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밴드 뮤지션들의 삶과 꿈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빛 아래서>(조이예환 감독)를 보고 인디 뮤지션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들 또한 음악을 한다는 것 외에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영화 또한 그 점을 강조하지만, 마냥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묵묵히 자기 갈 길 가는 뮤지션들에게서 신선한 자극과 유쾌한 에너지를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뮤지션들과 인터뷰를 자청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였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 내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했으며, 조이예환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로큰롤라디오 김진규, 웨이스티드 쟈니스 안지가 참석했다.

로큰롤라디오(김내현, 김진규, 이민우, 최민규)는 2013년 정식 데뷔 이후 각종 신인상을 휩쓸며 해외진출에도 성공한 대표적인 한류 밴드다. 인디밴드로서는 드물게 SM 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과 계약한 웨이스티드 쟈니스(안지, 김영진, 백선혁, 손정운)는 지난 2015년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 시즌3>(이하 <탑밴드3>에서 꽤 높은 순위에 오른 바 있는, 최근 홍대 인디 신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밴드 중 한 팀이다. 
 
 지난 6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열린 <불빛 아래서> 관객과의 대화(GV)에 앞서 어쿠스틱 공연을 펼치고 있는 로큰롤라디오 김내현, 김진규

지난 6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열린 <불빛 아래서> 관객과의 대화(GV)에 앞서 어쿠스틱 공연을 펼치고 있는 로큰롤라디오 김내현, 김진규ⓒ 권진경

 
- 감독에게는 <불빛 아래서>를 만들게 된 동기,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에게는 <불빛 아래서>의 섭외에 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웨이스티드 쟈니스 안지(이하 안지): "언젠가 로큰롤라디오와 함께 공연을 하고 뒤풀이를 하고 있었다. 이미 로큰롤라디오를 촬영하고 있던 조이예환 감독이 대뜸 우리들도 찍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 사실 영화 외에도 사진, 영상 등 함께 작업 하고 싶다는 이런저런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 대부분 기획 단계에서 엎어지고 결과물로 이어진 케이스가 드물었다. 비록 <불빛 아래서>는 첫 촬영부터 극장 개봉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해왔던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어서 나름 뿌듯하다."

로큰롤라디오 진규(이하 진규): "우리도 공연 뒤풀이 후 냉동 삼겹살 먹다가 그 전까지 일면식도 없었던 감독에게 느닷없이 캐스팅 당했다. 섭외 요청이 왔을 때 내심 '드디어 우리도 스타가 되는구나' 하는 부푼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와 같은 인디 감독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동 웃음)"

조이예환 감독(이하 조이): "수많은 밴드 중에서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 더 루스터스를 섭외한 이유가 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다. 제가 음악을 듣는 기준이 좀 확고한 편인데 이 세 팀은 제 취향에 맞는 음악을 하고 있고 대중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로큰롤라디오와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최근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 중에서 두드러지는 활동을 보여줬고 더 루스터스 또한 홍대 아이돌이라 불릴 정도로 그들을 지지하는 팬층이 상당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각 밴드 멤버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서로 이야기가 잘 통했기에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불빛 아래서>와 관련한 몇몇 인터뷰를 찾아보니 2012년부터 시작해서 2014년에 촬영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작업기간이 더 길어졌다고 한다. (<불빛 아래서>는 지난 2017년 인디다큐페스티발을 통해서 첫 공개되었다.) 

조이: "왜 길어질 수밖에 없었나면,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가 생각보다 덜 떠서 그렇다.(웃음)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2013년에는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 모두 주목받고 잘 나갔기에 내심 화려한 엔딩을 기대했다. 그간 밴드를 소재로 한 한국 음악 다큐 중에서 주인공들이 잘되고 끝나는 영화가 거의 없었기에 <불빛 아래서> 만큼은 주인공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어떻게 왜 잘 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 모두 다른 팀에 비하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금까지도 밴드를 유지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했다고 포장하고 끝내기에는 스스로에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촬영을 이어나가면서 더 잘되면 잘되는 대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대로 의미를 찾아보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고, 다행히 그 의미를 찾고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 6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열린 <불빛 아래서> 관객과의 대화(GV)에 앞서 어쿠스틱 공연을 펼치고 있는 웨이스티드 쟈니스 백선혁, 안지

지난 6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열린 <불빛 아래서> 관객과의 대화(GV)에 앞서 어쿠스틱 공연을 펼치고 있는 웨이스티드 쟈니스 백선혁, 안지ⓒ 권진경

 
-<불빛 아래서>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자면, 각 밴드가 성장하는 시기, 밴드로서 어느 정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지만 한계를 느끼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계속 이어가나는 밴드들의 이야기로 요약된다. 

