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는 공동체가 규정한 전통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 끝내 자기 갈 길을 가는 용감한 여성을 다룬 흥미로운 극영화다. 

아직도 중세적 종교 규범과 가부장적 가족 문화가 강하게 뿌리 박혀있는 마케도니아의 작은 시골 마을. 그 곳에서 각종 성차별과 성희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페트루냐는 우연히 강가에 던져진 십자가를 주웠다는 이유로 엄청난 시련과 모욕을 당한다. 

이후 경찰서에 불법 구금되고 그녀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경찰관들의 희롱, 폭언까지 감수해야하는 페트루냐는 묻는다. "당신들이 나한테 이렇게 대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여자는 십자가를 잡으면 안 돼."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마케도니아는 전체 인구 중 3분의 2가 동방정교회를 믿는 독실한 기독교 국가다. 동방정교회는 매년 1월 9일 구세주 공현 축일 행사를 진행하는데, 성직자가 강에 십자가를 던지고 그 십자가를 잡은 자에게는 한 해 동안의 행운과 번영이 약속된다. 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남성뿐이고 그곳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은 남성의 행운에 함께 기뻐하는 것뿐이다. 

여성이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게 때로 죄악이 되는 현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하지만 페트루냐는 남성만이 잡을 수 있다는 십자가를 거머쥐었고 이 사건은 지역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십자가를 잡은 페트루냐의 행동은 독실한 신자이자, 평소 페트루냐에게 취업과 결혼을 강권한 그녀의 어머니에게도 용서받지 못한다. 

오직 남자만 잡을 수 있는 십자가를 잡은 페트루냐는 금기를 깨버린 여성이 됐고, 그로인해 견디기 힘든 고초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페트루냐는 당장 십자가를 내놓으라는 남성들의 욕설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그녀의 십자가를 지켜 냈다. 여기에 전통을 핑계로 여성을 억압하는 현장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던 지역 방송국 기자의 집념이 힘을 보탠다. 

평소 페트루냐가 독실한 신앙심이 있어서, 그렇다고 남성중심적 성차별 문화에 대한 강한 반발심에 십자가를 잡고 돌려주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그녀는 그저 십자가를 잡고 싶었고, 그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여성이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것은 때로 죄악이 되기도 한다. 여자가 십자가를 잡은 것이 뭐가 그렇게도 잘못된 행위인지 지구 건너편에 살고있는 우리들로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십자가를 여성이 삶의 단계를 밟으면서 직면하게 되는 다른 것으로 치환해 보면 어떨까. 이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여성들이 처한 현실 또한 영화 속 페트루냐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때 여성이 글을 쓰는 것도 영화를 만드는 것도 엄격히 제한된 적이 있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인정 받은 것은 고작 100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과거보다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성 차별적인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한국의 여성들은 '여자는 이래야 한다, 이러면 안 된다, 이렇게 하면 시집 못간다'는 말들을 귀에 박히도록 들으며 살고 있다. 때로는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성희롱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성희롱과 성차별적인 언어가 사회 문제로 인식된 것도 불과 몇 년 전 일이고,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여자는 잡아서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십자가를 그저 욕망했다는 이유로 온갖 모욕을 다 참아야 했던 페트루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자가를 지켜냈다. 자신이 남성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여 쟁취한 그 십자가를 말이다. 그리고 '여성은 십자가를 잡으면 안 된다'는 명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전통과 종교를 빌미로 여성을 억압하는 시스템에 당당히 저항하는 페트루냐의 모든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엔딩이 일품이다. 도대체 영화의 마지막이 어떻기에 훌륭하다는 소리를 절로 하냐고? 아직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를 보지 못한 다수의 관객을 위해 이 기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

하루빨리 이 영화가 국내에 정식 개봉되어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길 바란다. 그리고 남성중심적 부조리한 악습과 기득권 문화에 맞서 우아한 승리를 거둔 페트루냐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용기를 얻길 바란다.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여성의 담대한 기개를 보여준 페트루냐를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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