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이혜영 역 배우 정가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이혜영 역 배우 정가람.ⓒ 넷플릭스

 
배우 정가람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인 배우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등장한 샛별이 아니다. 2011년,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단역으로 데뷔했고, 이후 <스탠바이> <미스트리스>, 영화 <독전> <시인의 사랑> 등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2016년 영화 < 4등 >으로 대종상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선보인 그는,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천계영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은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려주는 어플 '좋알람'을 통해 마음이 확인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정가람이 연기한 혜영은 집안 사정은 넉넉하지 않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구김 없고 반듯한 모범생이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마음까지 따뜻하다. 먼저 조조(김소현 분)를 좋아했지만, 단짝 친구인 선오(송강 분)와 조조가 서로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조조와 선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까지 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정가람은 원작 웹툰의 팬이었음을 고백하며 팬심으로 혜영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적극 어필해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워낙 인기가 많았던 웹툰이고, 저 역시 팬이었던지라 제가 느꼈던 혜영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완성본이 어떻게 나올지 정말 너무 궁금했는데,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게 잘 구현됐더라고요. CG도 너무 예쁘고, 전체적인 색감도 너무 예쁘고. 보면서 저도 깜짝깜짝 놀랐어요." 

송강과 라이벌 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스틸 사진.ⓒ 넷플릭스

 
원작 팬들은 조조를 둘러싼 두 남자의 삼각관계를 '혜영파', '선오파'로 나뉘어 각자의 러브라인을 응원하는데, 정가람은 처음부터 '혜영파'였다고. 아직 미완이기는 하지만, 웹툰에서는 혜영과 조조의 러브라인이 이어지고 있는데 반해, 드라마는 연재 분량의 1/3 정도만을 담은 탓에 혜영과 선오의 러브라인이 주로 담겼다. '혜영파'이자 혜영인 정가람으로서는 시즌1이 조금은 아쉬울 법도 했다. 하지만 정가람은 "막상 드라마에 참여하게 되니 조조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보게 되더라"면서 "조조와 선오의 학창 시절의 풋풋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며 밝게 웃었다. 

"누가 더 멋있고, 시청자들에게 더 어필하고... 이런 부분은 저도 송강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대본에 충실하게, 시청자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어떻게 봐주실까만 고민했죠. 웹툰을 보신 분들도 많지만, 보지 않으신 분들이 더 많을 테니까요. 그분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가 가장 궁금했어요. 

선오는 뭐, 그냥 뭘 해도 멋있으니까. 오글거리는 대사도 송강이 하니까 멋있더라고요. '저런 대사도 저런 남자가 하면 되는구나' 싶었죠. (웃음) 

시즌1에서는 혜영이의 서사나 마음이 세대로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지만, 시즌2가 제작된다면 혜영이의 마음이나 조조와의 달달함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시즌1이 혜영이의 짠내였다면, 시즌2는 선오의 짠내겠죠." 


시즌1에 담기지 않은, 뒷내용을 미리 알고 있다는 건 캐릭터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작품에 임할 때마다 캐릭터를 그리는 데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명확하게 나와 있는 그림 덕분에 고민이 줄었기 때문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대중에게 검증받은 탄탄한 스토리는 분명 장점이지만, 만화적 상상력을 실사로 옮겼을 때 자칫 유치하거나 현실감 없게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웹툰의 드라마화가 결정되면 원작 팬들 사이에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작 웹툰의 팬이었던 정가람 역시,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접근했다. 

"가끔 웹툰의 글과 그림이 실사로 넘어왔을 때 100%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조금 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촬영하는 동안 뭔가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최종 화면이 어떻게 구현될지는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공개된 영상을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더라고요. '좋알람'이라는 어플에 판타지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의 감정을 다룬 이야기라 그랬던 것 같아요." 

