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백전쟁 : 퀸덤 > 3화 갈무리

< 컴백전쟁 : 퀸덤 > 3화 갈무리 ⓒ 엠넷

 

지난 12일 방영한 엠넷 <컴백전쟁: 퀸덤> 2차 경연에서 걸그룹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것이었다. 박봄은 (여자)아이들의 '한'을 불렀고, 마마무는 AOA의 'Good Luck'을 재구성했다. 한편 AOA에게 주어진 노래는 마마무의 '너나 해(Egotistic)'였다. 평소에 두 팀이 보여준 색깔이 전혀 다른 만큼,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조합이었으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데뷔 이후 이들이 보여준 최고의 무대라는 평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솜털이 떨어질 때 벚꽃도 지겠지/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
 
AOA의 무대는 지민의 날선 랩과 함께 시작되었다(이 무대의 콘셉트는 지민이 고안했다고 한다). '여자는 꽃이야'라는 보편적인 비유를 비웃 듯, '나는 져버릴 꽃 대신 나무가 되겠다'고 말한다. 여대를 '꽃밭'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 않나.
 
이윽고 검은 수트를 입고, 로퍼를 신은 AOA 멤버들이 등장한다. 과거 히트곡의 안무들처럼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안무, 신체 노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며 귀여움을 연출하는 모습도 없었다. 오히려 웃음을 줄이고 자신감으로 일관하는 표정이 돋보일 뿐이었다.

이들은 어느 때보다 절도있는 동작을 소화했고, 각 멤버가 갖춘 매력을 부각시켰다. 이 무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무대 중반에 등장한 남성 댄서들이었다. AOA와 어울려 춤을 추는 이들은 모두 진한 화장과 노출 의상, 그리고 높은 힐을 소화하고 있었다. 무대를 보고 있던 오마이걸의 승희는 '그거지!'라는 말과 함께 열광했다.

AOA가 꿈꾼 당당한 전복
 
 < 컴백전쟁 : 퀸덤 > 3화 갈무리

< 컴백전쟁 : 퀸덤 > 3화 갈무리 ⓒ 엠넷

 

정장을 입은 AOA, 드랙퀸 스타일의 남성 댄서들. 이 콘셉트가 말하는 것은 몹시 명확했다. '남자다운 것'과 '여자다운 것'은 사회가 만든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작년 연말, 설현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체 특정 부위가 확대된 움짤' 등을 예로 들며 여성에게 집중되는 성적 대상화를 '불합리'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AOA의 무대를 완성한 것은 이러한 고민과 철학 아니었을까. 만족감으로 가득찬 설현의 미소로 무대가 마무리되기까지, 이 무대에서 AOA는 그 어떤 종류의 성적 대상화와 상품화로부터 자유로웠다. 통렬하고도 당당한, 전복의 무대였다.
 
AOA는 이미 화려한 전성기를 지나온 걸그룹이다. 2014년부터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으로 이어지는 히트 행진을 터뜨렸고, 2015년에 발표한 '심쿵해'는 이 그룹을 상징하는 최고의 히트곡이 되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AOA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논란과 함께 발표된 'Good Luck'의 음원 성적은 예전같지 않았다. 첫 콘서트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7년 6월에는 큰 축이었던 초아가 팀을 떠났고, 지난 5월에는 민아가 탈퇴하는 등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들이 5인조 AOA의 첫 무대를 꾸리는 것에 대한 걱정을 표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위기에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은 자신들이었다. AOA의 혜정은 이번 무대를 앞두고 '입덕(팬이 된다)'을 자신했다. 근거있는 자신감이었다. 남성의 섹시 판타지를 자극하는 콘셉트가 아니라, 자신들의 철학을 무대로 구현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지난 수년 동안 AOA의 무대에 익숙했고, 또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AOA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다. 지금까지 이 팀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었던 것은 세상 그 자체 아니었을까. 어제 방송에서 AOA는 '당신들이 몰랐던 AOA'가 여기에 있다고 선언했다. 
 
AOA 에이오에이 설현 지민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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