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우들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우들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우리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고 기획된 것은 아니다. 그걸 감안해도 저조한 수치다. 개인적으로 어마어마한 수치도 경험했기 때문에 자칫 나 자신도 모르는 흔들림이나 불손함을 잠재울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다."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헌 감독이 저조한 시청률을 경험하곤 겸손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멜로가 체질>은 올해 초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 직업>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연출작으로 서른 살 여자들의 고민과 연애, 일상을 그린다. 현재 촬영은 모두 끝난 상태라고. 이날 이 감독과 배우들은 하나같이 "신선하고 재미있는 엔딩"이라고 입을 모았다.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우 전여빈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우 전여빈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배우 전여빈은 "매 회 대본을 볼 때마다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16화까지 다 봤으니까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좋은 작품에서 함께 살아 숨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태프분들과 저희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최고의 커트를 담았다. 끝까지 놓치지 말아달라"고 자신했다.

이병헌 감독은 "시청률이 저조한데도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내가 썼지만 대사량이 어마어마 했다. 배우가 이걸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써 놓았을까 (스스로) 생각할 정도였다. '안 되면 끊어서 (촬영)해야지, 대사를 버릴 수는 없다'고 욕심을 냈는데 배우들이 감정 호흡 지켜가면서 한 번에 해주셨다. 그 경이로운 순간들을 5개월 내내 목격했던, 무시무시하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촬영 종료 소감을 전했다.

"너무 좋은 글이었다" 천우희가 웃은 까닭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우 천우희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우 천우희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감독은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지만 정작 그 많은 대사량을 감당해야 했던 천우희는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더구나 극중에서 드라마 작가인 임진주 캐릭터가 <멜로가 체질>의 사실상 화자로 등장하기 때문에 천우희는 내레이션까지 담당해야 했다. 

"대사량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내면 연기가 많았고 대사보다 상황으로 표현됐던 게 많았다. 이번에는 그 모든 것들을 말로 풀어내니까. 말도 많은데 내레이션도 많다. 이 많은 대사를 내가 정확하게, 또 드라마의 특성상 경쾌하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부담도 됐다. 그런데 대사와 내레이션에 너무 많이 공감했다. 이해하니까 수긍하게 되고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더라. 외우는 데 시간도 많이 걸렸고 어떻게 잘 표현할까 고민하긴 했지만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그만큼 너무 좋은 글이었다."

임진주와 함께 극을 이끄는 또 다른 캐릭터는 전여빈이 맡은 인물 이은정이다. 그는 저예산 다큐멘터리가 우연히 대박났지만 과거 연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은정은 죽은 연인 홍대(한준우)를 환상으로 보며 아직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세. 톡톡 튀는 드라마 톤에 비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전여빈은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저는 은정을 연기하는 톤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은정이가 이상해 보이면 어떡하지' 의심하지도 않았다. 촬영 진행 도중에 스태프들에게 '은정이만 연기 톤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제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깊은 우울은 자기 자신도 모를 수 있고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조차도 모를 수 있지 않나. 그 모양은 제 각각이라 은정이가 가진 (우울의) 형태에 수긍이 갔다. 모두 나름의 고통이 있고 우리는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 보자는 마음이었다. 이병헌 감독님과 B팀 김혜영 감독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는 부족하지만 이 분들의 도움으로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촬영에 임했다."

수 년 전부터 이 드라마 준비했다는 이병헌의 바람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헌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헌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이번 드라마를 수 년 전부터 준비했다는 이병헌 감독은 대본에 자전적인 이야기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감독은 자신의 30대 시절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공감형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공감을 끌어내는 이야기인데 내 이야기가 아예 없다면 그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30대를 이미 지나온 사람인데 뒤돌아봤을 때 '왜 그렇게 행복하지 못했을까', '코미디 영화를 하면서 왜 나는 자신을 믿지 못했을까'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일이든, 사람이든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데 아주 별것 아니더라도 용기 같은 걸 누가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을 보면 다시 시작하기 직전의 사람들이다. 시작하기 전에,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다루고 싶었다.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던져주고 싶다. 저한테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고 제게 필요했던 것이기도 하다."