단역부터 한 계단씩... 그래서 더 기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이혜영 역 배우 정가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이혜영 역 배우 정가람.ⓒ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은 정가람이 주인공을 맡은 첫 작품이다. 단역부터 한 계단씩 성장해 온 그는 "부담과 책임이 더 커졌다.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않나. 현실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단역부터 한 스텝씩 밟아 온 덕분에 지금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데뷔 때부터 주인공을 했다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체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비슷하게 데뷔해 몇 계단씩 성큼성큼 성장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았어요. 아직 20대니까. 아직 어리잖아요. (웃음)" 

배우로서 한 첫 대사가 기억나는지 묻자, 그는 "기억이 안 난다"며 밝게 웃었다. 시간이 흘러 잊어버린 게 아니라 그때도 못 외웠다면서. 한 마디 대사를 몇 번이나 외우고 갔는데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기만 하던 시기였다고. 

"지금도 한참 부족하지만 그때보단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여전히 어렵고 고민할 것들이 많지만 지금은 어떤 것에 집중하고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하는지는 알게 됐으니까... 데뷔 초에는 온전히 제게 집중하는 법도 몰랐거든요. 

그때를 돌이켜보면 '내가 연기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던 것 같아요. 연기가 즐겁고 재미있었지만, 직업적으로 냉정하게 제가 상품성 있는 배우일지 고민됐거든요. 저희는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니까... 연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선택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죠.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이 길이 맞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고민도 하고... 그래서 < 4등 >이라는 영화가 제게 굉장히 소중했어요." 


< 4등 >은 정가람에게 대종상 신인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오디션에 합격하고도 믿을 수 없어 감독에게 '왜 제가 뽑혔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정지우 감독은 '좋아서 뽑았다. 나를 믿고 해보라'며 믿음을 줬다고 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연기했던 작품이에요. 그런데 정말 슬프게도 (그때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첫 영화이기도 했고, 제가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때도 지금도, 그냥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제가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아요. 다만 작품마다 만나는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을 담아 열심히 배우고 있죠. 작품을 마칠 때마다 이번엔 이걸 배웠구나, 이런 걸 느끼게 됐구나 스스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한 스텝씩 밟아간다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에요."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 얻은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스틸 사진.ⓒ 넷플릭스

 
정가람은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 소중한 동료들을 얻었다. 비슷한 또래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 특히 송강과는 한 달에 한두 번은 만날 만큼 친해졌다. 함께 밥 먹고, 카페 가고, 맥주도 한 잔씩 하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고. 이야기의 끝은 항상 '우리 열심히 하자' 라고.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 경력은 한참 선배인 김소현에게는 배운 것도 많다고 했다.  
 
"확실히 베테랑이더라고요. 저희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신경 쓰고 연기하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느꼈지만 화면으로 보니 그런 부분이 확실히 더 잘 보이더라고요. 송강과는 서로 의지하면서 '우리 힘내자!'는 느낌이었다면, 소현이에게는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도움도 청하고 했죠."

정가람은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현재는 배성우와 공동 주연을 맡은 영화 <출장수사> 촬영에 한창이다. 모두 순수하고 반듯한 <좋아하면 울리는> 속 혜영과는 상반된 이미지의 캐릭터들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그냥 순리대로 주어지는 역할들을 하나씩 해내고 싶어요. 지금은 어떤 목표를 두는 게 무섭기도 하고,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흐르는 대로, 순리대로. 아직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사실 저도 다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거든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서 해내고 난 뒤 '어?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네?' 하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요. 아직 전 저에 대해 알아가는 단계거든요. 뭐든 쑥쑥 받아먹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웃음) 

<좋아하면 울리는>을 찍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도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캐릭터들과 다른 색깔이라는 거였거든요. 저한테도 이렇게 정적이고 로맨틱한 모습이 있다고 외칠 수 있게 된 작품이니까요. (웃음) 시즌2가 제작된다면, 시즌1에서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혜영이의 진심들을 열심히 보여드리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이혜영 역 배우 정가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이혜영 역 배우 정가람.ⓒ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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