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볼트> 포스터

영화 <볼트>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애니메이션 <볼트>를 보다 보면 어릴 적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피구왕 통키>가 인기 애니메이션으로 국내를 달구던 무렵 나도 그 영웅심리에 동화됐었다. 지금은 힘들고 지치지만 온갖 노력으로 불꽃슛 한방으로 라이벌을 한 번에 제압하겠다고 다짐했고, 불꽃슛을 날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야무진 꿈을 꿨다.

강아지 '볼트'(목소리: 존 트라볼타)가 슈퍼 목청으로 적들을 없애고 납치된 '캘리코 박사'를 구해낸 것이 자신의 능력인 양 자부심을 갖는 모습은 어릴 적 내 모습과 닮았다. 결국 TV 속 장면일 뿐이며 볼트에게 그런 슈퍼 능력 따위는 애초에 없다. 볼트는 피도 흘리고 배도 시시때때로 고픈, 평범한 강아지라는 것을 점차 깨닫는다. 그리고 볼트가 느끼는 자괴감을 갖는 지점까지 똑같이 나의 성장 과정을 눈앞에서 그려내는 듯하다.
 
  TV쇼 인기 캐릭터 볼트 이미지가 그려진 버스 사진

TV쇼 인기 캐릭터 볼트 이미지가 그려진 버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우연히 할리우드 촬영장을 떠난 볼트를 대신해 현장에서는 그를 대신할 같은 혈통의 강아지를 데리고 온다.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 실상 볼트의 모습이었구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거대한 세계 속에서 나는 평범한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 그 시점부터 우울감이 극대화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대로 끝내지 않는다. 볼트가 현실을 직시한 후 현실 속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내는데 애니메이션치고는 현실적이다. 우연히 머나먼 뉴욕까지 오게 된 볼트가 다시 할리우드 촬영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 길에 동물 보호소에 끌려간 동료 고양이 미튼스를 구하기 위해 작전을 짜고 결국은 미튼스를 구해내는 모습을 보면 영웅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웅이다, 아니다의 차이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으로 옮기느냐이다.
 
애니메이션 <볼트>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는 가짜냐 진짜냐다. 여자 주인공이었던 페니와의 우정을 각별히 생각한 볼트는 주변 만류에도 그녀를 찾아 할리우드 현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가짜 볼트와 잘 지내고 있는 페니(목소리: 마일리 사이러스)의 모습을 보고 실망한다. 우정조차도 영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쇼였다는 의견이 맞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볼트를 그리워하는 페니의 모습을 엿보면서 미튼스(목소리: 수지 에스먼)는 그녀와의 우정은 진짜임을 볼트에게 확신시킨다.
 
볼트는 TV쇼 인기 캐릭터가 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었다. 멋진 전투 기술, 초능력 등 악당들을 처단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다. 액션 영웅 볼트가 보여주는 액션 어드벤처에 관객들은 환호하고 대리 만족한다. 하지만 실제 볼트는 이를 넘어서 페니가 불탄 현장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 있는 힘껏 목청으로 짖어댄다. 이러한 노력 때문에 무사히 페니와 강아지 볼트는 구조된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지점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구조 덕분에 TV 안에서의 영웅 볼트는 현실 속에도 영웅이 된다.
 
  TV 쇼에서 악당과 싸우는 슈퍼독 볼트와 페니의 모습

TV 쇼에서 악당과 싸우는 슈퍼독 볼트와 페니의 모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앞서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서 삶의 원동력을 순간 잃어버린 순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볼트가 사랑하는 동료 미튼스를 구하고 동료 배우 페니를 구해내면서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간 것처럼, 나 역시 세상을 나만의 인생 경험을 그려내는 글쟁이가 됐다. 그리고 거대한 세계 속 한 구석에서 하루하루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는 중이다.
 
애니메이션 속 강아지 볼트의 '가짜가 진짜되기'의 분투 과정을 보면서 어릴 적 가짜였던 내 자신에서 글을 쓰며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던 여정을 기억해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의 지난 시절의 분투기를 정리해주는 볼트가 있어서 오늘도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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