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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자 꽃서울 춤추는 서울
아카시아 숲속으로 꽃마차는 달려간다
하늘은 오렌지색 꾸냥의 귀걸이는 한들한들
손풍금 소리 들려온다 노래소리 들린다
 
경쾌한 곡조가 떠오르는 <꽃마차>의 제1절이다. 작사자·작곡자·가수가 총 2명이다. 반야월이 작사하고 이재호가 작곡하고 진방남이 불렀다. 반야월과 진방남은 동일인이다.
 
반야월 명의로 작사했거나 진방남 명의로 불러 유명해진 노래로 <꽃마차> 외에도 <불효자는 웁니다>, <잘 있거라 항구야>, <울고 넘는 박달재>, <단장의 미아리 고개>, <산장의 여인>, <만리포 사랑>, <열아홉 순정>, <아빠의 청춘>, <소양강 처녀>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반야월·진방남 어느 쪽도 본명이 아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제2권에 이런 설명이 있다.
 
"1917년 8월 1일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밀양이다. 본명은 박창오다. 반야월은 1942년 이후 작사를 할 때 사용한 예명이고, 1939년 가수로 데뷔하면서는 진방남이라는 예명을 썼다."
 
박창오를 지칭하는 이름들이 바뀌어진 사연도 눈길을 끌지만, 시선을 끄는 게 또 하나 있다. 그가 지은 노래의 가사도 흥미롭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꽃마차>가 바로 그 예다. 해방 뒤 발표된 위 가사는 1939년 발표된 원곡 가사와 달랐다. 원곡의 제1절은 이렇다.
 
노래하자 하루삔 춤추는 하루삔
아카시아 숲속으로 꽃마차는 달려간다
하늘은 오렌지색 꾸냥의 귀걸이는 한들한들
손풍금 소리 들려온다 노래소리 들린다
 
원곡은 서울이 아닌 하루삔 즉 하얼빈의 이국적 풍경을 노래하는 작품이었다. 원곡 제2절에 "송화강 출렁출렁"이란 대목이 있었다. 이 부분이 해방 뒤에 "한강물 출렁출렁"으로 바뀌었다.
 
일본 대륙침략 분위기에 편승했던 작품들
 
 2011년 6월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중음악전문공연장 올림픽홀 개관 기념식'에서 가수 반야월이 핸드프린팅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1년 6월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중음악전문공연장 올림픽홀 개관 기념식'에서 가수 반야월이 핸드프린팅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야월이 일제 패망 6년 전인 1939년에 하얼빈을 노래하는 <꽃마차>를 짓고 부른 이유가 있다. 중국이나 만주에 관한 가사를 경쾌하게 부르는 게 당시의 유행이었기 때문이다. 대륙을 향한 일본 군국주의의 힘찬 전진을 노래하는 게 당시의 유행이었던 것이다.
 
이영미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1939년 이후의 대중가요 분위기와 관련해 "만주·국경·북국(北國) 등 중국과 만주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가사에 자주 등장하며, 악곡에서도 중국풍 혹은 이국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선율이나 전주(前奏)가 자주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일제강점기에는 만주나 중국으로 이주하는 한국인이 많았다. 그래서 그 지역을 노래하는 가요들은 그런 처지에 놓인 한민족의 애환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요들의 상당수는 일본의 대륙침략 분위기에 편승하는 작품들이었다.
 
<한국 대중가요사>는 "북국 소재의 노래는 해석에 따라 항일적이거나 현실의 고통을 노래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중국 침략의 분위기에 들러리를 서는 친일적 경향의 노래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 "북국 소재의 노래들은 말기로 갈수록 좀더 노골적으로 친일성을 드러내"게 됐다고 설명한다.
 
<꽃마차>도 그런 작품이었다. 대놓고 일제를 찬양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하얼빈 같은 만주를 향한 일본군국주의의 침략 분위기에 편승한 노래였다. 그런 노래였다는 사실을 숨기려다 보니, 해방 뒤에 가사를 바꾸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바뀐 가사 속에 이상한 구석들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대중가요사>는 이렇게 해설한다.
 
