의 오퍼 등도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성적 문제이다. 왓포드는 조금이라도 성적,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성에 차지않으면 바로 경질을 하는 냉혈한같은 모습을 보였다. 왓포드가 가장 가혹하게 대처했던 세 명의 감독을 뽑자면 슬라비아 요카노비치, 마르코 실바, 그리고 이전 감독이었던 하비 가르시아를 뽑을 수 있다.
 
우선 슬라비아 요카노비치는 2014년 10월 2부리그 소속인 왓포드에 취임했고 팀을 2위로 이끌며 8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진출시켰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고 왓포드는 요카노비치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키케 플로레스 감독을 선택했다. 승격을 이끈 감독을 내친 것은 가혹한 처사라 할 수 있다. 이후 키케-마짜리를 거쳐 왓포드에 부임했던 마르코 실바는 나름 중위권을 유지시켰지만 부임한지 7개월 만에 경질시켰다.
 
마르코 실바의 후임으로 왓포드를 지휘한 하비 가르시아는 4-2-2-2 전술이라는 독특한 색채를 입히며 왓포드 돌풍을 이끌었다. 리그 11위를 기록했고 팀을 35년만에 FA컵 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2019-20 시즌 초반 4경기에서 1무 3패를 올리자 바로 경질을 시켰고 상하이 선화에서 경질되어 자유의 몸이던 키케 플로레스를 다시 부임시켰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최근 몇 년이었다.
 
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키케 플로레스가 하비 가르시아보다 뛰어난 감독이냐에 대한 것은 의문부호가 붙는다. 키케 플로레스는 '저니맨 감독'에 가깝다. 2004년 헤타페 감독직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10개의 팀을 거쳤다. 평균 지휘 기간이 2년도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왓포드가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하는 클럽이 되려면 전술적 색깔이 뚜렷한 감독이 오랫동안 지휘를 해야하는 것이 필요한데 키케가 과연 적임자인지 의문이 든다.
 
당장 키케가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하비 가르시아와 비교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왓포드의 계속되는 감독 교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발렌시아 : 구단주vs감독의 결말
 

발렌시아는 11일(한국 시간)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의 경질을 밝혔다. 뜬금없는 발표였다.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이 발렌시아의 부임한 이후로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 2018-19 시즌 코파 델레이 우승을 이끌며 참혹했던 암흑기를 지웠다. 4-4-2 전술을 기본으로 단단한 축구를 과시했고 패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꾸준히 성적을 냈다. 이번 시즌 초반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무난한 출발을 하고 있었으며 FC 바르셀로나와의 일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앞뒀는데 갑작스레 경질이 발표됐다.
 
경질 배경에는 구단 내부 갈등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인 <마르카>는 발렌시아의 피터 림 구단주와 알레마니의 단장이 상당히 좋지 않았음을 밝혔다. 피터 림 구단주와 대립 체제에 있던 알레마니쪽 사람이었던 마르셀리노 감독을 구단주가 좋게 보지 않았고 알레마니 단장을 경질한 이후에 마르셀리노 감독까지 경질시켜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갈등이 컸던 까닭에는 구단주와 단장-감독이 원하는 클럽의 방향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실제로 마르셀리노 감독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구단주에 대한 불만을 공식 석상에서 드러냈다. 특히 선수단 구성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 마르셀리노 감독과 피터 림 구단주가 원하는 선수, 내보내고자 하는 선수의 괴리가 컸던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이 경질되고 팬들은 물론, 주장인 다니 파레호까지 충격적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남겼다. 게다가 마르셀리노 감독이 미디어 기사를 보고 경질됐다는 말이 나오면서 구단의 존중 부족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마르셀리노 감독의 후임은 알베르트 셀라데스로 이전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훌렌 로페테기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 있을 때 수석코치를 수행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뿐 프로팀 지휘 경험은 없다. 셀라데스 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당장의 평가로는, '이렇게 경험이 없는 감독을 선임할 거라면 무슨 생각으로 마르셀리노를 경질한 것인지 의문이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강인의 입지는?
  
 발렌시아 이강인(18)이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스에서 열린 코파델레이 8강 1차전 헤타페와 원정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발렌시아의 이강인 ⓒ AFP/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는 당장 이강인의 입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당장 유망주에 가까운 이강인을 선발로 내보내지는 않겠지만 피터 림 구단주가 어린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는 것을 추진하기 때문에 이강인의 출전 기회 향상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높아졌다.여기에 셀라데스 감독도 연령별에서 어린 선수들 지휘하고 활용해본 경험이 있기에 마르셀리노 시절보다는 더 중용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팀이 흔들리고 갈피를 못잡을 경우에는 출전이 오히려 더 줄어들 수 있다. 이강인의 출전 여부를 판단하려면 발렌시아의 향후 행보, 성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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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리노 하비 가르시아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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