현재 8회까지 방송된 <멜로가 체질>에 대한 평가는 양 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시청률은 매우 낮은 편이지만 정작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것. 이병헌 감독은 열렬한 마니아들의 반응에 대해 "내가 대본을 쓰면서도 이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보듬어주고 바라봐주는 친구들이지 않나. 어떻게 보면 판타지 같은 면도 있다. 또 현실적인 친구들의 농담 그 속에 따뜻함도 있다. 그런 게 사회생활을 할 때 힘이 되기도 하고. 그런 면이 공감대를 키워준 것 같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공을 많이 들였다. '오늘까지 대사를 다 써야지'가 아니라 대사를 써놓고 수 년 후에 수정한 것도 있다. 10년치 메모장을 다 털었다. 그런 것에 공감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1회 1.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를 기록한 이후 1%대 초중반으로 매우 저조한 상황. 이병헌 감독은 "아침에 시청률을 확인하는데, 포털사이트에 (뜨는 숫자가) 오타인 줄 알았다. 휴대폰을 흔들어보기까지 했다. 편하게 생각하려 했는데 내게도 부담과 압박이 있었구나 싶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스스로 '포용력이 좁았다'는 반성을 내놓았다.

"(부진한 시청률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분석이 끝나지는 않았다. 아직 드라마가 종영되지 않았고 속단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20대 초중반, 10대 친구들과 드라마를 봤는데 (내용을) 이해 못해서 내게 질문하더라. 그 지점까지 헤아리지 못했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포용력이 좁은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했다. 대신 일부 (시청자층의) 열기가 뜨겁다고 생각한다. 그 시청률 수치를 갖고도 이상하게 현장 분위기가 좋다."

상상 초월 '막말' CF 감독으로 나오는 손석구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우 안재홍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6일 오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우 안재홍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7일 방송분부터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 60일, 지정생존자 >에서 차영진 비서실장으로 분해 활약을 펼쳤던 배우 손석구가 합류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막말' CF 감독으로 분해 전여빈과 마주할 예정이다. 이병헌 감독은 "앞으로 매 회 한두 신씩 짧게나마 나와서 은정과 호흡을 맞춘다"며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보면서 '다른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손석구 배우가) 너무 궁금해서 제안을 드렸다. 함께 일해봤더니 진짜 남다른 연기를 하더라. 마지막 인사 때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말씀 드렸다. 그걸 우리 작품 안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여빈 역시 "(극중에서) 손석구와 만났을 때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뜨거웠다. 인물 대 인물로서 너무 잘 어울리고 호흡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OST로 삽입된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병헌 감독은 "원래는 대본에서 (추출한) 제목, 앞줄 가사 정도를 드리면서 여기에 맞춰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장범준씨가 이런 노래를 준비했다면서 기타를 치며 편하게 가이드를 들려주더라. 그게 너무 좋았다. '역시 장범준이구나. 내가 침범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 그래서 그 가사에 맞춰서 내 대사를 수정했다"고 노래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멜로가 체질>은 종영까지 이제 8회차를 남겨뒀다. 이병헌 감독은 앞으로의 방송분에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일 한 방이 남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감독은 드라마의 출연진들을 야구 경기에 비유하며 후반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반환점을 이제 돌았고 그동안 뿌렸던 걸 거둬들일 시간이 되지 않았나. 임진주와 손범수의 키스신 정도는 스포일러 해도 되지 않나 싶다. 로맨스가 있다. 진주와 범수는 제게 이 드라마의 선발 투수였다. (시청률) 수치를 떠나, 6이닝 정도는 무실점 퍼펙트로 막아준 것 같다. 중간 계투가 황한주(한지은 분)라고 생각하고, 마무리 투수가 이은정이라고 생각한다. 은정이가 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홍대라는 환상을 어떻게 정리할까. (드라마를) 편집하면서 저는 많이 울었다. 로맨스와 눈물이 기다리고 있다. 한주 캐릭터의 예측하기 어려울 결론도 기대해 달라. 굉장히 충격적이진 않지만 예상에서 조금 벗어난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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