조이: "개봉 이전 영화제에서 공개된 상영본은 이와 같은 3부작 구성이 좀 더 뚜렷했다. 일반적인 구성은 아니다. 굳이 밴드들이 어느 정도 주목을 받은 이후 한계를 느끼는 모습을 다룬 이유도 있다. 실제로 밴드들이 성공한다고 쳐도 엄청난 성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밟는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버전보다 개봉 버전이 좀 더 짧기는 한데 기본적인 구성은 같다. 특정 인물과 화려한 성과에 집중하여 더 매끄럽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다큐니까, 그리고 뮤지션뿐만 아니라 음악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나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인 때 잠시 각광을 받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답보되는 지점들을 꾸밈없이 보여주고자 했다."

진규: "신인 때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인기가 거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간혹 든다. 그래서 신인으로 주목받고 난 후 뒷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홍대 인디 신에서는 상위에 속하는 밴드로 여겨진다. 로큰롤라디오 같은 경우에는 엑소를 제치고 신인상도 받고 해외진출도 성과가 있었고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꽤 높은 순위에 올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자조하는 모습은 한국 인디 밴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 같다. 

안지: "<불빛 아래서>를 촬영했을 때만 해도 웨이스티드 쟈니스를 굉장히 멋진 밴드로 소개하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짠내 나는 음악 영화로 남았다(웃음). 영화에 공연하고 연주하는 모습은 꽤 있지만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고 고뇌하는 장면은 거의 보이지 않더라. 돈 때문에 걱정하는 장면만 강조된 것 같다(웃음). 물론 촬영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많고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맨 처음 제가 생각했던 그림과는 매우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조이: "뮤지션들의 힘듦을 강조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포장을 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줬을 뿐이다. 뮤지션을 다룬 영화도 그렇지만 방송 또한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포장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월세집 살면서 '스웨그' 넘치는 삶을 추구하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개인적으로 포장 자체가 싫어서 제가 본 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영화 속 뮤지션들은 음악을 해서 그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만큼 힘들다. 그들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찾은 의미다. 뮤지션들의 작업 과정은 호불호가 나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그런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진규: "요즘 SNS을 보면 일부로 좋아 보이고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려 하고, 그렇지 않은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지 않나. 이 영화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과감 없이 보여주면서 너나 나나 다르지 않구나 하는 동질감을 들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에서 작업 과정을 다룬다면 음악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할 것 같다. 그 과정이 궁금하려면 류이치 사카모토 정도로 유명해야 한다(웃음)."
 
- 영화 촬영이 한창 진행되었을 때도 어려웠다고 하지만 지금은 홍대 라이브클럽이 속속 문을 닫는 등 홍대 인디 신이 점점 더 위축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속 진규의 '외침'처럼 홍대 신은 정말 실체가 없는 걸까? 

진규: "그래도 <불빛 아래서> 촬영 당시 그 때 (홍대) 신이 좋았던 것이다."

안지: "그때는 그래도 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결국은 우리 자체가 신이었다. 당시 활동도 많이 했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다만 우리가 좀 더 특별했던 것을 원했던 것 같다."

조이: "간혹 해외 로컬 신에서 뮤지션들을 만나보면 홍대 신을 굉장히 부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활동하는 신보다 홍대가 훨씬 좋다고. 당연하지 한국에는 오직 홍대 밖에 없으니까(웃음). 참고로 일본은 각 로컬 신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20만 팀 정도 있는데 한국은 그에 비해서 활동 규모도 작고 밴드 수도 적은데 실력은 출중하다."

안지: "페스티발 같은 곳에서 외국 밴드들과 같이 공연을 하면 한국이 너무 좋다고 여기서 음악하고 싶어 한다."

진규: "원래 남이 떡이 더 커보인다고(웃음), 한국은 알다시피 락 페스티발만 특별하다."

- 두 밴드 모두 해외 공연을 많이 다녀서 한국의 현실과 비교가 될 것 같다. 

안지: "우선 영국이나 유럽 쪽은 라이브 클럽 공연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

진규: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오는 게 아니라 놀러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은 한국과 술, 대화 문화가 다르다. 라이브 클럽 밴드 공연이 많은 이유가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고 공연을 보는 것을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라이브 클럽 공연은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자유로운 일상이다."

