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열린 금강역사영화제에서 상영됐던 5.18 다큐멘터리 <김군>

지난 5월 열린 금강역사영화제에서 상영됐던 5.18 다큐멘터리 <김군> ⓒ 금강역사영화제

 
지난 5월 24일~26일 개최된 금강역사영화제는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역사를 주제로 내실 있는 진행을 해 호평을 받았다. 금강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에서 동시 개최된다는 것도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더구나 지난 5월 개최된 2회 영화제가 알차게 치러지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터였다.
 
하지만 지난 영화제 준비 과정에서 서천군이 5.18 다큐인 <김군>을 영화제 프로그램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강역사영화제 측은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끝에 지난 9일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서천군의 명시적인 대책 수립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서천군과 금강역사영화제 개최와 관련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한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군>, 민감한 영화라 상영 안 했으면
 
금강역사영화제 측에 따르면, 서천군은 영화제를 앞두고 있던 지난 5월 초 '2회 금강역사영화제 상영작품 중 <김군>(감독 강상우)을 상영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문화예술과를 통해 영화제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영화제측이 상영 배제 요청 이유를 묻자, '광주사태를 다룬 민감한 영화'이기에 상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서천군은 '김군 상영 제외'가 공식 입장임을 명확히 했다.
 
이에 영화제 측은 "<김군>이 단지 광주민주화운동을 영화의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것만으로 상영을 제외해 달라는 것은 영화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압력이기에 이것은 향후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정병각 조직위원장과 김대현 집행위원장은 서천군청의 담당 부서를 방문해 '특정 작품의 상영 제외를 요청하는 것은 영화제의 독립성에 위배되는 심각한 사안이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서천군 측은 이후 서천미디어문화센터장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김군 상영 제외'라는 서천군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강영화제 측은 공문을 통해 서천군의 공식적인 입장인지를 다시 한 번 문의했으나 이후 답변은 없었다.

그러나 서천군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금강역사영화제 서천군 상영관인 기벌포영화관을 관리한 서천미디어문화센터는 영화제 상영작을 알리는 시간표에서 임의로 <김군> 상영을 삭제한 채 공개했다.
 
 서천미디어문화센터가 <김군> 상영을 삭제시키고 올린 상영시간표

서천미디어문화센터가 <김군> 상영을 삭제시키고 올린 상영시간표 ⓒ 금강역사영화제

 
이러한 사실을 파악한 금강역사영화제 측에서는 서천미디어문화센터 측과 서천군에 즉각 시정을 요구했지만, 영화제가 종료될 때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천군은 서천미디어문화센터가 독립적인 기관이므로 센터의 자율적인 활동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히도 상영시간표에서 삭제된 <김군>은 예정대로 상영되었다. 
 
하지만 서천미디어문화센터가 서천군으로부터 관리감독 및 예산 등 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서천군이 영화제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책임을 서천미디어문화센터에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입장이다.
 
금강역사영화제는 서천군과 서천미디어문화센터의 이런 행태는 영화제의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반문화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금강역사영화제 김대현 집행위원장은 "9월 16일까지 서천군의 공식사과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원만히 해결하려고 했으나 계속 무시하는 것 같아 공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뒤늦게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제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했고, 이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데 시일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강역사영화제에 참여하고 있는 한 영화계 인사는 "영화제 개최에 집중 하다보니 초반에 이야기를 제대로 못했고 뒤로 미루다가 늦게 공론화가 된 것 같다"며 "내년 영화제 준비를 위해서는 이 문제가 정리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공론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영 막지 않았고 의견 개진한 정도
 
서천군수는 자유한국당 소속 노박래 군수다. 그는 현재 자유한국당 전국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은 일부 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영화제 측은 서천군측의 <김군> 상영중단 요청이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이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서천군 실무 관계자는 "영화 변경을 요청한 것은 맞다"면서 "그 전년도에 정치적 발언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우려 차원에서 실무자들이 의견 표명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제 측에서 영화 변경은 불가하다고 해서 그걸로 끝난 사안이고 만일 상영을 못하게 막았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다"라며 "정상적으로 상영한 후 다 마무리된 상태에서 영화제 끝난 지 3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다시 재론하면서 문제삼는 건 서운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군수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군수님이 지시하거나 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럴 거면 아예 공동으로 주최할 이유가 없다. 군수님은 군산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에도 참석하셨다"고 강조했다.

문화센터가 시간표를 지운 것에 대해서도 그는 "서천군은 상영시간표 자체를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시간표에서 지우라고 말 한 적 없다"라며 "문화센터 대표가 영화제 관계자와 더 가까운 관계인데, 자의적 판단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천미디어문화센터장은 11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작은 지역이다보니 지난해 영화제 때 정치적인 사안으로 약간 부담되는 일도 생겨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상영시간표에서만 뺐다"라며 "정상적인 상영이 안 된 것도 아닌데, 이게 큰 문제가 있는 거면 제 탓이고, 제 책임이지 서천군 등은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영시간표에서 지운 것은 SNS에서 홍보할 때 딱 한 번이었을 뿐, 그 후로는 삭제 안 된 상영시간표로 홍보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2월 20일 금강역사영화제 공동개최 업무협약을 군산시와 체결하고 있는 노박래 서천군수(왼쪽에서 4번째)

지난 2018년 2월 20일 금강역사영화제 공동개최 업무협약을 군산시와 체결하고 있는 노박래 서천군수(왼쪽에서 4번째) ⓒ 서천군청

 
노박래 서천군수는 지난해 군산시와 역사영화제 공동개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장기적으로 영화제 규모를 확대하여 전주,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적으로도 그 고유성과 차별성을 인정받는 역사영화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강역사영화제 측은 "서천군이 공식입장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 해 놓고 이제 와서 다른 식으로 말하고 있다"며 "분명한 재발 방지와 사과를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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