"가사를 바꾸다 보니, 맞지 않는 구석이 눈에 띈다. 3음절인 하루삔을 2음절인 서울로 바꾸다 보니 말이 안 되는 '꽃서울'이 되고 말았고, 서울 풍경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아카시아 숲속',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오렌지색 하늘', 중국 소녀를 의미하는 '꾸냥', 다분히 이국적인 '손풍금 소리' 등이 나열되었다."
 
<꽃마차>는 일제강점기 노래이지만, 해방 뒤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불려졌다. 경쾌한 곡조가 인상적인 이 노래가 실은 일본군국주의에 편승하는 노래였으리라고는 누구도 쉽게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꽃마차>는 엄밀히 말하면 친일 가요가 아니다. 일본의 침략정책에 편승하는 노래였을 뿐이다. 이런 노래를 만드는 정도에서 끝났다면, 반야월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친일파로 거론되는 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움직일 수 없는 친일의 증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친일인명사전>은 이렇게 고발한다.
 
"작사가 반야월로 가사를 쓴 군국가요로는 1942년 <결전 태평양>, <일억 총진군>이 있다."
 
그는 작사가로서 <결전 태평양>, <일억 총진군> 같은 군국주의 가요의 가사를 썼다. 움직일 수 없는 친일의 증거를 남긴 것이다.
 
그렇다면, 작사가로서만 친일을 한 것일까? 가수로서는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는 '반야월'로뿐만 아니라 '진방남'으로도 친일을 했다. <친일인명사전>의 설명이다.
 
"가수 진방남으로 노래를 부른 군국가요로는 1942년 <일억 총진군>, <조국의 아들>, <1943년 <고원의 십오야>가 있다."
 
<일억 총진군>은 그가 직접 작사하고 직접 부른 노래였다. 그의 혼이 깊이 배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괄호 속은 이해의 편의를 위해 추가한 부분이다.
 
나아가자 결전이다 일어나거라
간닌부쿠로(인내의 주머니)의 줄은 터졌다
민족의 진군이다 총력전이다
피 튀는 일억일심(一億一心) 함성을 쳐라
싸움터 먼저 나간 황군 장병아
총후는 튼튼하다 걱정 마시오
한 사람 한 집안이 모다(모두) 결사대
아카이타스키(입영자의 적색 어깨띠)에 피가 끓는다
올려라 히노마루(붉은 원) 빛나는 국기
우리는 신의 나라 자손이란다
임금께 일사보국(一死報國) 바치는 마음
무엇이 두려우랴 거리끼겠소
대동아 재건이다 앞장잡이다
역사는 아름답고 평화는 온다
민족의 대진군아 발을 맞추자
승리다 대일본은 만세 만만세
 
민족이란 단어가 두 번이나 나온다. 이 단어가 펜 끝에서 원고지로 뚝 떨어지는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품었을지 궁금하다. 이처럼 명확한 친일파에게 문화훈장 보관장을 수여했으니, 1991년 당시의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 문제에 얼마나 둔감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친일음악가 반야월 기념사업 반대 창원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27일 창원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음악가 반야월 기념사업을 위한 '산장의 여인' 노래비 건립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012년 9월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친일음악가 반야월 기념사업 반대 창원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창원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성효

 
노골적으로 친일을 했지만, 반야월은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해방 뒤에도 대중음악계에서 승승장구만 했을 뿐이다. 아직도 그의 노래는 이따금 TV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그의 명예는 물론이고 그의 작품들도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2010년 6월 반야월은 간담회 자리를 빌려 친일 행적을 사과했다. 93세 때 일이다. 그러고 2년 뒤 세상을 떠났다.

뒤늦게나마 사과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사과했다고 해서 친일 행적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영혼이 묻어 있는 작품들이 순수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가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이 지대한 만큼, 그의 작품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계속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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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101.9 (목)11시25분경. (저서) 조선상고사(번역) 2판,나는 세종이다,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발해고(4권본,역서),패권 쟁탈의 한국사,신라 왕실의 비밀,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 여자,철의제국 가야,최숙빈,한국사 인물통찰 등. www.kimjong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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