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울리는>은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려주는 어플 '좋알람'을 통해 마음이 확인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극 중 황선오는 '좋알람'이 쉴 새 없이 울리고 또 울리는 인기남. 누구라도 한눈에 반할 만큼 완벽한 황선오의 외모는 지극히 만화적으로 설정돼 있다.
 
그래서 이 웹툰의 실사 버전 제작이 결정된 후, 가장 많은 관심이 모인 캐릭터도 바로 황선오였다. 많은 원작 팬들은 누굴 데려와도 비현실적인 외모 설정을 만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송강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900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황선오 역을 따낸 그는, '만찢남(만화책 찢고 나온 남자)' 그 자체였다.
 
데뷔 2년 만에 첫 주연... 송강의 설렘과 부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 배우 송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 배우 송강.ⓒ 넷플릭스

 
배우 송강의 첫 작품은 2017년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다. 이후 <밥상 차리는 남자> <뷰티풀 뱀파이어> 등으로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았고, 데뷔 2년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을 통해 전 세계 190개국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올해 나이 이제 겨우 스물여섯. 송강은 첫 주연의 설렘과 부담, 그리고 초조함을 감추지 않았다.
 
"첫 작품에서는 리딩 연습할 때 맨 끝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주연을 맡게 되니 앞자리에 앉게 되더라. 그 무게감이 너무 컸다. '내가 한 극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나는 아직 경험이 너무 부족한데', '에너지가 부족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부담이 컸다. 그런 스트레스와 고민 덕분에 연기의 재미라는 걸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웃음)"
 
- 첫 주연이기도 했지만, 첫 넷플릭스 출연이기도 했다. 완성본을 본 소감이 어땠나.
"시간이 없어서 우선 한두 개만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재생했다가 끝까지 다 몰아봤다. 너무 재미있더라. (웃음) 찍을 땐 머리가 하얘서 어떻게 했는지, 제대로 한 건 맞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걱정이 많았는데 결과물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집이 잘 됐더라. 만족스러웠다."
 
- 만약 실제로 '좋알람' 어플이 존재한다면, 송강의 '좋알람'은 몇 번이나 울릴 것 같나. 실제 학창시절 인기가 선오 못잖았을 것 같은데.
"선오 정도는 아니었지만 쉬는 시간마다 초콜릿이나 사탕은 많이 받았다. 하지만 좋알람은 두세 개 정도? (너무 겸손한 답 아니냐고 묻자) 한 사람의 진심이 나에게 와야 하는 거니까 사실 두 개도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만 울려도 너무 감사한 일이지."
 
- 선오 캐릭터를 만들면서 특별히 고민한 부분이 있나.
"선오는 조조를 만나기 전, 조조와 연애할 때, 그리고 조조와 이별한 뒤 달라진다. 감독님이 두 번의 오디션에서 볼 때마다 다른 내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런 부분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보아주신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웹툰 속 선오는 말도 표정도 별로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말과 표정 없이 선오의 마음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겠더라. 그래서 원작보다는 더 풍부하게 감정을 넣으려고 했다."
 
- 원작이 아직 완결 나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스토리로 보자면 조조는 결국 혜영과 맺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오의 사랑은 씁쓸한 엔딩이 예상되는데.
"사실 나는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만약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선오의 새드엔딩을 택할 것 같다. 선오가 가장 바라는 건 조조의 행복일 테고, 조조가 혜영과 행복하다면 선오 역시 행복할 것 같다. 다만 너무 사랑하다 갑자기 차인 거니까, 그 이유만큼은 알고 싶지 않을까? 연기하면서도 답답했다. 붙들고 애원해도 계속 조조는 싫다고만 하니까. 그 부분에 대한 미련은 해소됐으면 좋겠다. (웃음)"
 
- 또래 배우들이 많은 현장이라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 호흡은 어땠나.
"정말 너무 좋았다. 세 사람 다 성격이 좋아서 소통하는 데 불편함도 없었고, 내가 가장 신인인데도 어려움 없이 물어보고 표현할 수 있었다. 점점 친해지면서 현장도 더 재미있어졌고." 

"선배들과의 긴장감, 너무 좋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 배우 송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 배우 송강.ⓒ 넷플릭스

 
- 현재 방영 중인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는 정경호, 박성웅 등 베테랑 연기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배운 점도 많을 것 같다.
"선배님들께 배운 게 너무 많다. 매일 촬영이 끝나면 일지를 쓰는데, 현장에 다녀오면 한 장이 빽빽하게 찰 정도다. 처음엔 막연히 '선배님들이랑 연기하면 어렵겠지', '대사 틀리면 혼나겠지' 이런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함께하니 너무 잘해주시고,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장난도 치고, 연기도 다 받아주시는데 정말 너무 좋았다. 선배님들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폭넓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도 커졌고. 선배님들과 함께할 때 드는 그 긴장감이 너무 좋다."
 
