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을 오른쪽 윙백으로 쓰고 A매치 첫 경험을 하는 이강인에게 중책을 맡긴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후방 빌드 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과 무리한 솔로 플레이는 보는 이들이 답답함을 넘어 불편하게 느낄 정도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5일 오후 10시 30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황의조가 혼자서 두 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친 덕분에 2-2로 비겼다.

안 맞는 3-5-2, 후방 빌드 업 실패
 
달려라 손흥민 5일 오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조지아의 평가전.

한국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달려라 손흥민 5일 오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조지아의 평가전. 한국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에이스 손흥민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3-5-2 포메이션으로 출발한 것은 여러 모로 납득할만한 벤투호의 플랜 B로 보였다. 드리블 돌파 실력이 뛰어난 황희찬을 오른쪽 윙백 자리에 세운 것이 모험이었지만 백 쓰리의 오른쪽을 맡은 동료와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써 볼만한 변칙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쪽에서 구멍이 많이 생겼다. 조지아의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카자이슈빌리에게 너무 넓은 공간을 내주는 바람에 오른쪽 수비수로 나온 박지수가 측면이고 중앙이고 커버 플레이 하느라 바빴다.

윙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기본 패턴은 가운데 미드필더나 공격수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이지만 황희찬과 딱히 호흡을 맞춘 동료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황희찬은 무리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야 했고, 이 뻔한 흐름을 조지아 수비수들이 수수방관할 이유는 없었다.

40분, 조지아에게 먼저 골을 내준 이유만 따져보더라도 보기에 불편한 옷을 입고 뛴 벤투호의 빈틈이 너무나 크게 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권창훈이 후방 빌드 업을 시도하면서 어설프게 방향 전환 드리블을 구사하다가 쉽게 공을 빼앗긴 것이 화근이었다. 빼앗긴 공은 조지아의 에이스 카자이슈빌리에 의해 오른쪽 윙백 황희찬이 비운 바로 그 공간으로 뻗어나갔고 자노 아나니제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한국 골키퍼 구성윤을 피해 성공시켰다.

수비수 셋 앞에 서서 미드필더들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은 백승호도 권창훈과 비슷한 위치에서 무리하게 솔로 플레이를 전개하다가 차단당하는 아찔함을 겪었으니 매끄러운 빌드 업은 그저 다른 세상 그림처럼 보였다.

후반전, 황의조 덕분에...
 
드리블하는 이강인 5일 오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조지아의 평가전.

이강인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드리블하는 이강인 5일 오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조지아의 평가전. 이강인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만 18살의 나이로 떨리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은 게임 시작 후 13분 만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부드러운 터닝 드리블 솜씨를 자랑하며 번뜩이는 역습 출발점 역할을 해냈다. 그의 전진 패스를 받은 권창훈이 '김진수-손흥민'의 연결을 받아 결정적인 슛 기회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이강인의 존재감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그로부터 3분 뒤에 상대 미드필더를 압박하기 위해 무리하게 스탠딩 태클을 시도하다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한동안 뛰어다니지 못했고, 스스로 주저앉아 의료진을 요청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전반전에 시원한 슛을 하나도 날리지 못한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3명의 교체 선수가 들어와 역전승 분위기를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다. 47분에 손흥민의 오른쪽 측면 얼리 크로스를 받은 교체 선수 황의조가 재치있는 왼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동점골 이후 4분 뒤에는 이강인의 왼발 직접 프리킥이 조지아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며 벗어난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역전승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하지만 후방 빌드 업이나 탈압박이 전반전보다 확실히 나아졌다고 평가하기에는 곤란했다. 조지아 선수들이 그만큼 조직적으로 압박 수비를 펼친 것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황의조 동점골 5일 오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조지아의 평가전.

황의조가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황의조 동점골 5일 오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조지아의 평가전. 황의조가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파울루 벤투 감독은 62분에 나상호와 이동경을 나란히 들여보내며 탈압박의 민첩성을 주문했다. 그로부터 10분 뒤에는 이강인을 빼고 김보경을 들여보내 최근 K리그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울산 멤버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85분에 이동경의 오른쪽 크로스에 이은 김진수의 헤더 패스로 황의조의 두 번째 골이 들어갔다. 후반전 교체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한 결과가 역전골로 나왔으니 이대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방심한 수비수들은 4분 만에 아쉬운 동점골을 내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기습적으로 빠져들어간 크빌리타이아가 골키퍼 구성윤을 앞에 두고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한국 수비수들은 팔을 치켜들며 오프 사이드 반칙을 주장했지만 1부심의 깃발은 끝내 올라가지 않았다. TV 생중계 느린 화면으로는 오프 사이드 포지션으로 보였지만, 평가전 심판들에게 준비하지도 않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온 필드 뷰를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심각한 표정 6일 오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조지아의 평가전이 2-2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종료 직전 벤투 감독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심각한 표정 6일 오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조지아의 평가전이 2-2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종료 직전 벤투 감독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아무리 평가전이라고 하지만 쓰리 백 시스템을 펼친 게임에서 상대 공격수들에게 너무 쉽게 공간을 내주는 흐름은 수비 전술 그 이상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10일(화) 밤 11시 아슈하바트로 들어가서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시작하게 된다. 예선 일정도 우습게 볼 일 아니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겨냥한다면 이 평가전에서 드러난 '후방 빌드 업 실패'와 '무리한 솔로 플레이'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5일 오후 10시 30분,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이스탄불)

한국 2-2 조지아 [득점 : 황의조(47분,도움-손흥민), 황의조(85분,도움-김진수) / 자노 아나니제(40분,도움-카자이슈빌리), 크빌리타이아(89분)]

한국 선수들(감독 : 파울루 벤투)
FW : 손흥민(62분↔나상호), 이정협(46분↔황의조)
MF : 김진수, 권창훈, 백승호(46분↔정우영), 이강인(72분↔김보경), 황희찬(62분↔이동경)
DF : 권경원, 김민재, 박지수(46분↔김영권)
GK : 구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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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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