안지: "한국에는 홍대 신만 있지만 해외에는 각 지역별로 로컬 신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지역 로컬 신과 출신 뮤지션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그 점이 한국과 굉장히 다르다."
 
 인디 밴드 뮤지션들의 삶과 꿈, 음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빛 아래서> 한 장면

인디 밴드 뮤지션들의 삶과 꿈, 음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빛 아래서> 한 장면ⓒ 창작집단 너와

 
- 청년 세대 혹은 인디 밴드를 다룬 영화는 꽤 있었다. 하지만 <불빛 아래서>가 앞선 영화들보다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이 영화 속 안지의 대사로 대표되는, "어렵지만 우리만 힘드나, 돈 빼고 되게 행복해" 식의 낙관론과 긍정론이다. 

안지: "그걸 반대로 말하자면 돈 때문에 안 행복하다(웃음)."

조이: "촬영 당시 '난 솔직히 돈 빼고는 되게 행복해'라는 안지의 말이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돈 빼고 행복하다는 말은 돈을 포함하면 행복하지 않다로 정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가 돈 빼고 행복하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나. 그간 난 내 삶을 행복하다고 긍정해왔지만 남들에게는 그렇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돈 빼고는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남들에게 행복하다고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규: "본인 스스로는 행복하다고 느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 같다. 각자 느끼는 행복의 가치가 다르고 다양할 수 있는데 사회가 정해놓은 행복의 기준이 획일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 그 와중에도 밴드들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웨이스티드 쟈니스 전 멤버 닐스, 고 기명신 러브락컴퍼니 대표의 인터뷰, 더 루스터스의 해체가 뼈아프게 다가온다. 

조이: "고 기 대표의 인터뷰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현재 홍대 밴드들이 처한 구조적인 모순을 가장 정확하게 지적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영화에 넣고 싶었다. 닐스는 현재 활동하는 밴드들이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는 솔직한 대답을 대신 꺼내줘서 고마웠고, 더 루스터스는 사실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 더 루스터스 외에도 2팀을 더 찍고 있었는데 그 중 한 팀은 해체를 했고 나머지 팀은 밴드 정체성이 바뀌어 버렸다.

애초 해체하는 밴드의 이야기를 꼭 다루고 싶었다. 그 또한 홍대 인디 밴드들의 현실이니까. 아무리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가 힘들다고 해도 그들이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는 잘되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처럼 잘되는 밴드는 홍대에서 극소수고 대부분은 더 루스터스처럼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고 패기가 넘쳐도 현실적인 이유로 해체의 아픔을 겪는다. 잘되는 밴드로 현실을 가리고 싶지 않았다."

-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두 밴드가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규: "살아야하니까...(웃음)"

안지: "불안증세가 있는 편인데 음악을 하고 무대 위에 올라 에너지를 분출해야 불안감이 좀 사라지는 것 같다. 무대가 제일 편하고 온갖 불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다. 음악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진규: "이왕 음악을 시작했으니 진짜 마음에 들고 스스로를 인정하게 만드는 뭔가에 도달하고 싶다."

- 안지는 <불빛 아래서> 예고편에서 "내가 팝이 되었으면 좋겠고 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 그 꿈이 여전히 있는지 궁금하다. 

안지: "여전히 있다. 팝이 된다는 것은 유명해진다(popular)는 건데 나는 유명해지고 싶고, 락스타가 되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밴드하는 사람들 모두 락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해놓은 기준 안에서만 유명해지고 싶다는 고집이 있었던 것 같고, 나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과거에는 일차원적으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반면, 요즘은 나이가 들면서 이에 대한 스펙트럼이 좀 넓어진 편이다."

진규: "아무리 외골수적인 음악이라도 뜨기만 하면 그것도 팝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들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 <불빛 아래서>의 명대사를 꼽자면? 

진규: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꼽는 것처럼 우리 멤버 최민규가 했던 뱃사람이다. (영화에서 로큰롤라디오 드러머 최민규는 음악을 계속 하는 이유를 두고 '뱃사람 같은 거야. 지금 고기 좀 안 올라온다고 해서 내일 아침에 출근 안할 거 아니잖아'라고 찰진 비유를 남겼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서 안지가 했던 '우리 꿈에 동참해주세요'라고 하는 장면에서 서로의 꿈에 동참해준다는 것에 공감이 갔다."

조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민규형이 전반적으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 대사는 참 의아스럽다(웃음)."

안지: "저도 뱃사람을 꼽고 싶고, 진규가 하셨던 '위기는 매일매일이 위기야'도 인상적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매일 위기를 느끼고 있다. 돈 빼고 행복하고 돈 때문에 불행하다(일동 웃음)."
 
