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추석은 시기적으로 상당히 빠르다. 9월 중순도 되기 전에 추석이라니... 종종 이 즈음의 추석을 쇠는 것 같은데, 유독 올해는 빠른 느낌이다. 아마도 날씨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8월부터 에어컨을 켜지 않고 있고, 선풍기도 거의 끊다시피 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9월까지 더웠던 기억이 난다. 

더구나 올해 추석 연휴는 4일뿐이다. 그것도 연휴가 일요일에 끝나, 기분 그리 좋지는 않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하고 즐길 건 즐겨야 한다.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을 그냥 보내는 건 섭하다. 그래서 준비해보았다. 이번 추석에 보면 좋을 콘텐츠들이다. 신작과 구작, 극장 개봉작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와 드라마까지 나름 다채롭게 큐레이션하려 했다. 

[추천작①] 1994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면, <유열의 음악앨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 CGV아트하우스


첫 번째로 추천한 영화는 최근 개봉작인 <유열의 음악앨범>이다. 1994년을 그린 독립영화 <벌새>처럼 이 영화 또한 1994년부터 시작되는데, 복고 아닌 레트로 감성 풍만한 멜로 장르다.

최근 몇 년간 다시 정력적으로 영화 연출을 하고 있는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만남과 헤어짐, 그 설렘과 애틋함을 섬세하게 그렸다. 최소한 실망은 하지 않을 '안전빵'이다.

이번 추석에 극장에 걸려 있을 메이저급 영화들 중,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영화들 중 잔잔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가족, 연인, 혼자 모두 커버가 가능하다. 혹시, 그래도 추석엔 액션이지 하는 생각이라면 <엑시트>를 보시길.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극장에 많이 상영될 것이다. 

[추천작②] 고전 명작의 귀환, <쉘부르의 우산>
 
 영화 <쉘부르의 우산> 포스터.

영화 <쉘부르의 우산> 포스터. ⓒ 에스와이코마드

 
재개봉한 고전 명작 한 편을 소개한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이다.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이뤄진 작품이다. 55년 전 영화라는 걸 믿기 힘들 만큼,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은 환상적이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크리스찬 디올에서 모든 의상을 협찬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일지 보지 않아도 감이 잡힐 것이다.

현실적이지만 한편 고루할 수도 있는 내용이 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영화 <라라랜드>를 애정하는 분들은 꼭 보시길 권한다. <쉘부르의 우산>이 아니었다면 <라라랜드>는 없었을 테니까. 

[추천작③]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 ⓒ 메타플레이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2년 전 개봉한 한국 독립영화다. 배우 문소리가 연출, 각본,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문소리가 전하는 한국 여성과 여배우와 영화의 현주소를 그린다. 세 편의 단편을 통해 여배우 문소리와 생활인 문소리와 영화인 문소리를 보여준다.

2017년 당시 18년차였으니 현재는 20년차가 된 문소리. 이 영화를 통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명연기를 펼쳤던 그녀도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 살아간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추석 연휴에 꼭 봐야 하는 이유는, 그녀 또한 명절에는 배우 문소리가 아닌 생활인 문소리로 그려지기 때문. 여전히 많은 며느리들이 정작 '자신'의 가족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남'의 가족만을 챙기며 명절을 쇤다. 

[추천작④] 영화 <나의 EX>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EX>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EX> ⓒ ?넷플릭스

 
대만에서 건너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소개한다. 동성애, 불륜, 보험금이라는 무겁기 짝이 없는 소재를 가져와 개성적인 로맨스 영화를 만들었다. <나의 EX>는 일면 코믹하지만 한편으론 견고한 세 주요 캐릭터의 연기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본다.

별거중이던 남편이 사망한 뒤 아내는 자신과 아들이 보험금 수령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젊고 잘생긴 남자가 남편의 사망 보험금 수혜자임이 밝혀지면서 남편의 비밀이 서서히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역설을 담은 원제 '누가 먼저 그를 좋아했는가'에서 우린 건질 게 별로 없다는 걸 발견한다. '누가'도 '먼저'도 '그'도 중요하지 않다. 사랑에서 '사랑'만큼 중요한 게 있는가. 이리도 독특한 로맨스 영화라면, 독특한 만큼 아련한 여운을 주고 묘한 힐링을 주는 영화라면, 몇 번을 봐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추천작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포스터. ⓒ 넷플릭스

 
꽤나 선정적인, '청소년 관람 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한다. 총 8편에, 한 편당 50분 남짓이니 영화 몇 편 보는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재미 측면에선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고, 더불어 상당한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드라마는 성 상담사인 엄마의 어깨너머로 알게된 성 관련 지식을 토대로 친구들에게 성 상담을 해주는 모태솔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원제는 '성교육' 즉 < Sex Education >인데, 이런 게 진짜 성교육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엔 우리가 받았고 또 행하고 있는 성교육이란 게 과연 성에 관한 교육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추천작⑥] 다큐멘터리 < F1, 본능의 질주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포스터. ⓒ 넷플릭스


마지막으로, 어디서도 보기 힘든 F1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이다. <F1, 본능의 질주>라는 다소 투박한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F1의 양분하고 있는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를 제외한 다른 팀과 선수들만을 다뤘다.

F1의 인기가 예년만 못한 이유가 많을 테지만, 2000년대 들어서 계속되는 독주 또는 양분 체제도 큰 몫을 차지할 텐데 그 두 팀이 빠진 게 특이점이라 하겠다. 여하튼, 이 작품은 승리와 영광 따위는 없는 F1의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유명한 레이서들도 사실 팀의 일원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작품을 보다 보면 엄청난 속도와 화려한 테크닉에 어느새 전도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추석 콘텐츠 영화 드라마 극장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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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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