- 선배들의 조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뭐였나.
"제일 좋았던 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다 받아주겠다'고 말씀해주신 거였다. 연기할 때 동선도 알려주시고, 어떻게 해야 더 돋보일 수 있는지, 조명 앞에 서는 법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선배님들은 나랑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방법부터가 다르더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울 거리라 뭐라 콕 집을 수가 없다."
 
- 일지를 쓰는 건 원래 습관인가, 아니면 나름의 훈련법인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으면서 처음 자취를 시작했는데 너무 외롭더라. 자연스럽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2년 전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도 일기를 매일 쓰면서 1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봤다. 마음의 치유도 되고, 자존감도 많이 상승했다."
 
- 2년 전이면 데뷔할 무렵이다. 데뷔 후 힘듦이 찾아왔던 건가.
"데뷔하고 반년 정도는 정말 힘들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고 나서 '이제 됐다'는 생각에 1년을 그냥 보냈고, 큰 회사에 들어왔으니 이제 다 잘 될 거라고만 생각하며 또다시 1년을 보냈다. 그러면서 데뷔가 늦어졌는데, 조금만 어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허투루 보낸 시간이 너무너무 아깝더라. 점점 자존감도 낮아졌고 힘들었다."
 
송강을 초조하게 하는 것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 배우 송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 배우 송강.ⓒ 넷플릭스

 
- 24살 데뷔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지 않나. 아역으로 데뷔한 친구들을 제외하면 오히려 빠른 편인 것 같은데.
"나이 이야기는 지금도 많이 듣는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에 들어갔던 친구들이 먼저 데뷔해 잘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초조한 마음도 들었다. 빨리 잘 돼야 하는데 이대로 내 인생이 끝나면 어쩌나 걱정됐다. (데뷔 2년 만에 주연이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 아니냐고 이야기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은 생각이랑 다르게 초조하다."
 
- 처음 배우의 꿈을 키운 건 언제부터였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친구들은 대학교에 갔는데 나만 가지 않아서 마음이 허했다. 그즈음 우연히 <타이타닉>을 봤는데, 디카프리오의 눈빛이 너무 좋은 거다. 그 멋있는 눈빛에 반해서 막연히 연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 연기학원에 등록했는데 한 사람씩 나와서 독백을 하더라. 대사도 제대로 못 하고 너무 부끄러워서 계속할 수 있는 게 맞는지 고민도 됐는데 '한 달만 채우자'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런데 하다 보니 차츰 좋아지고 익숙해지더라. 끝까지 해봐야겠다 싶었다."
 
- 그리고 곧바로 영화과에 합격했다는 건데, 늦게 꿈을 품은 것치곤 대학 합격도, 데뷔도, 주연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초조함보다는 자신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사실 초조함의 근원은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래들보다 시작이 늦었고, 빨리 데뷔하는 바람에 연기 수업도 많이 받지 못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문도 계속 읽고, 동영상 강의처럼 선배님들의 연기를 따라 하며 공부하고 있다. 요즘은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연습하고 있다."
 
- 정규 연기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900대 1의 오디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연기라서.
"모르겠다. 꾸준히 기회가 주어지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연속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다 보니 내가 잘하고 있나 걱정도 되고, 처음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일지 쓰기였다. 이런저런 과정을 겪으며 멘탈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지만, 아직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잘 버티면서 해봐야지."

작품마다 성장하는 배우 되고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 배우 송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황선오 역 배우 송강.ⓒ 넷플릭스

 
-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어떤 장르, 어떤 작품에 중점을 두지 않고 '송강'이라는 배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그만큼 준비도 잘 해야겠지.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내가 잘 못 할 것 같은데 응하는 건 민폐니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게 현재의 목표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가 더 성숙하고 깊이 있고 폭넓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내면의 깊은 어두움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고 싶은 욕심이 있다."
 
- 이제 막 대중에게 첫인사를 한 셈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겠다, 는 포부가 있다면.
"내 일지에 가장 많이 적힌 선배님들의 조언이 '겸손'이다. 겸손함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기 위해 선배님들의 말씀을 열심히 읽고 기억할 것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내게 연기의 재미를 알려준 첫 작품이다. 소통의 재미를 알았고, 현장의 즐거움을 알았다. 또,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를 통해서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쉬는 시간마다 조언해주시고 챙겨주시는 선배님들을 보며 '좋은 사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거든. 이 두 작품을 통해 연기도, 송강이라는 사람도, 조금은 성장했기를 바란다.
 
시청자분들이 앞으로 내 이름을 떠올리실 때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하는, 작품마다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지는 배우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하겠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스틸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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