 지난 6일 저녁 서울 복합문화공간 에무 내 카페에서 <불빛 아래서>를 만든 조이예환 감독과 출연 밴드와 인터뷰를 가졌다. 왼쪽부터 조이예환 감독, 영화에 출연한 웨이스티드 쟈니스 안지, 로큰롤라디오 김진규.

지난 6일 저녁 서울 복합문화공간 에무 내 카페에서 <불빛 아래서>를 만든 조이예환 감독과 출연 밴드와 인터뷰를 가졌다. 왼쪽부터 조이예환 감독, 영화에 출연한 웨이스티드 쟈니스 안지, 로큰롤라디오 김진규.ⓒ 김다영

 
- 여성, 첨예한 정치, 사회 이슈 등 특정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관객 동원이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다. 특히 독립 다큐멘터리 극장 개봉이 쉽지 않은데, 굳이 어렵게 극장 개봉을 진행한 이유가 궁금하다. 

조이: "<불빛 아래서>는 애초 공동체 상영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영화다. 개봉할 생각도 애초 없었다. 다만 공동체 상영을 하는 데 있어서도 극장 개봉 이력이 크게 작용하고, 극장 개봉을 하지 않은 작품은 공동체 상영 수요도 적다. 다행히 그간 공동체 상영을 전문적으로 해오던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모극장)과 극장 배급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면서 영화 홍보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을 함께 논의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예상했던 것보다 극장도 많이 열리고, 관객 수를 떠나서 극장 개봉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불빛 아래서>는 오는 16일부터 공동체 상영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 영화 <불빛 아래서>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조이: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 보통 다큐는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 인식을 깨는 다큐 영화였으면 좋겠고, 무슨 일을 하던 좋아서 하는 거면 진짜 즐겁게 해야 한다. <불빛 아래서>가 삶의 재미를 찾는데 기여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지: "예전에 조이 감독과 함께 영화 팟캐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제가 꼽은 인생영화 5편 중 하나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미국 진출기를 다룬 <반드시 크게 들을 것: WILD DAYS>이다. 흥행으로만 봤을 때는 그리 잘된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인생 영화다. 다른 장면은 스킵 하더라도 꼭 챙겨보는 몇 가지 장면이 있다. <불빛 아래서>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가 빛난 영화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보고 또 봐도 재미있고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영화였으면 더욱 좋겠다."

진규: "솔직히 <불빛 아래서>를 처음 봤을 때는 힘든 모습만 강조되는 것 같아서 불편한 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삶 그 자체를 인정하고 보니, 힘든 것은 결코 불쌍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있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행복하기만 한 삶도 없고 불행하기만 삶도 없는데 그걸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예술이라는 순간도 발견하게 하는 것 같다. 우리만 힘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힘드니까 재미있게 살아야지. 영화를 보신 분들이 나만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 멋있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감독의 차기작, 그리고 두 밴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진규: "올해 2월 로큰롤라디오 정규 2집이 발매되었고, 6월에는 싱글을 발표했는데 당분간은 공연에 집중할 계획이고 틈틈이 내년에 발표할 앨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안지: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계속 2집을 준비 중이고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새로운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웨이스티드 쟈니스 외에도 크라잉넛 김인수, 이상혁, 플라잉독 이교형과 같이하는 아이리쉬 펑크밴드 데디오레디오도 재미있게 하고 있고, 솔로 활동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

조이: "<불빛 아래서> 촬영은 몇 년 전에 끝났지만, 계속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 활동을 팔로우하며 촬영 중이다. 다음 영화에서는 이들 밴드가 정말 잘 되어서 화려한 엔딩으로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건 차차기작 정도 될 것 같고, 차기작은 여가문화에 관한 다큐 영화가 될 것 같다. 유독 한국 사람들이 주제적으로 잘 노는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것 같다. 왜 한국 사람들은 재미있게 놀지 못하는 걸까. 그런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단은 <불빛 아래서> 남은 극장 상영에 집중하고, 공동체 상영도 많이 하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

안지: "조이 감독은 정말 이 영화를 놀면서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한 덕후는 밴드 활동을 하는 우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조이야 말로 <불빛 아래서> 촬영하면서 페스티발 아티스트 티켓을 발급받아 무대 뒤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밴드 사인도 받고 찍는 것에 집중 안하고 공연을 정말 열심히 즐기시고(웃음). 진정한 덕업일치를 보여주는 조이를 찍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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