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졸전을 펼친 벤투호, 더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을 맞이하려면 해결과제를 분명히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슈가바트 쾨펫타그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H조 1차전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2차예선의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첫 단추를 꿰기는 했지만, 경기력 측면에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라인을 높이 올렸지만 중원의 한 축을 맡은 황인범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는 원 볼란치로 출전한 정우영에게 너무 과의존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며, 前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핵심 미드필더였던 기성용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또한 손흥민의 활용도 역시 아쉬웠다. 벤투 감독은 4-1-3-2 포메이션과 4-1-4-1 포메이션을 혼동해 손흥민에게 자유로운 롤을 부여했지만, 그의 장점인 공격적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수비진들이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서 손흥민이 아예 수비로 내려가는 장면이 나왔다. 손흥민의 혼신이 빛났던 장면이지만, 긍정적으로만 해석될 수는 없다. 진즉 중원에서 끊어줘야 했지만 그러하지 못해 손흥민이 직접 '수비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

그 외에도 이 경기에서 대표팀이 졸전을 펼친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앞서 언급된 두가지 이유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허리 공백' 기성용 대체자 찾아 중원에 무게감 더해야

지난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대표팀이 고전한 이유를 꼽자면, 정우영에게만 너무 과의존해 후방 빌드업에서 어려움을 겪어 중원에서의 무게감이 떨어졌던 것을 뽑을 수 있다. 그래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선수들은 이런 일관적인 후방 빌드업의 패턴을 인지해 큰 어려움 없이 전방압박으로 소유권을 빼앗아갔다.

또한 중원의 한 축을 담당해 벤투 감독으로부터 볼을 배달하고 수비 상황서 상대의 공격권을 끊는 역할을 부여받았던 황인범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를 지켜보았던 팬들도 그에게 적지않은 비판들을 보냈는는데, 대충 '백패스를 너무 자주 시도해 공격의 맥을 끊는다'는 비판이었다. 더구나 빌드업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빌드업 과정 잦은 실수까지 겹치며 그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결심했던 기성용의 공백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그는 대표팀에서 데뷔한 이후 김정우 등 여러 선수의 파트너로 출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후방 빌드업에 관여했다. 수비 상황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헌신적인 플레이들도 그를 더욱 빛나 보이게 만들어 줬다.

그가 지난 1월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 벤투 감독은 그의 대체자를 찾는 데에 힘을 가했다. 일단 3월 대표팀에서 보았을때, 벤투 감독은 기성용의 대체자로 황인범을 신뢰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체력적인 문제인지 두 경기에서 벤투 감독이 기대했던 모습보다는 다소 아쉬운 활약을 펼쳤다.

이후 지난 6월 펼쳐진 이란과의 A매치 경기에서 백승호가 원 볼란치로 선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성용의 대체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5일 펼쳐진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한 백승호는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며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비판들이 나왔다.

그러나 정우영만을 이용한 후방 빌드업은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어쩌면 다시 투 볼란치 형태로 경기를 운영하는게 좋을 수도 있는데, 기성용을 다시 국가대표로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더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을 맞이하려면 하루 빨리 기성용의 대체자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에게 알맞은 옷 입혀야 공격 무게감 올라간다
 
아시안게임 한국-키르기스스탄 지난 2018년 8월 펼쳐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

▲ 아시안게임 한국-키르기스스탄 지난 2018년 8월 펼쳐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 ⓒ 대한축구협회

 
주장 완장의 무게감이 너무 부담스러운 것일까. 손흥민은 지난 9월 펼쳐진 조지아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연속으로 선발 출장했지만, 토트넘에서 보여주었던 과감하고 빠른 드리블, 슈팅들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을 잡았을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지 드리블을 하거나 공격을 마무리짓지 않고 질질 끄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가 맡았던 역할도 그와는 전혀 맞아보이지 않았다. 손흥민은 공격적인 플레이와 마무리-슈팅에 장점이 있는 선수이기에 다른 선수와 함께 투톱에 배치시키는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4-1-4-1과 4-1-3-2 대형을 혼동하여 경기를 운영했던 벤투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은 플레이메이커 같은 역할을 수행했지만 그와 맞아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형태로 손흥민을 배치하는 것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손흥민에게 1-2명의 수비수들이 달라붙도록 유도한 뒤 황의조 등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려던 시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손흥민이 아래로 내려갔을때 다른 공격수들에게 공간이 생겼는가? 아니다.

지난 3월 득점을 터뜨렸던 콜롬비아와의 경기 당시의 형태로 손흥민을 기용하는건 어떨까. 벤투 감독이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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