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 한국 정부는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소미아 종료 배경에 대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밝혔다.

대다수 전문가는 한일 지소미아기 '공조'란 상징성이 있을 뿐, 우리나라 안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들은 지소미아 종료로 인하여 한미 동맹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비판한다. 지난 1일 방송한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은 지소미아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내부 문서를 입수, 분석해 지소미아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정말로 지소미아 종료는 우리나라에 도움이 안 되는 결정일까? 한미 동맹에 적신호가 켜진 걸까? 일본의 속내는 무엇일까?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자 아베 정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고노 외상은 밤늦게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하여 강력하게 항의했다. 일본의 주요 부처들 역시 돌아가면서 '유감', '실망', '철회하라'란 반응을 보였다. 일본 언론의 한국을 비판하는 수위도 높아졌고, 인터넷 매체들은 황당한 발언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지소미아 종료를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방송국인 분카진 방송의 한 대목이다.

"서로 냉정해져야 한다는 이상한 말을 하는데 발광하고 있는 건 문재인이죠."

안보를 핑계로 경제 보복을 감행한 아베 정권이 지소미아 연장 중단에 반발하는 건 억지스럽기 짝이 없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행하면서 전략 물자를 구입한 한국의 수출 관리가 불투명하다는 '안보상 신뢰 관계 훼손'을 이유로 들었지 않나. 지소미아도 일본이 먼저 중단을 요구했어야 합당하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 정부에 현명한 대응을 운운하며 지소미아 연장을 거듭 요구하는 모순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왜 그랬을까? 지소미아로 얻는 실익이 크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2015년 한반도 미군 군사작전 후방 지원과 한반도 유사시 북 미사일 기지 선제 타격을 골자로 한 '안보 법제'를 도입했다. 북한이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은 중거리 미사일로 발사 직후 얼마나 빨리 탐지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당연히 북한과 맞닿아 있는 한국의 감시 장비가 일본에겐 절실하다. 하바 쿠미코 아오야마가쿠엔 대학교 교수는 아베 정권이 지소미아에 목매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북핵, 중국 정권 등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면 일본은 미국과의 대화에만 의지해야 하니 그것을 굉장히 겁내고 있다고 봅니다."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군사 정보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서로 등가성 있는 정보를 교환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이후, 최근까지 3년 동안 한일 군사 정보 교류 현황 문건을 살펴보면 한국의 일방적인 손해에 가깝다. 한일 지소미아 기반 양자/다자 정보 교류 실적은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이다. 2019년엔 8건이 이루어졌는데 모두 일본이 먼저 정보 교류를 요청했다고 한다. 올해 북한에서 각종 무기를 발사한 횟수가 9차례이니 발사할 때마다 한국에 정보를 요청한 셈이다.

그동안 일본이 우리에게 제공한 정보의 수준은 어땠을까?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또 다른 문건인 '지소미아 주요 내용 및 추진 경과'에 따르면 3년간 일본이 제공한 정보 중 유용하다고 평가받는 건 2건에 불과하다. 하나는 2017년 여름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제조 공장인 신포 조선소 사진이다. 다른 하나는 2017년 태평양 해상에 떨어진 북한의 미사일 영상으로 제원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제공 시기를 고려하면 일본의 순수성에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일본이 2017년 8월 지소미아의 첫 연장을 앞두고 고급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일본이 제공한 정보는 유효하지 않았다고 내부 문건은 적었다.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안보 분야의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8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똑바로 보아라. 이게 바로 한일 군사정보 교류 실상이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지소미아의 일방적인 정보 제공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국의 고급 정보를 통째로 내놓으라는 것이 지소미아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영상정보는 일본으로부터 제공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발사지점, 궤도, 속도까지 일본에 전부 제공했습니다. 이런 정보는 우리가 한 대에 5000억 원을 호가하는 그린 파인 레이더, 한 척에 건조비와 전투체계까지 2조 원이 넘게 투입한 이지스함으로부터 확보한 첨단 레이더 정보, 5000억 가치의 백두 정찰기에 확보한 신호 정보, 또한 5000억 원 가치가 넘는 금강 정찰기가 확보한 영상정보입니다."

일본의 정보 수집 능력은 미국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 수집 위성만 6기다. 1000km 밖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도 6척이나 가졌다. 그 외에도 지상 레이더, 공중조기경보기, 해상 초계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안보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8월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이 효용 가치가 높지 않은 정보를 우리에게 주는 이유에 대해 첫째는 한국을 못 믿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들의 기계 정보와 기술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지소미아는 탄생부터 비정상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12년 6월 처음 지소미아 체결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협상부터 합의까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밀실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며 서명 한 시간을 앞두고 무산됐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임박한 무렵에 지소미아는 다시 추진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한미일 삼각 공조를 하루빨리 만들려는 미국의 입김으로 지소미아는 재추진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말았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동맹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동북아 질서 유지의 주도권을 쥐려는 미국, 한국을 활용하여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전쟁 가능한 국가로 돌아가려는 일본,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낳은 산물이다. 사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안보와 관련된 게 아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은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며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2019년 8월 24일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 < 美 '文 정부' 찍어 작심 비판, 韓 빠진 '新애치슨 라인' 우려된다 >는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9월 1일에 방송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지소미아 보도, 국익을 다루는 상반된 시선' 편에서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가 외교를 이용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 사설에서 '韓 빠진 新애치슨 라인(애치슨 라인: 미국 국방장관 애치슨이 주장한 것으로 미국이 극동 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해 한국 전쟁의 발발 원인이 된 선언)'이라는 것 자체가 지극히 악의적이잖아요. 1950년 한국전쟁 일어나기 직전 불안했던 국제 정세 상황들을 그대로 불러일으켜서, 특히나 노년층들한테 한국이 배제되어서 또 한 번의 국제적인 정세 안에서 전쟁을 겪는다고나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당히 과도한, 일부러 우려를 만들어내고 있다. 분명히 식견도 없고 의도도 잘못된 것이고요."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일부 예비역 장성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비난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중이다. 올해 1월 출범한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등 4백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의 활동은 정부 정책 비판을 넘어서 공공연하게 후배 군인들의 항명을 부추기며 우려를 낳았다.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으로 활동하는 신원식 전 합참차장의 발언은 위험천만하기만 하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해놓은 대한민국 국방안보역량을 훼손, 파괴하는 망국적 행위에 동참하지 말라! 종북 정치인들은 평화라는 거짓 선동으로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들의 망국적 행위들을 목숨 걸고 거부하라!"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추적 아베 외교의 두 얼굴’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한미 동맹은 7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미 동맹을 뒤흔들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소미아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아니다. 지소미아 종료가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지소미아 종료는 경제 보복을 한 아베 정권을 향한 전략적인 경고다. 미국에 아무리 동맹 관계라도 국익보다 우선할 수 없음을 밝히고 한일 문제에 일정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일본의 양심적 정치인을 대표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의 조언에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예전과 달리) 평화 협정 체결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북한 위협에 대한 대비 강화'보다 '어떻게 한반도를 비핵화로 이끌 것인가'라는 문제가 더 중요하고, 그래서 '지소미아'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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