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슛을 하고 있다. 2019.9.11

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슛을 하고 있다. 2019.9.11ⓒ 연합뉴스

 
진심으로 위기를 느낀 선수는 손흥민 정도였을까? 까다로운 어웨이 게임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에이스 손흥민까지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아시아 예선 통과를 장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은 게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11시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 있는 트에 있는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2-0으로 이겼다. 대표팀이 승리는 챙겼지만 상대의 역습에 크게 흔들리는 불안감을 남겨놓았다.

손흥민의 엄청난 커버 플레이, 전술적 조치였을까?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위한 여정으로 까다로운 어웨이 게임을 시작한 한국은 4-1-4-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두고 4-4-2로 변화를 주는 등 필드 플레이어들을 유연하게 배치하여 홈 팀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했다. 

당연히 그 중심에 손흥민이 돋보였다. 간판 골잡이 황의조 근처에서 투톱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손흥민의 주된 위치는 왼쪽 측면이었다. 손흥민은 단순히 공격수 역할만 맡은 것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폭넓게 수비에 가담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선보였다. 

국가대표팀 주장으로서 그의 성실성과 헌신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게임에서 유독 손흥민의 발걸음은 매우 폭넓게 찍혔다. 문제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며 뛰어다닌 것이 감독이 준비한 전술적 조치였는가 하는 점이다.
 
 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한국 나상호가 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19.9.11

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한국 나상호가 골을 성공시킨 뒤 손흥민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19.9.11ⓒ 연합뉴스

 
그 대표적인 장면이 73분에 나왔다. 한국의 왼쪽 측면 공격이 뻔한 방향으로 흐르자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은 크로스를 짤라내서 빠른 역습을 전개했다. 그야말로 실점 위기였다. 그대로 역습 드리블을 방치했다가는 점수판이 1-1로 바뀔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지는 반전 상황이 곧 벌어졌다. 한국 공격수 손흥민이 투르크메니스탄 교체 선수 쿠르바노프의 역습 드리블을 따라서 중앙선 너머 우리 센터백이 버티고 있는 그 지점까지 따라 내려간 것이다. 수비 가담만 해준 것이 아니라 실제 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해줘야 할 가로채기, 역습 빌드 업 출발점 역할까지 해준 셈이다.

손흥민의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측면 미드필더 역할은 물론 풀백 역할까지 소화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명백한 팀의 전술상 변화를 주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을 우리 축구팬들도 잘 안다. 

이 게임 후반전에 유독 손흥민이 수비 라인 가까운 곳까지 멀리 내려가 직접 공 소유권을 되찾아오거나 동료 수비수들과 어울려 투르크메니스탄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러나 고맙고 기특한 일이라고 접어두기에는 그의 공격 재능이 너무 아깝다. 89분에 이르러서야 손흥민 특유의 방향 전환 드리블에 이은 오른발 슛이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그가 더 잘하는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던 상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운데가 불안하다는 증거

과연 벤투 감독은 이 게임에서 손흥민을 이처럼 바람잡이로 내세우고 동료들을 더 빛나게 하려고 했던 것인가? 황의조에게 몰리는 상대 수비수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손흥민을 폭넓게 측면에 배치한 것인가? 그렇다면 황의조에게 붙는 수비는 허술했고 공격 포인트까지 얻었는가?

손흥민의 엄청난 활동량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센터백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커버해야 하는 바로 그 지점까지 전술적으로 내려와 움직이게 했다면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의 다른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손흥민이 그렇게 수비 역할까지 헌신하는 동안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가? 이날 경기 내용을 보자면 이와 같은 질문들이 따라나올 수밖에 없다.

게임 시작 후 8분만에 투르크메니스탄 페널티지역 바로 밖에서 손흥민이 공을 잡고 오른쪽 측면 풀백 이용에게 밀어준 것을 크로스하여 골잡이 황의조에게 프리 헤더 슛 기회를 열어주었다. 아쉽게도 황의조의 헤더는 투르크메니스탄 골문 왼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벗어났지만 손흥민을 압박하기 위한 상대 수비수들의 간격이 벌어지는 효과는 드러났다. 

73분, 손흥민의 엄청난 커버 플레이로 다시 역습 기회를 얻은 우리 선수들은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이 상대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 슛 기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간 골들은 우리의 전술이 제대로 통한 완성품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랐다. 13분에 나상호가 오른발로 터뜨린 A매치 데뷔골은 상대 수비수가 잘못 걷어낸 덕분이었고, 80분에 손흥민이 얻은 직접 프리킥은 가운데 미드필더 정우영이 기막히게 오른발로 차 넣은 것이었다.
 
 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한국 정우영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2019.9.11

10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한국 정우영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2019.9.11ⓒ 연합뉴스

 
물론 이 게임에서 주장 손흥민만 헌신한 것은 아니다. 가운데 미드필더 황인범도 머리에 붕대를 감고 끝까지 뛰는 투혼을 발휘했고, 수비수들도 몸을 아끼지 않고 내던지며 날카롭게 이어진 투르크메니스탄의 역습을 막아냈다. 

하지만 전술로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공격 전개 과정이 답답했고 상대의 역습 앞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허둥거리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후반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미드필더 아마노프에게 넉넉한 공간을 내주기도 했고 우리 센터백들이 이해하기 힘든 패스 미스를 저질렀다.

이대로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가 멀어 보였다. 같은 조에 속한 북한의 예선 초반 기세가 놀랍기도 하고 레바논도 그냥 물러설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대표팀이 잊지 말아야 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결과(10일 오후 11시,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아시가바트)

투르크메니스탄 0-2 한국 [득점 : 나상호(13분), 정우영(82분)]

◎ 한국 선수들(감독 : 파울루 벤투)
FW : 황의조(81분↔김신욱)
AMF : 손흥민, 황인범, 이재성, 나상호(66분↔권창훈)
DMF : 정우영
DF : 김진수(85분↔홍철), 김영권, 김민재, 이용
GK : 김승규

H조 현재 순위
북한 6점 2승 3득점 0실점 +3
한국 3점 1승 2득점 0실점 +2
투르크메니스탄 3점 1승 1패 2득점 2실점 0
레바논 0점 1패 0득점 2실점 -2
스리랑카 0점 2패 0득점 3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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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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