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종연한 뮤지컬 <오, 박씨!>는 2019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작으로 극 중에서 뮤지컬 '오, 박씨!'를 준비하는 오여주(임찬민), 황태경(김세용), 양호식(정재헌), 나공주(전예지), 독고대(권상석), 차혜리(양다은)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 <오, 박씨!>는 고전 '박씨전'을 재해석한 극중극의 제목이자 이 극의 제목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뮤지컬 <오, 박씨!>는 극과 극중극의 관계가 곧 현실과 극의 관계로도 연결되는 재치있는 구조를 자랑한다. 극중극을 통해 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흔한 방법이다. 하지만 대체로 극중에서 극과 현실을 분리해, 고전적인 무대와 관객과의 관계를 유지했다면 <오, 박씨!>는 이마저도 넘어선다. 극중극을 보러 온 기자, 극 속 관객 등으로 관객에게 설정을 부여하며 적극적인 몰입과 참여를 유도한다.
 
 뮤지컬 <오, 박씨!> 공연 사진

뮤지컬 <오, 박씨!> 공연 사진ⓒ 모먼트메이커

 
이 과정에서 극은 나름 재미있는 선택을 했는데, 극 속의 캐릭터 설정과 실제 배우의 배경을 비슷하게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인공 오여주를 맡은 배우 임찬민은 긴 무명생활을 거친 뒤 대학로에서 점차 입지를 넓히며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극 중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는 아이돌 출신 배우 황태경 역을 맡은 그룹 마이네임의 김세용 역시 실제 아이돌이다. 물론 이런 맥락을 완벽하게 의도한 캐스팅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통해 무대 밖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게끔 하는 게 <오, 박씨!>의 매력 중 하나다.

또한 <오, 박씨!>는 뮤지컬 연습 과정을 활용해 극의 전개를 펼친다. 실제 연습실에서 쓸 법한 소품들을 무대 위로 옮겨와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들을 배우들이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극 중 소품인 행거나 상자가 극중극 속 나무나 거울 등으로 다양하게 보이기도 한다.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사랑스럽게 보일법한 연출들이 소소하게 담겨있다.

이렇게 <오, 박씨!>가 가지는 다양한 매력의 원인은 사실 극이 가지는 메시지나 전달 방법이 참으로 단순하고 우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오, 박씨!>는 뮤지컬 배우로 지내다가 무대를 떠난 주인공 오여주가 꿈을 잊지 못하고 극중극에 스윙(여러 역할을 커버하는 앙상블계의 베테랑을 의미한다)으로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시련과 응원을 통해 트라우마를 벗어던지고 다시금 배우로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오, 박씨!> 공연 사진

뮤지컬 <오, 박씨!> 공연 사진ⓒ 모먼트메이커

 
극과 극중극의 밀접한 관계처럼, 뮤지컬 <오, 박씨!> 역시 현실의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던져준다. 스스로를 사랑하라.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야한다고 말이다. 특히나 관객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만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대학로에서, 이렇게 관객들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어루만져주는 것은 나름대로 특별한 순간이 아닐까.

조금 노골적으로 현실을 환기시키는 느낌도 있지만, 웃는 사람 얼굴에 침뱉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뮤지컬 <오, 박씨!>는 극 내내 따스하고 유쾌한 톤 앤 매너를 잃지 않기에 관객 입장에서도 어색하거나 불편함 없이 인물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아직 완전하게 개발되지 않은 작품이기에 아쉬움도 지니고 있다. 극이 가지는 메시지에 반해 극 중 배우장 양호식, 댄스캡틴 차혜리나 연출 독고대의 역할은 기능적인 선에 머문다. 또한 라이벌로 설정된 나공주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펼쳐내지 못한 채 오여주의 각성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이는 참 아쉬운 부분인데 앙상블 역시 소중한 인물임을 강조하지만, 결국 조연은 조연의 한계선에 머물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분짜리 이야기로 완성되는 과정에서의 선택과 집중 역시 필요하기에 극의 완성도를 낮추는 문제점이라기보단 아쉬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 관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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